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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코노미플러스] "모바일 혁명, '트로이 목마' 들여올 수 있다"

[이코노미플러스] "모바일 혁명, '트로이 목마' 들여올 수 있다"

입력 : 2010.03.18 14:59 / 수정 : 2010.03.18 15:00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인터뷰 ③ - 김지현 다음 모바일사업본부장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에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기존 유선 인터넷 시장의 강자들은 새로 열린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그야말로 ‘계급장 떼고’ 맞붙는 상황에 직면했다. 유선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강자 중 한 곳인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김지현 무선사업본부장을 만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느끼는 모바일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전화의 20~30%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PC보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 수가 더 많아질 겁니다. 그때는 인터넷 시장을 유선이 아니라 무선이 이끌게 될 거구요. 올 연말이면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10%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요, 모바일 시장의 파이도 이와 함께 커질 것으로 봅니다.”

음성통화 중심이던 휴대전화 시장에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이 점점 세를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0년 2월 현재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를 100만 명 선으로 추정하면서, 올 연말까지는 400만 명 선으로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의 김지현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이 같은 모바일 인터넷 사용 인구 증가가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모바일사업본부 추정에 따르면 2010년 1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약 4800만 대이고, 이 중 월 1회 이상 반복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5%가 채 안 되는 약 200만 명 수준이라고 한다(스마트폰 및 2G, 3G폰 포함). 다음은 이들 중 3%가 최근 1~2년 사이에 스마트폰을 산 것으로 추산하는데, 그 중 30% 이상이 매일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속적으로 쓰는 사람은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70%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아이폰,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마음 읽어

“이는 그 동안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기존 2G, 3G 방식 휴대전화로는 접속 방법도 불편하고, 요금도 비싸서 못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기존 휴대전화로 인터넷 접속을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기까지 십여 번 이상 버튼을 눌러야 했거든요. 하지만 아이폰 등장으로 화면의 아이콘을 터치만 하면 인터넷에 바로 접속이 되고, 요금도 정액제로 부담이 줄어들었죠. 즉 예전의 2G, 3G 무선망에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것은 작은 콜라 한 병 사려고 서울에서 부산의 슈퍼마켓까지 가는 것처럼 비효율적이었지만, 이제는 바로 집 근처에서 살 수 있게 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김 본부장은 “모바일 혁명이 불어 닥친 후 다음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패턴에도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웹은 이용률이 떨어지는데 모바일은 이용률이 올라간다는 것. 이는 남는 시간을 때우거나, 식당 등의 정보를 찾는 데 모바일 인터넷을 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식사시간·퇴근시간대는 포털 입장에서는 죽은 시간이었는데 새로운 비즈니스 타임이 등장한 거죠.”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포털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지만, 김 본부장은 포털 업계의 고민도 크다고 했다.

“모바일에서는 유선 시장 강자들의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아요. 과거 PC통신 시장을 지배했던 서비스인 하이텔(KT), 천리안(옛 데이콤) 등이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다음, 네이버 등 신규 포털 사업자에게 밀려났죠. 지금의 모바일 시장도 새로운 경쟁구도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사용자들의 모바일 인터넷 첫 화면이 유선 인터넷처럼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이 될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다음도 그래서 지금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죠.”

다음은 몇 년 전 해외에서 시작된 ‘애플’발 모바일 혁명을 지켜보다가 지난 2008년에 모바일 TFT를 출범시켰고, 2009년 1월에는 모바일 인터넷에서도 다음의 지도 검색과 TV팟(TV 동영상 서비스), 티스토리(블로그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모바일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모바일 7, 삼성전자 바다 등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모바일 OS(운영체제) 중 어느 것이 강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김 본부장은 여러 OS 진영 중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다툼이 격렬해지고 있지만 아직 모바일 OS 시장이 이들의 2파전으로 압축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MS에서 스마트폰 OS인 윈도모바일 7을 올 연말에 출시할 예정인데, 이게 나오면 OS 시장도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MS도 ‘윈도’라는 강한 PC용 OS를 만든 기업이니 기본 역량을 무시할 수 없죠. 내년 초쯤이면 이 셋 중에서 누군가 OS 시장의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지금의 모바일 혁명이 국내 IT 기업이나 사용자들에게 반드시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어쩌면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등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무슨 뜻일까?

“기존 시장에서는 한국에서도 강한 기업이 많이 나왔어요. 모바일 기기의 삼성전자, 국내 웹서비스에서 다음, 네이버 등이 해외 기업들을 잘 견제해왔죠. 하지만 새로운 모바일 시장에서도 역시 잘할지는 알 수 없어요. 통신사들도 무선 인터넷망만 제공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어요. 과거 음성통화 중심일 때는 통신사들이 종량제 모바일 인터넷 요금을 일종의 통행세로 챙겼는데, 지금은 정액제가 대세가 되어 그럴 여지가 줄었죠. 다음, 네이버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검색이나 맵 등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요. PC를 장악한 MS의 OS ‘윈도’에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가 기본으로 내장되면서 경쟁 웹브라우저들이 거의 사라졌는데, 모바일도 이렇게 갈지 모릅니다. 사용자들도 생각해 봐야 해요. 당장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이 쓰기에 편하겠지만 그 결과 모바일 서비스를 해외 기업들이 장악한다면 모바일 서비스는 글로벌 표준만 남게 될 겁니다. 이는 유선 포털에서 다음이나 네이버가 사라지고 구글만 남는 것과 같은, 즉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된 모바일 서비스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