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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지식자본형 기업구조 만들자

[DT 시론] 지식자본형 기업구조 만들자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 경희대 국제ㆍ경영학부 국제학과 겸임교수



입력: 2011-03-24 19:52
[2011년 03월 25일자 23면 기사]

17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일어난 유럽 각국의 산업혁명 당시 토지를 공장용으로 재빠르게 바꾼 영주들은 자본주의사회로 전환되면서 자본가로서 사회적 선두계층의 명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영주들은 도태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지금 지식자본사회의 진입초기라 할 수 있다. 과거 유럽 각국의 산업혁명과정은 현재 과도기의 우리나라 실정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즉 자본가로 탈바꿈한 영주들처럼, 우리나라 기업들도 새로운 구조로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삼성의 휴대폰 판매 점유율은 20%가 넘지만, 애플의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익점유율을 비교하면 애플이 40%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시대와 지식자본사회의 기업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CDMA제조업체인 삼성과 LG는 퀄컴에 수조원대의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으나 애플은 단 한푼도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만의 휴대폰제조사인 폭스콘에 대신 특허료를 지불하게끔 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원을 벌면 80원을 로열티로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생소하지 않다. 특허수입을 살펴보아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과 IBM은 작년 미국시장에서 각각 4500건에서 5900건의 특허를 출원하였으나 특허수입으로 보면 IBM이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삼성은 미약한 수준의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

와세다대학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인텔 인사이드, 애플 아웃사이드라는 표현을 하며 한국이나 일본의 기업들이 핵심분야에 집중하거나, 완제품을 만들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조하라는 주문을 한다. 한국을 방문한 워런 버핏이 삼성전자와 같은 IT분야에는 투자하지 않고 포스코나 기타 스몰캡 회사에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활동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의 투자철학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수익률)가 좋은 회사이다. 결국 100원을 벌어 80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비즈니스 혹은 회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하여 OEM부터 시작하겠다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의 전략이 시기적절한 선택이었는지는 두고 볼 문제이다.

비단 대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산업생태계가 대기업위주로 되어있는 국내 현황은 시스템도 어쩔 수 없이 대기업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이 주로 `대기업 맞춤형'에 그치고 만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약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판단하여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한 외국계 전략컨설팅회사 임원은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경험했다고 한다. 리서치를 하는 도중 타 컨설팅업체의 모든 비슷한 프로젝트들의 결과물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모아지고 장점만을 뽑아 결과를 도출하는 이른바 아이디어 베끼기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PEF(사모펀드) 중 지적재산권 관련 펀드가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펀딩을 통해 돈을 모으고, 관련있는 IP(Intellectual Property)를 인수하여 그 침해여부를 조사하여 공격하고, 타협하는 새로운 개념의 투자방법 혹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산업자본사회에서의 소극적인 대처에서 지식자본사회에서의 적극적인 대처로 전환하는 사례다.

기업구조는 환경에 따라 변해야 한다. 사람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산업자본시대에 방어적인 IP정책을 썼다면, 최근의 지식자본사회에서는 공격적인 정책을 통해 부가가치창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지진이 발생한 일본의 경우,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대부분 국내시장만을 타깃으로 하여 지적재산의 효율적 운영이 되지 않았다. 일본으로서는 잃어버린 20년이 발생한 큰 원인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특허와 아이디어, 기술과 같은 지식자산의 활성화는 현재진행형으로 도래하고있는 지식자본사회의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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