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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이제는 문화 콘텐츠다

이제는 문화 콘텐츠다  


데스크승인 2011.02.22      
  

<수원 華城>

‘관광으뜸명소’로 선정됐다는 ‘수원 華城’이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제2탄생기에 접어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13년 만이다. 그동안 수원시는 1년 예산 절반에 가까운 5천억
원을 이곳에 투입했다. 외적 치장은 그래선지 그 이름만큼이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222년 전이다. 개혁 군주 정조는 이곳 수원의 ‘華城’을 처음 축성하면서 두 가지 커다란 문화의
꿈을 심었다. 그 하나가 정약용을 통한 새로운 건축문화의 발현이며, 두 번째는 ‘華城’을 효 문화의
중심지로 정조의 멘토 채제공으로 하여금 이루게 했다. 수원사(史)를 잉태시킨 ‘華城’은 그래서
여느 역사 명소와는 매우 다른 의미를 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2명의 자치시대 역대 시장들은 수원 시정의 명운을 ‘수원 華城’ 복원사업에
걸었다. 10년 넘는 세월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였다. 초대 고 심재덕 시장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
‘華城’이란 이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케 한 첫 시장으로 꼽힐 만큼 ‘華城’에 공을
쏟았다. 그리고 직전 김용서 시장은 본격적 복원시대를 맞아 이곳에 밤잠을 설쳤다. 오늘의 복원은
그의 투박한 행정력에서 솟아난 결정판이다.

8년 시정의 방점을 ‘華城’에 두었으니 그의 열정 또한 대단했다. 그러면 이제 염태영 시장의 과제는
무엇인가. 보이는 복원의 건축 과정을 넘어, 이제 콘텐츠를 채우는 문화가치를 염 시장이 맡아야
할 차례다.

그동안은 흔히 ‘華城’을 행궁으로 요약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가치관을 역사적 ‘하드웨어’ 쪽 유물로만 바라보고 있는 데서 그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심오한
문화가치를 잃고 있었다는 거다. ‘華城’ 복원의 중심에서 12년을 직접 업무를 맡아왔다는 김충영
팔달구청장은 지금의 ‘華城’ 복원사업을 다른 시각서 바라봤다.

“이제 40% 끝났다”고 그는 의외의 말을 던졌다. 12년의 시간들은 40%의 ‘하드’ 쪽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말과도 같았다. “이제부터 ‘소프트’ 쪽 60%의 콘텐츠를 채우는 일이야말로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華城’ 복원사업”이라고 새로운 논리를 펼쳤다. 국가대표 관광명소로의 이번 문화체육
관광부의 선정은, 그 점에서 새로운 ‘華城’을 찾는 계기로 읽히기까지 했다.

특히 염태영 시장은 수원 시정의 어젠다로 ‘휴먼시티’를 내걸고 있는 터다. 물질 중심의 삶보다,
가치 중심의 삶으로 시정을 바꿔보겠다는 의도일 거다. 수원의 ‘발원’이 문화가치로부터 출발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목표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관광명소’로의 선정은, 이제까지 스쳐가는 관광객의 의미 없는 일과성 ‘華城’
아닌, 그 속에서 역사를 읽고 정조의 참된 문화 가치를 찾는 복합 관광지로의 전환점이 됐다.
그 많은 예산과 역대 시장들이 기울인 40%의 반쪽 관광을 넘어 ‘수원 華城’의 본질을 보일 때가
온 거나 다름없다.

김충영 구청장의 포부는 매우 컸다. 아니 그가 펼치는 ‘수원 華城’의 미래상은 이제까지 보여 왔던
관광 프레임과는 전혀 달랐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축제부터 싹 뜯어 고쳐야 한다고 야심 찬
변화를 예고했다. 수원시민부터가 시큰둥해하는, 판에 박은 프로그램 축제로는 ‘으뜸명소’는커녕
역사 문화 그 어느 쪽에도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콘텐츠가 없다고 자평했다. 우선 축제 프로그램
부터가 그렇다.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민 참여 쪽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그는 박사논문 주제를 ‘화성
옛길’에 둘 만큼 거의 ‘華城’에 미쳐 있었다. “껍데기 ‘華城’만으로 관광 유인은 어림없다”고
잘랐다. 특히 거의 별개로 차단되다시피 한 융·건릉과의 관광 연계성은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듯 보였다. 지난 12년 외길 ‘華城’ 행정의 교훈으로 얻은 묻힌 문화가치를 꼭 찾아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염태영 시장의 과제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관광객 유인책으로의 콘텐츠와, 역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문화적 가치로의 콘텐츠가 그것이다. 이 같은 양방향 가치 교류는 이제까지 역사적 복원에만
치중했던 시각적 사업을 벗어나 정조가 심어놓은 참된 문화가치 접목이 시대를 뛰어넘는 ‘華城’의
본류라면 본류다. 특히 행정적 경계를 허물고 융·건릉과의 문화적 연계는, 그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김 구청장의 말대로 40%를 이루어놓고 ‘華城’을 말하는 것은 역사의 거짓과도 같다는 얘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8곳을 1차 후보로 선정한 뒤 2단계 평가에서 특히 문화콘텐츠형, 역사문화형,
자연생태형으로 나눠 평가한 것도 ‘華城’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 이번 관광명소 지정을 통한
‘華城’의 바른 인식을 계기로 삼을 때가 왔다. 투자만 하면 빛을 볼 수 있다는 개발지향형 행정을
벗고, 문화의 꽃이 피어나는 콘텐츠 행정에 기대를 걸어야 할 이유다.

主筆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