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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코노미플러스] "10년 만의 대변화…모바일웹이 세상 바꿀 것"

[이코노미플러스] "10년 만의 대변화…모바일웹이 세상 바꿀 것"

입력 : 2010.03.18 14:54

김중태 IT문화원장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인터뷰 ② - 김중태 IT문화원장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중태(46) IT문화원장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간혹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보기술의 ‘전도사’(이 분야에선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로 불리기도 한다)로 높은 명성을 가진 그가 늘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기자도 그를 처음 본 순간 한복차림에 먼저 눈이 갔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궁금증도 일었다. 그런데 IT와 한복, 자꾸 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

“아마도 인터넷(웹) 보급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대변화일 겁니다. 쉽게 말해 웹이 모바일웹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왔다고 보면 됩니다.”

김 원장은 애플 아이폰이 불을 댕긴 스마트폰 신드롬의 핵심을 ‘모바일웹(mobile web)’으로 규정했다. 모바일웹 기술은 인터넷이 없으면 잠시도 못 견딜 정도가 된 오늘날 네티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기’를 쥐어준 셈이다. 당연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화제의 초점을 아이폰에 맞췄다. 아무래도 지금의 요란법석은 상당 부분 아이폰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아이폰 때문에 업계 지도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국도 빗장을 풀었기 때문에 그 동안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던 대기수요가 폭발할 겁니다. 말하자면 임계점을 넘어선 거죠.”

김 원장은 아이폰 열풍의 핵심을 ‘앱스토어(애플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장터)’라고 잘라 말했다.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사용자, 프로그램 개발자, 콘텐츠 제작사 등이 서로 이익을 얻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게 세계적인 환호를 받는 이유라는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 덕분에 미국이든, 한국이든,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누구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비유하자면 양반이든 하층민이든 신분에 관계없이 벼슬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라고 할까요. 이건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운 좋으면 한 달 만에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2년 전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방귀소리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앱스토어에서 성공한 사례다. 사람들은 흔히 방귀소리에 한바탕 웃음잔치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방귀소리 개발자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것이다. 언뜻 봐서 엉뚱한 아이템 같지만 수많은 미국인들이 배꼽을 잡으며 방귀소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심지어 촛불을 끄는 기발한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아이폰의 진동 기능을 최대한으로 올려 그 파동으로 촛불을 끄는 원리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능숙한 개발자라면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재미있고 다채로운 애플리케이션 덕분에 사용자들도 아이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과거에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프로그램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달력, 일정관리 등 몇 개 정도만 쓰임새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폰을 갖게 되면 무려 10만 가지가 넘는(최근 15만 개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애플리케이션을 ‘골라 먹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콘텐츠 제작사들도 앱스토어가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의 폐쇄적인 통신 서비스 업체에 콘텐츠를 팔려면 제약이 많다. 말하자면 ‘을’의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반면 앱스토어에는 얼마든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가령 게임 업체의 경우 앱스토어를 통하면 포장·유통·재고관리 비용 등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게임을 팔 수 있다. 그 덕에 가격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들도 득이 된다.

그렇다면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내놓은 야심작 아이패드는 과연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마 그럴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이다.

“(아이패드와 유사한) 아마존 킨들이 이미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킨들은 ‘모바일 콘텐츠 소비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누가 그걸 사겠느냐’는 회의론이 많았어요. 컴퓨터 회사가 만든 제품이기에 편견을 가졌던 거죠. 하지만 나중에 결국 대히트를 쳤지 않습니까? 저는 아이패드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 원장의 가족은 부인과 아이들을 포함해 네 식구다. 모두 아이폰을 쓴다. 아이폰은 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무엇보다 데스크톱 컴퓨터를 켜는 횟수가 확 줄었다. 스마트폰이 PC 기능을 대체할 뿐 아니라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의 부인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이 되면 날씨정보를 아이폰으로 찾아본다. 화면에 설정돼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터치하면 단 1초 만에 그 날의 날씨를 알 수 있다. 반면 PC를 이용하면 전원을 켜고 부팅을 한 뒤 웹브라우저를 띄워 날씨정보를 얻기까지 빨라도 5분은 걸린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불문가지다.

“세상은 편리한 게 바꿉니다. 저는 트위터를 PC로 하다가 이제는 아이폰으로 합니다. ‘원터치’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으니까요. 단점은 화면이 좀 작다는 건데, 바로 그 때문에 아이패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PC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는 태블릿PC로 분류된다. 그런데 PC와 다른 장르라는 김 원장의 말은 무슨 뜻일까? 그는 갑자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곳이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지하철 아니면 버스…”라고 우물쭈물 답변하자 의외의 설명이 돌아온다.

“DMB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곳은 통계적으로 보면 사용자의 방입니다. 이동 중에 TV를 보라고 개발했지만 정작 집에서 사용한다는 거죠. 이 현상은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니 ‘나만의 TV’로 DMB를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집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 생각에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한 것은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이패드는 아이콘과 원터치 방식이라는 편리성에다 화면까지 큽니다. 즉 애플은 아이패드가 ‘콘텐츠 전용 뷰어(viewer)’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아이패드를 가리켜 ‘화면만 커진 아이폰’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잠재력을 나름대로 간파한 김 원장은 정반대로 보는 것이다. 특히 아이패드를 태블릿PC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전자책 킨들과 태블릿PC 아이패드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김 원장은 아이패드의 우세를 점쳤다. 쉽게 말해 ‘게임’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동영상 시청이나 인터넷 브라우징이 안 된다는 게 단점입니다. 그보다 더 큰 한계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독서 인구는 적어요. 반면 TV나 영화 소비계층은 얼마나 광범위합니까? 현재로선 승부가 뻔합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웹 시대는 이제 엄연한 현실이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모바일웹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이른바 ‘모바일 경제’가 열리면서 업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서 MP3플레이어·PMP·PDA·전자사전·내비게이션 등 다른 모바일 기기들은 직격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아이폰 태풍의 기세로 미뤄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각 기기의 고유 기능들이 대부분 아이폰에서 구현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말이다. “앞으로 스마트폰이 개인용 모바일 기기의 표준이 되면 다른 단말기 업체들은 다 망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전략을 세워 업종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반면 콘텐츠 업체들은 오히려 살아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