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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의 ‘마지막 마법’

해리포터의 ‘마지막 마법’

최종편 런던 시사회에 8000명 몰려
“내 삶의 일부와 작별” 아쉬움

경향신문 | 이지선 기자 | 입력 2011.07.08 21:23

"책, 영화뿐만 아니라 유년 시절과도 이별입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 의 야외시사회가 열린 7일 오전 7시쯤(현지시간). 비가 부슬부슬 내려 온통 회색빛인 런던 중심 트라팔가 광장 인근의 카페에 간단히 아침을 때우려는 추레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손에는 베개와 쿠션을 들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호그와트 마법학교 망토를 걸치고 있고, 이마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원작자 J K 롤링의 이니셜 'JKR'를 써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독특한 행색의 젊은이들이 광장 주변에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부터다. 영국뿐 아니라 중국, 아르헨티아, 호주,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다. 이들은 길게는 일주일 넘게 트라팔가 광장에서 노숙을 자청했다. 시사회 당일 트라팔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약 8000명.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로린 힐(18)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3일 동안 잠을 못자서 힘들지만 100%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졸라 광장에서 머물렀다는 올리버(14·스웨덴 헬싱보르크)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마치 삶의 일부에 작별을 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트라팔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해리포터 세대'라고 불렀다. 1997년 롤링의 첫 소설이 출판되고 2001년 해리포터의 첫 영화 시리즈가 만들어진 이후 10여년 동안 이들은 해리포터의 마법과 함께 성장했다. 라이스(18)는 "우리는 해리포터 세대로 커왔다. 다섯살 때 처음으로 읽은 해리포터가 이제 끝난다고 하니 어린 시절이 끝나는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바네사 마라스코(24)는 1년 동안 대학을 휴학하고 돈을 모아 호주 멜버른에서 날아왔다. 운좋게 주인공의 한사람인 론 위즐리 역의 배우 루퍼트 그린트를 아이폰으로 촬영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여기는 나 스스로와도 작별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시사회는 사상 처음으로 레스터 광장과 트라팔가 광장 두 곳에서 진행됐고 두 광장 사이 1.2㎞ 구간에는 레드 카펫이 놓였다. 팬들은 이 길을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가 해그리드 교수를 따라 이상한 술집으로 들어갔을 때 벽돌이 스스로 움직여 만든 마법의 길 '다이애건 앨리'라고 불렀다.

9~11세에 연기를 시작해 해리포터 캐릭터들과 10년 동안 인연을 맺은 배우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헤르미온느의 삶을 살았던 것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포터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10년 동안 해리포터와 함께해 준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그린트는 "이 영화는 내 삶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작가 롤링은 "수년 동안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주고 이처럼 비에 젖은 트라팔가 광장에서 캠핑을 해준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을 시작으로 한 7권의 해리포터 소설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4억권 이상 팔렸고 7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64억달러(약 7조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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