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비스/C-IP

"제도개선·네트워크 확충·엔젤교육 필요"

"제도개선·네트워크 확충·엔젤교육 필요"

[좌담회 전문] '벤처 육성을 위한 엔젤투자 활성화 방안'

편집자주|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국내 엔젤투자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습니다. 초기기업과 벤처캐피탈간 '브릿지캐피탈' 역할을 했던 엔젤투자가 줄어들면서 벤처 생태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와 더벨, 한국경영컨설팅협회는 건전한 엔젤 투자 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벤처 육성을 위한 엔젤투자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엔젤 네트워크 구성 △올바른 엔젤투자 교육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더벨|이 기사는 12월24일(18: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좌담회 참석자 : 강동석(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이사), 남대우(전 신보창업투자 대표이사), 양정규(아주IB투자 대표이사), 유효상(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장병규(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본엔젤스 대표이사)
◆사회 : 정옥래 한국경영컨설팅협회 기획조정실장

image

▶사회 = 아직 국내에선 비즈니스 엔젤을 포함한 엔젤투자에 대한 의미, 벤처캐피탈과의 역할분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유효상 = 최근들어 비즈니스 엔젤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개념은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간단히 살펴보면 엔젤은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사이의 브릿지 캐피탈로 보면 맞다.

image
포괄적인 의미로 따지면 우리나라에도 엔젤투자자는 많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많다. 쉽게 생각하면 벤처기업가에게 투자한 지인이나 친구 등도 넓은 의미의 엔젤투자자다. 하지만 비즈니스 엔젤은 의미가 다르다.

투자자는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비즈니스 엔젤은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을 노리고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다. 금전적 이익에 더해 무언가 다른 것을 투자하는 사람이다. 전략적 투자자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을 경영하다 매각해 자본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다시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를 비즈니스 엔젤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전략적인 고려를 가미해 투자를 결정한다. 상당히 조직화돼 있다. 숫자도 많다. 하지만 국내에선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가 유일한 비즈니스 엔젤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 = 비즈니스 엔젤의 성공사례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남대우 = 신용보증기금과 신보창투에서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하면서 엔젤투자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사회에 봉사하는 차원에서 '상지경영컨설팅'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비즈니스 엔젤인 셈이다. 이후 몇 몇 업체에 투자를 집행했다. 단순히 자금만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의 경영을 위한 컨설팅도 직접 맡았다. 지식, 경험, 네트워크 등도 지원했다.

image
이 중 2000년에 투자한 제조업체 한 곳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투자 당시 회사의 자본금이 1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해 79억원으로 늘었다. 재무적 안정을 위해 이익이 발생해도 배당을 유보시켰다. 회사를 위한 판단이었다. 2009년엔 자본금이 1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투자자로 참여한 이후에도 "코스닥에 상장하라"는 등의 경영 간섭은 하지 않았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땐 사장과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현재 이 회사의 수출규모는 1000만 달러 수준이다.

▶사회 =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은 탄탄한 엔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조직적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할 내용도 있을 것 같다.

▶ 양정규 = 엔젤투자라는 말 자체가 미국에서 나왔다. 1978년 뉴햄프셔의 센터포벤처리서치(Center for Venture Research)에서 벤처기업들을 조사하면서 만든 말이다. 아이디어 단계의 회사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기 전까지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엔젤투자다.

image
미국이나 유럽의 비즈니스 엔젤은 이미 벤처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고 매각까지 한 엔지니어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비즈니스 엔젤로 기업에 투자해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고 실행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엔 엔젤 벤처캐피탈협회(AVCA, Angel Venture Capital Association)가 있다. 지난 해 기준으로 170개 그룹들이 가입됐고 22개 기관도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투자기관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도 많다. 협회는 엔젤투자를 집행하려는 개인이나 기관에게 엔젤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한다. 투자 정보도 제공한다. 다양한 협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잠재적 비즈니스 엔젤은 많지만 조직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이나 정보교류가 어렵다. 비즈니스 엔젤들이 편하게 투자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AVCA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미국은 금전적 이익에 대한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엔젤이 모여 투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유한회사(LLC)로만 등록할 수 있는 데 비해 미국은 유한파트너(LLP) 형태로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돼 있다.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 = 장병규 대표는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만들었고 매각해 얻은 이익으로 본엔젤스를 설립해 벤처투자를 하고 있는 사실상 국내 유일 엔젤투자가다. 직접 투자를 해보니 무엇이 중요하다고 느끼는가.

▶장병규 = 우선 국내에 비즈니스 엔젤 투자자가 없는 이유를 짚고 싶다. 엔젤투자를 하려면 일단 본인이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M&A가 주요 수단인데 국내 정서상 M&A를 통한 엑시트(Exit)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공개 방식의 엑시트만을 추진하게 된다. 결국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벤처기업가가 적고 그 때문에 비즈니스 엔젤이 소수인 것이다.

image
비즈니스 엔젤은 우스갯소리로 '3F'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가족(Family), 친구(Friend), 바보(Fool) 중 하나라는 뜻이다. 이 중 바보라는 것은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보라고 불릴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게 기본적인 뜻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비전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도 된다. 

'첫눈'을 매각한 이후 지인들을 돕는 방식으로 엔젤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다 실패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었다. 벤처로 성공했는데 벤처투자는 실패했다.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엔젤투자에 접근하고 있다.

본엔젤스에서는 피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투자는 이렇게 받는 것이고 목적은 무엇이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기업가와 분쟁이 없다. 향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을 때도 도움이 된다. 창업자는 금융에 대한 지식이 적다. 엔젤투자자가 직접 교육시키기엔 부담이 크다. 기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한 케이스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어떤 투자가 있었는지,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꾸준히 모으면 비즈니스 엔젤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도 가능할 것이다.

제도적인 아쉬움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엔 컨버터블 노트(Convertable Note)라는 개념의 투자가 있다. 우리의 전환사채(Convertable Bond)와 유사한 개념이다. 엔젤투자는 기본적으로 가벼워야 한다. 밸류에이션을 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나중에 투자가 이뤄질 때 선투자에 대한 부분을 할인 받는 방식이다.

처음엔 보통주 투자를 주로 했다. 하지만 권리가 없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환상환우선주를 도입하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단순한 투자 방식이 필요한데 국내 상법엔 CB투자만 가능하게 돼 있다. 인식도 안 좋고 부작용도 많다. 비즈니스 엔젤투자를 편히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흔히 엔젤투자 성공사례를 말할 때 구글을 예로 들곤 한다. 30분의 프리젠테이션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투자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었다.

▶사회 = 엔젤투자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결국 환경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image
▶유효상 =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즈니스 엔젤은 대부분 성공한 벤처기업가인데 현재처럼 벤처기업가가 회사를 매각하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부분은 개선되야 한다. 벤처기업가가 엑시트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엔젤이 많이 나올 수 없다.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많이 엑시트해서 비즈니스 엔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컨버터블 노트나 전환상환우선주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엔젤투자자에게 엑시트 방안도 확보해줘야 한다.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에 투자할 때 구주를 팔고 나오는 등의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투자에 관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게임의 법칙은 투자자와 피투자자 모두가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 엔젤이 조직화 될 경우 강력한 재무적 투자자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대한 벤처캐피탈이 만들어지는 콘셉트다.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image
▶강동석 = 지금까지를 '엔젤 1.0' 시대라고 한다면 엔젤 2.0 시대를 열 필요성이 있다. 기존 엔젤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일정부분 희석됐을 것이다.

단순히 자금을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 자산이 더 중요하다. 비즈니스 엔젤이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면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투자자와 엔젤 투자자는 다르다. 엔젤은 벤처기업을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몸소 겪어 본 사람이다. 제도적으로 간편하면서 엔젤의 특성에 맞는 투자 툴(Tool)이 필요하다.

현재 비즈니스 엔젤과 관련한 선순환이 적은 것이 돈을 받기 어려워 그런 것인지 돈을 주고 싶은데도 투자할만한 창업자가 없는 것인지는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