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과잉보호하면 종편은 죽어"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
"시장경제 원리로 뽑아놓고 비시장 원리 적용 이상해"
"채널배정 문제는 SO 자율로 하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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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종편을 뽑아놨는데, 선정 후 비(非)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니 좀 이상하다"
최근 방학이라 한산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의 미래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딱히 할 말도 없는데 왜 찾아왔느냐"고 기자를 구박(?)하던 최성진 교수(매체공학과. 사진)는 자리에 앉자 마자 속사포처럼 방송계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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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송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종합편성 채널에 대해 그는 입장이 뚜렷했다. `정부가 너무 과잉보호를 하려고 하는데,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의무편성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황금채널 배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다른 채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채널 정도는 SO(유선방송사업자)가 선정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가 여기에 관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종편 관련 정부의 행보를 보면 종편 성공에 대한 조바심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플랫폼 사업자인 SO들이 알아서 협상에 따라 채널을 배정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 관계자뿐 아니라 광고주, 케이블TV 포함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 등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중이다.
최 교수는 "종편을 꼭 성공시켜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보호하면 종편은 죽게 돼 있다"며 "만약 다음에 다른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 매체는 시들게 되는데, 왜 하나의 매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렇게 힘을 쏟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미디어 빅뱅은 빅뱅인데... 꼬인 문제가 너무 많아서"
최 교수는 한국 미디어 시장이 근본부터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IPTV, 종편 등 정권 주도 차원에서 만들다 보니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 시장원리에 의해 단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의 `과잉보호` 아래 있다가 정권이 바뀌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종편 자체의 사업성도 어둡게 봤다. 광고시장은 늘지 않고, 지상파방송의 브랜드를 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자본금 3000억원으로 이 독과점 구조를 깨고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콘텐츠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잘 나오는 게 아니다. 지상파는 겁 먹을 이유가 없다"면서 "지상파, CJ계열 등 막강 채널들이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종편이 십몇번대 황금채널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광고 규제를 풀어 시장 파이를 키운다면 어떨까.
최 교수의 설명이다.
"GDP(국내총생산) 1% 규모로 광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풀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이야기도 그렇다. 광고 아이템을 방통위가 늘리고 싶다고 늘려지는 게 아니라 관련 부처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 기존 광고사업자들도 수익구조에 지출비용이 정해져 있는데.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료방송 정상화라는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종편 문제도 유료방송 시장이 근본적으로 꼬여 있는데 거대 채널이 들어서니 더 꼬이게 된 상황.
◇ "유료방송 정상화 절실"
최성진 교수는 지금 시청료가 너무 저렴하며 유료방송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블 TV는 1998년 IMF 구제금융 사태 때 중소 중계유선 사업자들이 저가요금을 받고도 방송하다 보니 습관화됐다. 2000년대 초반 위성방송이 1만8000원을 받았지만, 케이블이 월 5000원 하던 시절이라 가입자가 늘지 않아 8000원짜리 요금으로 한 발 물러섰다. 1만원 이상 받아야 정상적인 거래 가격인데 케이블TV 가격이 상승하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그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의 `홈쇼핑 의존증`을 만들었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해 지상파 재전송 중단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치달을 뻔 했던 지상파-케이블 간 분쟁에 대해서도 `요금을 어떻게 산정할 지가 문제지 콘텐츠 사용료 거래가 있어야 하는 점은 맞다`는 입장이다.
"케이블도 지상파를 재전송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유료방송에서 지상파 점유율이 평균 57% 되니까 케이블도 지상파의 덕을 본다. 지상파도 케이블을 통해 광고를 노출하니 서로 이득 보는 것은 사실이다. 지상파 콘텐츠에 값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얼마를 주고 받아야 할지 계산해 봐야겠지만, 거래 관행 확립은 꼭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지상파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협상이 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꼬여 있는 부분을 풀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방통위는 현재 1월31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제도개선전담반 회의를 한 차례 더 남겨뒀다.
공학 전공자이지만 방송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최성진 교수는 방송계의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지난 정권 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분쟁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케이블 측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 교수는 과거 방송위원회 자문위원을 하면서 사회과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니 기술을 기반으로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는 "나는 원래 보수적인 사람인데, 방송계에서 쓴소리를 많이 하고 다니니 진보적이라고 오해받기도 한다"고 웃었다.
정병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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