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인터뷰/전문가

[박성희 칼럼] 문화콘텐츠, 국력이요 국격이다

[박성희 칼럼]

문화콘텐츠, 국력이요 국격이다

드라마에서 K팝으로 진화한 한류
세계시장 휘어잡게 재정 확충해야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매년 '세상을 떠난 유명 인사의 연소득'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 1위는 2억7500만달러(3069억원)를 번 마이클 잭슨.저작권료와 콘서트 영화 '디스 이즈 잇' 및 기념품 판매 수익을 더한 액수다. 2위는 1977년 세상을 떠난 엘비스 프레슬리로 6000만달러를 올렸다. 13명 가운데 문화인이 아닌 사람은 아인슈타인과 뉴욕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베르너뿐.프레슬리는 10년간 빠지지 않았고 만화가 찰스 슐츠와 비틀스 멤버 존 레논도 꾸준히 오른다.

문화콘텐츠의 힘은 이처럼 무한하다. 파급 효과는 더하다. '반지의 제왕'은 영국엔 저작권료,미국엔 영화 판매 수입,뉴질랜드엔 관광 증진 효과를 가져다줬다. '트랜스 포머' 덕에 쉐보레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다는 가운데 '해리 포터'시리즈는 상영 중인 종결편(8편)까지 더하면 총 74억달러(7조8000억원)의 수입을 거둘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문화 한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류 바람이 분 건 2000년.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진 H.O.T 공연과 보아의 일본 진출이 시작이었다. 가요에서 태동된 한류는'겨울연가'와 '대장금' 등 드라마로 이어졌다. 덕분에 베트남과 중국 등에선 한국 화장품이 불티나고,이라크와 이란에선 한국산 소비재 수출이 급증했다.

드라마 인기가 주춤하면서 가라앉는 듯하던 한류는 K팝으로 되살아났다.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에 이어 지난 6월10일과 11일 'SM타운 라이브'의 파리 공연이 성황을 이루면서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K팝 공연을 요구하는'플래시몹'이 성행한다고 할 정도다. 바람은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도 분다. '뽀로로'는 세계 110개국에 수출된 데다 연간 로열티만 120억원에 이른다는 마당이다.

놀라운 성과는 거저 생긴 게 아니라 20년 가까운 투자의 결과다. 정부는 1994년 문화부에 문화산업국을 신설한 뒤 2000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정비했고,애니메이션산업과 영화산업 중장기 발전 전략 및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 방송사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 같은 이도 뛰었다. 국가적인 인프라 구축에 민간의 노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한류를 중심으로 한 우리 문화콘텐츠의 온도는 현재 섭씨 99도다. 1도만 더해주면 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는 사회통합 · 외교 · 교육 · 복지 ·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계산하기 힘든 유 · 무형의 가치를 갖는 만큼 예산을 2%만 늘려줘도 20%를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콘텐츠 시장은 1조3200억달러로 자동차(1조2000억달러)와 정보기술(8000억달러) 분야를 뛰어넘는다. 연평균 성장률도 5%대다. 그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올해 문화부 재정은 기금을 포함해 3조4557억원.정부 재정의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문화 재정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관광(9207억원) 체육(7797억원) 등에 밀려 콘텐츠 분야는 0.16%인 4868억원으로 '아바타' 제작비(53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문화콘텐츠가 차세대 먹을거리이자 성장동력이란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재정 투자면에선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콘텐츠산업은 고용유발 효과면에서 제조업에 앞선다. 10억원 투자 대비 고용유발 효과만 해도 자동차는 7.54명인 반면 문화산업은 12.11명이다. 특히 20~30대 종사자가 80%를 차지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에서 K팝으로 진화한 한류가 세계시장을 휘어잡자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을 확충,콘텐츠의 바탕인 스토리 창출을 위해 글값도 올려주고,기획 제작 및 지식재산권 획득과정을 R&D로 인정하는 개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K팝 돌풍의 주역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997년 기획사를 세우며 다짐했다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게 틀림없다. "혼자 꿈꾸면 한낱 꿈이지만 모두가 꿈꾸면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
 
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