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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저작권 다시 생각하기 / 김한민

[문화칼럼] 저작권 다시 생각하기 / 김한민
김한민
문화계간지 <1/n>
편집장·작가
한겨레
» 김한민
창작자들을 자주 접하는 일의 특성상, 창작물과 저작권 문제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많다. 생각해보면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적 재산권 후진국이다’, ‘우리 사회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곧잘 매체들에 오르내리곤 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의식 있는 행동이었고, 국가적으로도 저작권법을 강화하는 것이 ‘문화 콘텐츠 선진국’으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었다. 이런 생각들은 지금도 의심할 여지 없는 상식으로 통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 상식에 균열을 가하는 움직임들도 있어 왔다.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저작권의 본질,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의 독점적 저작권에 대한 반성이 일게 되었고,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 ‘리눅스 운동’ 등이 (국내에서는 미미하지만) 퍼져 나갔다.

기존 오프라인 저작물들의 저작권과, 지식의 나눔과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상의 저작권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간단치 않다. 소설을 써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소설가의 경우는, 소설가와 출판사 모두 처음부터

영리추구를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을 때

그것은 유통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거니와 영리 목적보다는 콘텐츠가 널리 퍼지기를 희망했을

가능성이 많다. 이 두 경우에 동일한 범위의 저작권을 적용해야 하는가?

다른 질문. 지금의 저작권 제도가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나? 실제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욕을 고취하려는 본 취지에 부합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창작자들이 힘들게 만든 저작물에

 대한 이익을, 소수의 대형 유통업체나 매니지먼트 회사가 기형적으로 독점하는 메커니즘을

보호하고 있는가?

이런 맹점에 대한 비판은 독점적 저작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에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입법화하기 위해 애쓰는 스웨덴의 ‘해적당’ 당원이자 유럽연합 소속 의원이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물론, 창작자들도 지금의 저작권 제도를 수호하는 것만이

 창작자들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현 저작권 제도가 절대다수의 무명

 창작자들보다 극소수의 스타들 혹은 대형 자본을 갖춘 회사들한테 유리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다수의 무명 창작자들은 그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고 지금의 제도를

옹호한다는 점,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작권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을 오히려 창작자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옹호하고 도움 주려는 자를 비난하는 꼴이다. 그들은 ‘힘들게 창작해서 공짜

뿌리라는 얘기냐’고 반문한다. 물론 아니다. 저작권법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 운동’이 시작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가고, 2006년부터 웹표준 운동을 벌여온 ‘오픈웹

운동’도 올해로 5돌을 맞는다. 정보와 지식 공유의 진정한 의미와 그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이다. 하지만 창작자들부터 자신들의 진짜 권리와 이익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장기적

으로 사고하며 여론을 모은다면, 온오프라인 매체의 고유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좀더 합리적이고 본 취지에 충실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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