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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같은 하이힐…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조명…

꽃신같은 하이힐…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조명…

  • 김미리 기자
  • 입력 : 2011.12.02 03:04

    [디자이너는 아이디어 내고, 장인은 만들고… 세계 하나뿐인 작품]
    전통공예의 현대적 재해석… 장인·디자이너 16명이 만나 2인 1조로 작품 8점 빚어내

    #1. 하이힐은 자주 신어 편한데 전통 꽃신은 불편하다? 양말과 서양식 구두에 길든 세대를 위한, 한복과 어울리면서도 현대적인 신은 없을까.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2. 평범한 조명은 싫다. 한국에만 있는 재료를 쓰고 싶다. 미래적인 느낌까지 나면 금상첨화. (디자이너 박진우)

    전통적 소재와 미래지향적 형태. 두 화두 사이에서 고심하던 이들 디자이너의 고민 해결사는 장인(匠人)이었다. 김씨의 고민은 제화 분야 대한민국 명장 1호 김영만씨를 만나 '매죽굽 꽃신'으로 탄생했다. 매화와 대나무 모양 굽에 비단으로 몸통을 감싼 하이힐 형태 꽃신이다. '한국에만 있는 조명'을 원했던 박씨의 희망은 갓으로 만든 LED 조명 '현인의 그림자'로 실현됐다. 갓 장인 박창영씨를 통해서였다.

    전통은 지루하다? 디자인은 겉멋이다? 때로 평행선 같은 전통과 디자인이 편견을 깨고 서로 만났다. 주선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했다. 지난 3월부터 진흥원이 실시한 '의궤 속 공예―전통공예와 문화의 재해석'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인과 디자이너 16명이 2인 1조가 돼 협업한 작품 8점이 최근 베일을 벗었다.

    (사진 왼쪽)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씨와 제화(製靴) 장인 김영만씨가 함께 만든‘매죽굽 꽃신’. 대나무 모양 뾰족한 굽에 매화가 달렸다. 비단으로 몸통을 감싼 하이힐 형태. "전통 꽃신도 아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오른쪽 사진)디자이너 박진우씨와 장인 박창영씨가 갓을 이용해 만든 조명‘현인의 그림자’<위>. 건축가 이광만씨와 소목장 심용식 씨가 창호를 한옥처럼 못질 없이 끼워 만든‘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장인의 손기술과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결합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씨는 매듭장 김은영씨와 함께 전통 매듭을 활용한 조명을 만들었다. 하씨는 "매듭이 생겨난 과거엔 호롱불만 있었다. 조명이라는 현대 기술의 산물에 매듭이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건축가 이광만씨의 '궤'는 소목장 심용식씨와 머리를 맞대 만든 작품이다. 납작한 전통 창호 여러 개를 못질 없이 끼우는 한옥의 맞춤 방식을 통해 입체적인 궤로 만들었다. "2차원의 과거를 3차원의 현대로 바꾸는 게 목표였다"는 설명이다.

    임금이 앉았던 용상(龍床)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생각하는 사람의 의자(Thinking man's chair)'는 디자이너 오준식씨와 소목장 김창식씨의 합작품. 김씨는 "작업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견해차가 있긴 했지만 용상이 현대적인 디자인을 만나 세련되게 변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마미체(馬尾篩·말 꼬리털로 만든 체)는 조명으로 변신했다. 마미체 기능전수자 백경현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재우씨의 감각이 잉태한 작품. 모듈로 돼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붙일 수 있다. 석장 이재순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씨가 만든 조형물 '천록', 옻칠장 정수화씨와 디자이너 정승희씨의 합작품 '옻칠 휴대폰 케이스'도 있다.

    디자이너 김영진씨는 "해외 명품브랜드 대부분이 수공 장인이 만든 것"이라며 "전통 기술자들이 현대적인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화하는 과정을 돕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했다. 장인과 디자이너가 빚은 8점의 작품은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문의 (02)733-9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