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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장윤옥의 창] K-POP 열풍과 플랫폼 생태계

[장윤옥의 창] K-POP 열풍과 플랫폼 생태계
장윤옥 IT정보화부 부장

장윤옥 기자 ceres@dt.co.kr | 입력: 2011-06-19 20:32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POP 공연은 유럽에서 우리 음악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우리 가수들이 선보인 합동 무대는 1만4000여 유럽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문화선진국으로 콧대를 세우던 유럽인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며 환호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다 못해 충격이었다.

K-POP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그 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세계적인 플랫폼의 부상이다.

유투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글로벌 규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튠즈 같은 온라인 음악배급시스템이 K-POP의 세계적인 전파에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홍보하고 공급하기 어려웠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많은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적은 돈과 노력만으로도 전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K-POP의 열풍은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춘 우리 가수들이 세계적인 플랫폼을 만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는 물론 최근 모바일 게임이나 몇몇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이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수혜를 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 있고 우수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플랫폼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점은 아쉽다.

최근 IT업계 플랫폼 경쟁의 포인트는 누가 먼저 미지의 땅에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느냐, 누가 더 많은 이용자와 우군 기업을 자신의 플랫폼에 끌어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전의 플랫폼은 공급자 입장에서 기존의 영향력과 힘을 바탕으로,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튼튼한 장을 만들어놓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소니와 도시바는 비디오 표준을 놓고 한 치의 후퇴도 없는 전쟁을 벌였고 그 전쟁에서 진 기업은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정 기업이 아무리 튼튼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꾸준한 발전을 통해 이용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그 플랫폼은 힘을 잃고 만다. 다양한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제공하는 기업이 더 많은 이용자를 만날 수 있고 튼튼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들이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애플은 음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아마존은 도서와 출판 분야의 플랫폼을, 구글은 광고분야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 그 플랫폼의 범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도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협력과 상생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상품에 어떤 콘텐츠나 상품을 결합해야 시너지가 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플랫폼을 고민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 보다는 내가 공급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해왔다. 그룹 중심의 선단식 사업구조는 이같은 폐쇄적 플랫폼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누구나 참여해 K-POP 같은 성공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은 만들지 못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이용자의 입장에서 상생의 플랫폼 생태계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미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포진해있지만 플랫폼은 다양한 층위가 있고 이용자의 요구사항도 변한다.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K-POP의 신화를 탄생시킬 수 있느냐는 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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