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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건축이 도시문화를 바꾼다] 현대건축에 되살아나는 '한옥의 멋'

[건축이 도시문화를 바꾼다] 현대건축에 되살아나는 '한옥의 멋'

다양한 기능 담은 설계기법 선봬
한옥호텔 '라궁'·남산국악당 등
새로운 공공건축 양식 가능성 제시
황정수기자 pao@sed.co.kr
입력시간 : 2011.10.04 16:31:10
수정시간 : 2011.10.05 17:06:27

'우리 시대의 한옥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최근 전통 주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옥에 대한 재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 주거와 접목한 한옥 건축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지난 2009년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 본상을 받은 '집운헌'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지어진 '현대 한옥'의 전형이다. 철근콘크리트구조 지하부에 전통 목구조를 구현한 지상부가 올려져 있는 구조다. 지하는 주차장ㆍ서재ㆍ수납공간이 있다. 지상은 침실ㆍ거실ㆍ주방 등 생활공간으로 구성됐다. 전통 창호와 현대적 시스템창호를 동시에 사용하는 등 단열ㆍ방음 등 기본적인 현대 주택의 기능을 수행하며 전통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옥은 주택뿐 아니라 호텔ㆍ전시장 등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ㆍ주제ㆍ기능을 담아내는 '새로운 한옥설계'로 이어지고 있는 것. 2008년 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전통한옥호텔 '라궁'은 전통적인 조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적용한 '새로운 전통적 격식의 공간'이다. 숙박동은 궁이나 절의 회랑과 도시한옥 유형을 결합해 구성됐다. 객실 내부에는 누마루를 둬 조경과 수경 공간을 조망하는 것을 쉽게 했다. 입구 관리동은 2층 규모 요사체와 높은 회랑을 결합해 건축했다.

서울 중구 필동 '서울남산국악당'은 훌륭한 한옥건축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으며 2009년 사회공공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매표ㆍ관리실, 공연장 입구동, 국악체험실 등이 마당을 둘러싼 'ㅁ'자 구조다. 공연장은 창호지를 받은 전통 창살무늬 창호를 사용해 '한국의 멋'을 담았지만 조명이나 음향조절의 효과도 우수하다. 인근 한옥마을, 놀이마당, 남산 지세와 조화를 이루면서 한옥이 공공건축으로도 훌륭한 양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건축이 도시문화를 바꾼다] <6> 단독주택
자연환경과 조화 이루면서 가족애 담은 도심속 예술품
삼각형 부지에 지은 '반포577'… 국도변에 입지한 '루트하우스'…
주택을 예술로 승화시켜 찬사
마당 접근성 돋보인 '연하당' 가족의 소중함·배려심 깨닫게·
황정수기자 pao@sed.co.kr


건축물의 역사는 개인 주택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나무ㆍ돌 등 자연의 일부분을 이용해 자연 속에서 개인의 안락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구가 건축을 있게 한 근원이다. 현대 단독주택 건축에도 이 같은 가치가 반영되고 있다.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개인의 의식주 해결에 대한 건축주의 고차원 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현대 단독주택은 지난 20년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명단에 숱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건축미가 한껏 발휘된 단독주택들은 개인 공간에 머물지 않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도심 속 소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독주택, 건축주와 건축가의 조화가 빚어낸 예술=단독주택은 의식주의 기본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가족의 삶이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건축주는 단독주택이라는 개인의 공간에 삶의 가치를 투영하고자 건축가에게 개성 있는 건축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된다 한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욕구를 받아들이고 주변 자연환경과 잘 조화되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단독주택을 승화시키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한 건축가는 단독주택 건축에 대해 "참으로 어렵지만 즐거운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9년 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주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서울 서초 반포동 '반포577'은 건축주의 요구, 주변 환경, 건축가의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157㎡ 삼각형 부지 형태, 3면을 4층 이상의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이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 따른 프라이버시 확보 등 어려운 문제를 이겨내고 주택을 예술로 승화시켜 전문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맞은편 주택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2차원에 머물던 거주자의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는 독특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8년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 본상을 수상한 '루트하우스'도 국도변이라는 특이한 입지, 건축주의 '비벌리힐스와 강원도 유년시절의 추억'이라는 이색적인 요구를 조화시켜 단독주택을 '작품'으로 격상시킨 사례다. 건축가는 루트하우스의 '언덕'을 마당ㆍ옥상ㆍ발코니의 기능까지 담당하도록 활용했다. 지붕과 언덕을 푸른 잔디로 해 자연과의 조화도 이뤘다. 전통적인 모습과 더불어 1층위에 2층이 없고 바로 3층으로 연결되는 현대적인 구조를 만들어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을 잘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박하게 지내는 부부의 삶과 학습하는 공간이 중심이 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2010년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작 '박학재'는 교수 부부인 건축주의 개성과 특징이 잘 반영된 단독주택이다. 미술관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와 함께 '수입777(2005년 우수상)' '오름: 묵방리 주택(2006년 대상)'도 자연의 흐름과 건축주의 개성을 담은 단독주택 건축으로 평가된다.

◇'가족'의 중요성을 간직한 단독주택=한국건축문화대상이 발견한 단독주택에서는 세대 간 분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2004년 본상을 받은 '연하당'은 서울 성북동의 3층짜리 단독주택이다. 공동 생활공간인 중앙 부문 마당은 실내 어느 곳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마당을 둘러 싼 유리창을 통해 반대편에 공간에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입구를 부모실의 출입구인 계단 앞에 배치해 부모와 자녀와의 만남이 자주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가족'에 대한 배려다. 2007년 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작인 '양익재'는 마을 토박이로 2남3녀를 키워낸 노부부를 위해 자녀들이 지어준 '가족 공간'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주변 이웃에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소박하게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노부부와 자녀의 생활패턴에 맞춰 '미적 가치는 갖췄지만 겸손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