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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코노미플러스] 이찬진 "애플 타도한다고? 아이폰 성공 본질부터 파악하라"

[이코노미플러스] 이찬진 "애플 타도한다고? 아이폰 성공 본질부터 파악하라"

입력 : 2010.03.18 14:44 / 수정 : 2010.03.18 15:11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인터뷰 ① -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삼성전자도 애플발 모바일 혁명의 핵심을 제대로 몰라
소비자 중심 마인드와 기기·콘텐츠 등이 복합된 결과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의 모바일 혁명과 관련, IT 업계에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아이폰을 사용해온 그는 1세대 벤처인답게 단순 소비자로서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폰 전도사’라고 불릴 만큼 애플이 이끌어낸 모바일 혁명의 의미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사장을 만나 애플과 모바일 혁명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애플이 모바일 혁명에 성공한 뒤 경쟁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구글·삼성전자·MS 등은 새로운 OS(운영체제)를 탑재한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 아성에 도전하겠다며 글로벌 24개 통신사 및 기기 업체들이 손잡고 ‘슈퍼앱스토어’를 출범시키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애플이 모바일 시장을 열어젖히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시장 환경이 이렇게 바뀌어 가면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이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과 경쟁자들의 기술·서비스 수준 차이가 너무 큽니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애플은 95점대, 다른 기업들은 60점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애플이 2년 전에 내놓은 아이폰과 다른 기업들이 요즘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을 비교해도 2년 전 아이폰이 더 나아요. 물론 올 하반기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업그레이드해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모르겠어요.”

그는 아이폰과 비(非)아이폰 진영은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게임·소프트웨어 등 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의 수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곳에 대형 상가가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합시다. 상인들은 상가가 문을 열기만 하면 무조건 입주하는 게 아니라 그 상가가 잘 되는지 확인하고 입주하죠. 상가를 아무리 잘 지어놔도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지금 모바일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아는 앱 개발업체들 대부분은 아이폰용 앱은 기본적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사용자가 많으니까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하드웨어를 아이폰 못지않게 갖춰서 문 연지 얼마 안 된 신생 상가의 입장이죠. 안드로이드폰이 아직 잘 될지 확신이 안서니까 개발자들도 관련 앱 개발을 안 하고,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예요. 개발자들은 결국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 쪽으로 몰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기세 좋게 나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아이폰의 적수가 되기에 미흡하다는 얘기다.
 
통신사·기기 업체들, 애플 대응법 문제 있어

그는 “통신사, 기기 업체들이 애플에 대응하는 방법부터 잘못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 2위라는 노키아의 심비안폰, 림의 블랙베리폰은 모바일 혁명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떻게 애플의 아이폰은 굳게 닫혀있던 모바일 시장의 문을 활짝 연 것인지 그 이유를 연구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지금은 무작정 애플을 헐뜯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의 시선이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폰, MS 윈도모바일 7, 삼성전자 바다 등 모바일 OS에 쏠려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핵심이 아니에요. OS는 단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문제의 핵심은 바로 ‘어떤 스마트폰이 잘 팔리느냐’는 겁니다.” 

그는 “그런 면에서 기기·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아이폰의 성공 요인을 곱씹어봐야 한다”며 “내가 3년여 동안 아이폰을 쓰면서 느낀 것은 아이폰의 성공은 기기, 콘텐츠 제공 툴, 운영 노하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첫째,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참 잘 만들었어요. 10여 년 전부터 확보한 기술을 적용해 뛰어난 터치감과 디자인을 구현하는 등 하드웨어의 매력도 많고, 눈이 편한 색감, 좁은 화면을 고려한 터치할 때만 나타나는 스크롤바 등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OS의 섬세한 배려가 좋아요. 둘째, 그 기기로 활용할 콘텐츠가 매우 풍부하죠. 애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음반사·출판사·언론사 등과 신뢰를 쌓았고, 이들과 직접 제휴해 아이튠즈(음악 파일 사이트), 아이북스(도서 파일 사이트) 등을 열고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콘텐츠를 대거 확보했습니다. 셋째, 여기에다 운영 노하우도 잘 가미했죠.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개발한 앱을 올리면 운영자가 미리 앱을 확인한 후에 문제 있는 것은 등록을 거부하는 사전 승인제로 운영합니다. 번거롭지만 ‘물 관리’를 한다는 거죠.”

이 사장은 반면 “구글은 애플이 10여 년간 소비자, 앱·콘텐츠 개발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온 시장에 막 진입한 새내기 사업자인 데다, 안드로이드폰용 앱스토어와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시각이다.

구글의 앱스토어는 어떤 앱이든 다 올릴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는 좋죠. 하지만 어떤 앱이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어요. 이건 ‘개방’이 아니라 ‘방임’이에요. 콘텐츠 제공도 구글은 콘텐츠 제공업체들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아마존(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을 통해 아마존 보유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제공합니다. 구글이 직접 제휴하려면 관리도 쉽지 않고 돈도 더 드니까 택한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애플과 구글은 사업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 사장이 애플을 옹호하는 이유는?

시장에서는 이런 이 사장을 가리켜 ‘애플빠(‘열렬한 애플 지지자’를 낮춰 부르는 말)’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애플을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사용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런 애플이 국내에 들어와 시장을 자극해야 공급자 마인드에 갇혀 있는 국내 통신 서비스·기기 업체들이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신사와 기기 업체들이 애플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한다면 시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아이폰이 배터리 교체가 되니 안 되니 하며 단점 지적에만 혈안이 되어 있죠.” 따끔한 일갈이다.
그는 글로벌 2위 휴대전화 업체인 삼성전자에도 쓴 소리를 전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기기로 음악을 듣고, 동영상·책을 보고, 앱을 다운받아 쓰는 식의 라이프스타일 확산은 시대적 대세입니다. 이것이 ‘소비자-아이폰-아이튠즈·아이북스·앱스토어-콘텐츠·앱 공급자’하는 식의 사슬로 이어진 애플식 모바일 생태계죠. 그런데 문제는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가 10여 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로 꽃을 피운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잡기 어려운 경지예요.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런 현실을 잘 모르는 듯해요. 사실 삼성전자의 윗선은 과거에 애니콜 대박 신화를 이끌었던 분들이 많아서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고가 강해요. ‘디자인 잘한 기기 내놓고 마케팅 잘하면 된다, 세계 일류기업 삼성전자가 애플 정도는 금방 따라 잡는다’, 이런 거죠.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 싸움이 되겠습니까?”

이 사장은 요즘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애플과 싸워서 이기려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 삼성이 만드는 품목이 휴대전화·반도체·TV·냉장고·에어컨 등등 수십 가지인데, 그 중 애플이 진화한 휴대전화인 스마트폰 한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렸을 뿐이니, 차라리 애플이 안하는 다른 쪽에서 승부를 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색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애플의 등장으로 위기에 닥친 기업은 삼성전자만이 아닙니다.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다른 통신기기 업체들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애플을 꺾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 시장의 승자로 인정한 후에, 아이폰 외의 다른 것을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다른 기기업체들을 쓰러뜨린다면 이들이 갖고 있던 시장을 삼성전자가 흡수할 수도 있어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치킨게임(적자를 감수하며 저가로 제품을 내놓은 후, 경쟁사가 포기할 때까지 버티는 것. 출혈이 크지만 승리할 경우 이후 경쟁사가 제거되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음)을 통해 경쟁업체들을 물리치는 것과 비슷한 전략인거죠. 어쨌든 애플의 스마트폰은 아이폰 한 기종뿐이니까 다양성 면에서는 삼성전자에 강점이 있으니까요.”

최근 KT·AT&T 등 24개 글로벌 통신사·기기 업체들이 슈퍼앱스토어를 만들기로 뜻을 같이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독특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슈퍼앱스토어는 할리우드 액션?

“미국 AT&T와 한국의 KT는 미국과 한국에서 아이폰을 독점공급해서 재미를 보고 있는 통신사죠. 그런데 이들이 아이폰을 견제하는 슈퍼앱스토어를 한다고 나선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삼성전자 같은 기기 업체들은 직접적인 위협을 받으니까 애플과 잘 지내기 힘들겠지만, 통신사들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통신사들에게 친애플 전략은 나쁠 게 없어요. 아이폰 보급 후 모바일 인터넷 사용률이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통신사들은 애플의 견제 세력이 나타날 경우, 애플이 통신사들에 아이폰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겠죠. 이런 구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일입니다.” 한마디로 ‘슈퍼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싸게 들여오기 위한 통신사들의 ‘헐리웃 액션’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 사장은 “기존 유선 및 3G 무선 시장의 강자는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과 SK텔레콤 같은 통신사였지만 새로 열린 무선 시장의 강자는 앱 개발자나 책·뉴스·음악 등 콘텐츠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선·3G무선 시장은 콘텐츠와 앱을 팔기 위해 앱·콘텐츠 개발자들이 포털과 통신사의 눈치를 보고 유·무선 포털에 입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애플이 연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디지털 직거래 상점에 개발자들이 앱과 콘텐츠를 직접 올려서 팔 수 있는 유통시장이 열린 만큼 앱과 콘텐츠의 개발·기획 능력을 지닌 이들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또한 “애플의 스마트폰은 아이폰 한 기종뿐인 만큼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기 업체들도 앞으로 잘만 만든다면 그 수혜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로 새로이 관심을 모은 태블릿PC 시장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의 모바일 생태계 논리가 그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큰 화면으로 책· 잡지·신문·동영상을 즐기는 기기가 태블릿PC이니, 결국 콘텐츠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패드는 애플이 기존에 구축해둔 아이튠즈, 아이북스, 앱스토어 등의 디지털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이점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