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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성공신화 뒤엔 벤처캐피털이 있었다

구글 성공신화 뒤엔 벤처캐피털이 있었다

 

창업기업에 자금ㆍ경영ㆍ인맥 전방위 지원

국내선 자금운용기간 짧아 민간투자 부진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 선순환구조 급선무

 

박상훈 기자 nanugi@dt.co.kr | 입력: 2011-03-01 19:49

 

■ 창간11주년특집 - 스마트금융

 

1900억여달러(214조원).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분의2가 넘는 거대 기업이자 `구글링(googling)'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로 구글의 시가총액이다. 구글은 지난 1998년 지인의 허름한 차고에서 창업한 후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업체로 성장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젊은이는 벤처신화의 아이콘이 됐고 구글의 성공사를 분석한 글과 책들이 잇달아 발간됐다.

 

그러나 구글의 성공 스토리 속에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쿼이아 캐피탈, 두 회사의 이름은 그 역할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창업 초기 구글의 두 창업자는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썬의 공동창업자인 앤디 벡톨사임에게 투자받은 10만달러는 물론 개인적으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끌어온 자금도 바닥이 난 상태였다. 구글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두 회사의 이름은 바로 이 드라마틱한 시기에 등장한다. 이들은 가능성있는 신생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체다. 1999년 7월 두 회사는 구글에 1250만달러씩 총 2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자금을 수혈받은 구글은 2004년 상장, 2006년 세계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 인수, 2007년 디지털 마케팅 업체 더블클릭 인수 등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구글ㆍ인텔ㆍ애플 성공 뒤엔 `그들'이 있다=이처럼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다른 기업들의 경우도 창업초기 벤처캐피탈과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인텔과 애플컴퓨터에 투자한 아서 럭은 PC 시대를 연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고 토마스 퍼킨스가 세운 KPCB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아마존 등에 투자하면서 인터넷 시대를 개척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이후 미국이 누린 경제호황의 출발점은 벤처캐피탈의 수혈을 받은 벤처기업들이 세계적인 IT 기업들로 성장하면서 본격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벤처의 성공모델로는 미국의 경우가 가장 손꼽힌다. 미국은 엔젤 투자가 활성화돼 있고 특히 벤처캐피탈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원한다.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뛰어넘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벤처캐피탈의 역사는 창업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과 경영, 인맥을 모두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투자자의 구성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는 일반 벤처캐피탈에 대한 개인과 기관투자 비중이 평균 95%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초의 벤처캐피탈이 생겨난 것은 1970년대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은 1986년 창업지원법을 통해 관련제도가 정비되면서부터다. 벤처투자에 대한 역사가 짧고 무엇보다 어떻게 기업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이 취약하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국내 벤처투자에서 정부 출자 비율은 28%로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한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의 차이=외국과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 차이는 양국의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의 변천사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04년에 창업한 페이스북은 불과 7년만에 전세계 6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기업가치가 500억달러(56조원)를 돌파했다. 반면 1999년에 창업한 싸이월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됐고 창업멤버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싸이월드는 여전히 국내 대표적인 SNS지만 페이스북의 성공에 비하면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의 차이를 결정지은 것이 벤처캐피탈이었다고 진단한다. 페이스북은 창업초기 피터 티엘에게 5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티엘은 페이스북 창업자에게 연구개발에 매진하도록 환경을 보장하는 한편 비즈니스 관련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였던 티엘은 페이스북이라는 아이디어를 거대한 시장으로 바꾸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벤처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국내 벤처기업 수는 2월말 기준 2만5000개를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를 `제2의 벤처붐' 조성 원년으로 정하고 다양한 벤처기업 지원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벤처 이전에 벤처 자본의 순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국내 벤처에 대한 민간투자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창업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기간보다 자금운용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즉, 투자조합의 평균 존속기간은 5년 정도인 반면 단일 기업이 창업해서 코스닥 상장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투자 회수 시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은 업력 7년 이하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투자 회수수단이 기업공개(IPO)로 한정돼 있는 것도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것은 2008년 6개, 2009년 12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또다른 핵심 요인이다.

 

◇투자 확대를 위한 세가지 해법=따라서 전문가들은 민간 벤처캐피탈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벤처기업들의 IPO가 활발해지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신성장동력 및 녹색산업에 대한 코스닥 상장을 지원하고 프리보드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금 회수의 수단이 없다는 지적 관련해서 업계에서는 투자 자금에 대한 중간 회수시장을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회수 비중이 평균 78%에 달한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95%, 즉 거의 전부가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초기 벤처가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다가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장진입 단계에서 관련시장에 있는 기존 선도기업과의 협력이나 합병을 통해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 정부가 일정 정도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며 M&A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벤처기업과 대기업간의 협상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모니터링하는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투자 관행 변화도 요구된다. 미국 벤처캐피탈 업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경영 전반에 대해 코칭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이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선정, 기술개발과정에서의 협력, 관련정보의 네트워크 구축, 개발 이후 M&A 또는 기술의 상용화 등 모든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성공적인 성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여전히 매력적인 항해=본래 벤처캐피탈은 중세 유럽의 향신료 무역에서 시작됐다. 당시 후추는 금과도 맞먹을 만큼 고가의 상품이었다. 인도의 후추를 유럽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배 한 척당 10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먼 항해동안 배가 난파당할 경우 그 피해는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것이었고 결국 여러 사람의 투자금을 모아 물건을 사고 중계무역을 통해 이익을 남겼던 것이 오늘날 벤처캐피탈로 발전해 온 것이다.

 

2011년 정부와 시장은 다시 한번 `벤처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이 부족하고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IMF와 같은 사태를 다시 겪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으로서 벤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창업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은 때때로 상당한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이를 시장으로 끌어내 현실화시키는 것은 여전히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이다. 과거 난파의 위험을 뚫고 세계의 바다를 헤치고 나가야 했던 것과 모험의 무대만 달라졌을 뿐 치열한 생존경쟁은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제2 벤처붐'의 성패가 결국 벤처 자본의 물고를 어떻게 터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 자본의 핵심은 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서도 시장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현실에서는 장외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벤처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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