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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경제자본서 문화자본으로 이동하는 시대 살아

이어령, 경제자본서 문화자본으로 이동하는 시대 살아
 
현인정 기자
 
 

이어령(77) 초대 문화부장관은 28일 "우리는 경제자본이 문화자본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문화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재정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문화재정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의 기조 강연에서 "자본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특히 문화가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다. 문화자본의 불평등함이 계급사회를 만들고 결국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근대 경제에서는 산업화에 따른 돈이나 물질이 이윤이었지만 이제는 사랑, 존경, 자기만족이 이윤으로 여겨진다"며 "그런데 문화자본을 갖지 못하는 계층이 생기고 문화귀족이 나오면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문화자본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정책의 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재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도 기준 우리나라 문화 관련 예산은 3조4천500억원으로 전체 재정의 1.12%에 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장관은 "우리 사회에는 1℃ 모자라 끓지 못하는 부문이 많다"며 "이미 99%가 만들어진 분야에 문화부가 1%를 도와주면 끓을 수 있다. 예산을 2%만 늘려줘도 20%를 올려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때 신무기인 기관총이 등장했지만 지휘부가 이전 형태의 전투방식인 일렬 대오를 고집했다가 많은 엘리트를 잃었고 결국 국력이 쇠퇴하게 됐다"며 "문화정책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이유로, 빨리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에 밀려 문화부 예산이 가장 먼저 깎이곤 하는데 생선을 주는 게 사회복지라면 생선을 잡는 요령을 알려주는 게 문화복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빌려 신체자본, 물적자본, 제도자본 등으로 구성된 문화자본의 3가지 형태를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은 "교양과 어릴 때 본 그림 같은 집안 분위기 등 신체 자본은 수학적으로 계량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집안을 예로 들었다.
치과의사인 주커버그의 아버지가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무통 치료'를 내세운 것을 소개하면서 주커버그는 이런 집안의 교양을 상속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사람들은 페이스북만 부러워할 뿐 주커버그가 집안에서 어떤 문화자본을 물려받았는지 주목하지 않는다"며 "사회가 세 살까지만이라도 어린이의 지식, 교양 등을 배려한다면 더욱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 문화예술인이 공감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문화는 사회통합적, 외교적, 교육적, 문화복지, 경제 등 다양한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정부의 문화콘텐츠 산업 예산은 4천8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1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세계 콘텐츠 산업에서 2.2% 규모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뒷받침하면 5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는 문화재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1/07/02 [18:15]  최종편집: ⓒ n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