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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21세기 도서관의 미래는?

    

21세기 도서관의 미래는? 제36회 융합카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 2011년 03월 17일(목)

흔히 도서관은 인류지식의 총체라고 불린다. 10만년 전 구강언어를 갖게 된 인류는 구강언어를 모사한 문자의 발명을 통해 문화를 문명으로 발전시켰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이나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쓰인 지식은 도서관이라는 지식의 보존 공간을 통해 시공을 넘나들며 인류의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도서관에 보존된 인류의 지식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또다시 도서관의 진화를 낳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종 디지털 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도서관’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국립중앙도서관의 800만권 가량의 도서는 수십개의 CD롬으로 압축해 보관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손 안에서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혹자는 도서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종이를 대체해 디지털 미디어에 정보를 담아 더 이상 공간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디지털을 비롯한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도서관이 갖는 물리적 특성은 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도서관이 소장한 책은 그러한 물리적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 책의 가치를 다른 전자매체가 전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1세기 도서관의 미래는? '과학, 도서관을 말하다' 융합카페 개최

지식기반사회인 21세기 도서관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과학기술이 가져 온 도서관의 변화 된 모습은 또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과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우진영)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소재 국립중앙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제36회 융합카페 “과학, 도서관을 말하다”를 통해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윤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도서관의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에 기인했다”며 “도서관과 과학기술, 미래사회와 정보흐름 등의 토론을 통해 참가자 모두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우진영 관장은 “지식정보의 내용에 있어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 분야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지식정보를 담는 형식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있다”고 말했다.


이날 융합카페에서는 IT기술이 도서관을 스마트하게 만들었는지, 스마트한 도서관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잘못된 정보를 다수가 공유하게 될 때 발생하는 문제점 등 과학과 도서관이란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 산업디지인학과 조택연 교수는 ‘정보보존 공간에서 지식생산 공간으로, 스마트 도서관’이란 발제를 통해 21세기 미래사회 도서관의 모습을 ‘스마트’란 용어로 설명했다. 스마트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개념이다.

이를테면 스마트 도서관 시대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 각 자치구에 소재한 주민자치센터가 각각의 스마트 도서관이 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들 주민자치센터와 시민들을 연결해주는 멘토(mentor)의 역할을 담당한다.

융합지식 창출하는 지식생산의 공간

주민자치센터를 스마트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면 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의 수는 비약적으로 증가된다. 개인의 집이나 직장 등 자신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인근의 자치센터를 방문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은 지식의 축적을 향유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지식을 보다 많이 공유할 수 있다.

조 교수는 “21세기의 도서관은 정보가 보존되고 모이며 결합되어 새로운 지식으로 합성되는 보다 능동적 지식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도서관이 지식을 보존하는 지식창고의 개념이었다면 21세기의 도서관은 보관된 지식에서 한 발 나아가 창의적이며 융합적인 지식을 창출하는 지식생산의 공간이라는 얘기다.

학문과 학과 간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융합 환경은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도서관에 축적된 정보의 전달 형태도 인쇄물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거쳐 모바일로 변하고 있다. 논문의 저자가 논몬의 초록을 설명하는 비디오 저널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셜 서비스도 태동하고 있다.

논문 접근 빈도와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의 경우 기존의 종이매체에 비해 전자저널 등 디지털 콘텐츠를 중시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도서관의 기능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서비스실 최현규 실장은 “이러한 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 등 유명 대학들은 이미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제휴 강화, 교육 및 학술연구에 적합한 오픈액세스 공동프로그램 운영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 실장은 ‘연구자간 지식 공유 및 소셜네트워크 구성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과학연구자의 연구생산성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제시할 것인가’, ‘스마트 고객의 정보이용 행태 변화에 맞춘 서비스를 어떠해야 하는가’, ‘내가 원하는 기술과 정보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등 외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도서관의 대응과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이 도서관의 발전을 견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과학기술이 도서관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서관이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책이 없어도 전자매체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쇄매체로 대변되는 구텐베르크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미 도서관에서 낭독회나 콘서트가 상당수 개최되고 있다.

과학자와 인문학자 등 서로 다른 학문 간 소통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도서관은 이를테면 융합지식이 꽃을 피우는 창의의 장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을 도서관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기술자체에 인문학자의 상상력을 맞추라고 주문하면 소통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백승국 교수는 “도서관은 융합지식이 생겨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자들은 보다 유연한 마음으로 인문학자들과 소통하고 인문학자들똑같은 마음으로 과학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3.1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