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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이동연 "라스트 갓 파더? 별 한 개도 아깝다"

이동연 "라스트 갓 파더? 별 한 개도 아깝다"

2011-01-07 11:20 CBS <변상욱의 뉴스쇼>

- 코미디는 있지만 영화는 없어
- 진중권 논란? 대중들의 비평가에 대한 냉소주의 깔려있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라스트 갓 파더’ 영화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심형래 감독의 영화입니다. 지난번 심형래 감독이 영화를 해놓은 게 ‘디 워’, 이때도 이런 저런 논란이 많았습니다만, '라스트 갓 파더'도 개봉하자마자 어떻게 논란이 시작이 돼서 대중의 논쟁 중심 한 가운데에 서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 지금 연결돼있습니다.

◇ 변상욱> 영화 보셨습니까?

◆ 이동연> 네, 영화를 어제 봤습니다.

◇ 변상욱> 평가를 해 주신다면 어떻습니까?
 
◆ 이동연> 심형래 감독이 갖고 있는 도전정신이나 투지나 근성, 실험정신 같은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요, 영화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수준 이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통 영화에 별 평점을 주는데요. 별 하나 주기도 아까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요. ‘디 워’가 사실은 논란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기는 컴퓨터 그래픽은 있지만 영화는 없다, 라고 보통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라스트 갓 파더'를 보면서 저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있지만 역시 영화가 없다, 라고 보는데요. 한국의 영구가 미국 대부의 아들이라고 하는 그 시나리오 설정 자체는 흥미롭지만요.

◇ 변상욱> 그러니까 한국의 바보스러운 영구가 미국 마피아 조직폭력배 두목의 아들?

◆ 이동연> 아들로 밝혀지면서 미국에 가서 2세로 키워지게 되죠. 그 설정 자체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그 영화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이고요. 이 영화에 몸 개그, 이른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게 영화 전체의 내용에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따로 분리되어있는 느낌을 좀 받고요. 영화 전체가 갖고 있는 개연성이라든지 영화가 유머가 영화 전체에 연결되거나 배치되는 과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자연스럽지 않고요. 또 심형래 씨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몸 개그 자체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그래서 몸 개그도 그렇게 신선하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별 하나 주기가 조금 아깝다고 하시면 관객 입장에서는 내가 미쳤지, 내가 왜 이 영화를 보러 왔을까, 돈 내고, 이렇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인데, 저도 짤막짤막하게 몇 번을 봤습니다만, 역시 큰 점수 주기는 어려웠던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심형래 감독의 팬들은 또 그런 주장도 합니다. 문화적으로나 지적으로 주류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일어선 심형래 감독을 폄하하는 거 아니냐, 그런 반발도 하는 것 같아요.

◆ 이동연> 분명히 심형래 씨가 코미디언으로서 갖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성취는 분명히 높게 평가할 수 있고요. 우리가 흔히 아는 바보 영구로 각인이 되어있는데요. 초기 괴수영화가 보여줬던 조악한 수준을 넘어서서 ‘디 워’라든지 '라스트 갓 파더'에서는 나름대로 영화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는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영화의 진정성과 작품성을 갖고 있느냐, 이런 점에서는 좀 의문의 여지가 있고요. 이와 관련해서 사실 진중권 씨가 이 영화에 대해서 독설을 퍼부었고 비판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논쟁으로 가게 된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많은 대중들은 진중권 씨의 주장이 좀 엘리트적이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진중권 씨가 언급한 것 중에서 그 영화가 갖고 있는 본래의 작품성이라 할까, 내용 같은 경우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먼저 전제되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그런 주장을 사실은 무조건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변상욱> 평론도 하시고 하실 테니까 나름대로 이건 도저히 아니라고 해서 평론을 했는데 나름대로 옹호하는 측에서 반발하고 그러면 어떨까요? 심정이.

◆ 이동연> 이게 보통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논쟁의 이분법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일종의 진중권 씨가 이야기했던 불량품론 같은 경우들은 이제 상업성이라든지 대중성을 미끼로 해서 영화를 장사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평가들의 시선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대중들은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이다, 니가 얼마나 잘났냐?, 이런 식의 어떤 시니컬한 냉소주의가 보이는데요. 이런 불량품 논의나 먹물론의 어떤 논쟁의 이분법이 실제로는 영화 작품 실제에 대한 평가를 흐리게 한다거나 영화가 갖고 있는 본래의 어떤 객관적 평가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맨 처음에는 공적인 어떤 지원금이 많았다, 라고 해서 문제가 됐는데, 해명한 걸로 보면 그렇게 많았던 것 같지는 않고, 공적인 지원금이 콘텐츠 문화 진흥원에서 10억-20억 정도 있는 것 같고, 보증서 준 게 조금 있는 것 같고 한데, 이런 영화에도 이렇게 공적인 지원이 가는 것은 마땅합니까?

◆ 이동연> 한국에 문화콘텐츠산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한국무역수출보험공사가 외국에 주로 제작해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문화수출에 대한 보증을 쓰는 제도가 2008년부터 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첫 번째 혜택사례가 '라스트 갓 파더'였는데요. 아무래도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제작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적합한 제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영화를 제대로 보고 투자를 했는지, 이런 부분들이 의심의 여지가 좀 있는 거죠.

◇ 변상욱> 대한민국에서는 수출하면 껌뻑 죽습니다. 사실 여론상으로. 무조건 밀어줘야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요.

◆ 이동연> ‘디 워’나 아니면 '라스트 갓 파더' 같은 경우 같은 경우가 외국에 수출된다, 미국 관객들이 본다, 이런 것들이 너무 지나치게 객관적인 영화에 대한 평가 없이 높이 평가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어떤 것이 핵심논쟁거리인가를 잃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군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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