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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관음도·고려 청자… 獨 수장고 나온다

수월관음도·고려 청자… 獨 수장고 나온다

한국일보 | 입력 2011.03.01 17:05 | 수정 2011.03.01 21:15 |

獨 10개 박물관 참여
고지도 등 116점 엄선
4개 도시 순회 전시회

독일은 유럽에서 한국 유물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다. 10개 박물관에 6,000여점이 있다. 그러나 이 유물들은 대부분 수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국 유물 전문가가 없어서 제대로 평가할 수도, 전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한국미술 독일 순회전에 나오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소장. 사진 제공 국제교류재단

이 유물들이 독일 4개 도시 순회 전시회로 빛을 보게 됐다. 국제교류재단은 25일부터 2013년 2월 17일까지 23개월 간 쾰른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에서 한국미술 특별전을 연다.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 한국 미술 전시회는 드물다. 1980년대 이후 유럽 전시는 2008년 벨기에 브뤼셀의 불교미술전까지 6건에 불과하다. 독일에서는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된 2005년 베를린에서 열린 고구려 고분벽화전이 끝이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유물을 갖고 있는 독일 내 10개 박물관이 모두 참여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 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엄선한 116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유물이 고지도 인쇄물 서화 공예품 등 75점으로 가장 많고, 고려시대 유물이 34점, 삼국시대 유물이 7점이다.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와 고려청자, 조선 백자, 18세기 말 8폭 병풍그림 '서원아집도( 西園雅集圖) ', 19세기 말 화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대동여지도 사본과 나전칠기함 등 귀중한 걸작들이 포함돼 있다.

잠자던 유물들이 관객을 만나게 된 데는 국제교류재단 베를린사무소 민영준(51) 소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 2008년 3월 부임하자마자 각 박물관에 연락해 추진했다. 그가 이 일에 나선 것은 독일 박물관들의 한국 유물 전시가 너무 초라한 데 충격을 받아서다.

"독일 박물관 중 한국실이 있는 곳은 두 군데, 쾰른 동아시아박물관과 마인츠의 구텐베르크 인쇄박물관입니다.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의 한국실은 1995년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생겼는데 2009년 2월 가 보니 한국실 간판을 떼고 중국 특별전을 하고 있더군요. 라이프치히 그라씨인류학박물관의 한국 유물은 비참할 정도로 초라해서 북한 전시대에 뱀술과 고무신, 남한 전시대에 비녀 노리개 칼 정도가 고작이었어요. 이게 뭐냐, 바꿔라 했더니 전문가가 없어서, 몰라서 못한다고 하더군요. 다른 박물관도 유물을 전시하지 않거나 겨우 몇 점, 일본에서 빌려온 한국 도자기를 전시하는 정도였어요."

전시 준비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유물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문제였다고 한다. 각 박물관의 형편에 맞춰 전시할 유물과 일정을 조정하는 데도 품이 많이 들었다.

"2009년 8월 각 박물관의 관장과 큐레이터들을 베를린으로 초청해 소장품을 소개해 달라, 순회전을 공동개최하자고 했더니 소장품 목록이 없어 무엇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유물 현황 파악부터 시작했죠. 큐레이터들이 공부해서 도록에 글을 썼고, 사진도 각 박물관들이 새로 찍는 등 다들 열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어요. 이번 전시는 그들이 한국 유물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고 전시할 수 있게 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해외 박물관 중 한국실이 있거나 한국 코너를 운영하는 곳은 22개국 60여개. 그러나 전시가 초라하거나 관객이 적어 썰렁한 곳이 많아 존폐 위기론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재미동포들이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의 한국실 살리기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매년 8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 2007년 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한국실을 만들었다. 재미동포들은 한국실이 이대로 가다간 공간 임대 계약이 끝나는 2017년 이후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판단, 견학 캠페인 등 한국실 살리기 운동을 2월 19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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