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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 컨트롤타워로 재탄생한 국과위 출연연 개편 문제 등 향후 과제로 남아

과기 컨트롤타워로 재탄생한 국과위 출연연 개편 문제 등 향후 과제로 남아 2010년 12월 17일(금)

사이언스타임즈는 2010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올해 10대 이슈'를 선정해 게재한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로 거듭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해 정리해본다. [편집자 註]

클릭! 10대 과학뉴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통해 현 자문위원회 형태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장관급 위원장으로 격상시켜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신설토록 한 ‘과학기술기본법’을 의결했다.

상설화되는 국과위는 범부처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 사업의 기획과 종합조정 기능을 맡게 된다. 사실상 국가 과학기술의 종합 컨트롤타워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국과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전체적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박영아 의원 주최로 열린 ‘국과위 위상강화 대토론회’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발언을 하기 전에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일에 대해 축하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다

정길생 한림원장은 축사를 통해 “법통과를 축하한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한 후 “과학기술인 모두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한 충정에서 남은 일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 과기 컨트롤타워로 재탄생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일 진행된 제32회 국과위 본회의 장면.  ⓒ연합뉴스

안종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장도 국과위 개편과 관련, 난제로 여기던 정부와 국회의 벽을 넘었다고 높이 평가하고, 이후 협의과정을 통해 출연연의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2010년은 과학기술계 전체가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로 뜨겁게 달궈진 한해였다. 한국 과학기술계 역사상 올해처럼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과학기술 행정체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하나로 뭉쳐 이처럼 강력하게 과학기술계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중론이다.

논의는 정부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이하 민간위)’를 출범시킨다. 과학기술 행정체계와 출연연의 제도 개선책을 마련키 위한 조치였다. 민간위의 보고서는 지난 6월22일 대통령 보고를 마쳤다.

이후 9월까지 2개월여에 걸쳐 청와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차관회의를 통한 부처 간 협의, 그리고 국회의원, 과학기술 NGO 등이 주관하는 토론회가 이어졌다. 과학기술계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조치였다.

과학기술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민간위에서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었다. 민간위는 ‘새로운 국가과학기술 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이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현행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과학기술기본법에 의해 과학기술 최고 자문기구로서 대통령이 국과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상설 자문위원회로서 집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산배분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성적 의견에 불과해 구체적인 예산 배분 결정에서 영향력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위 보고서, 지금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

교과부가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범부처적인 의견수렴과 총괄적인 업무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별 부처들이 별도의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함에 따라 부처별 연구개발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이로 인한 칸막이식 연구개발 사업으로 중복투자의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연연의 문제는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됐다. 예산을 배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 국과위와 별도의 전문가 조직을 운영하면서 예산을 배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중복적 예산심의 과정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실무담당자가 1~2년 내에 계속 바뀜에 따라 업무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출연연을 지도, 관리하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표출됐다. 각 연구회가 각각 13개의 출연연을 담당토록 하고 있지만 출연연에 대한 예산권이 부여되지 않는 등 독립성, 자율성 보장에 한계가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연연들이 PBS(연구과제중심제) 형태의 외부수탁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건비와 연구비를 조달해야 하는 불안정한 환경으로 인해 연구기관 고유임무에 몰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경쟁적인 수주현상은 우수 인력의 이탈과 연구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새로운 국가 과학기술혁신시스템은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창조적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경쟁력이 과학기술 혁신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환경에서, 다양한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종합조정 능력과 총괄관리 기능을 갖춘 새로운 종합조정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왕성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기관 스스로의 자율성과 책임경영제도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또 창의적 기술혁신에 적합한 정부R&D 예산제도와 실패를 용인하는 시스템, 그리고 업적 평가, 인사, 정년문제 등에 대한 과감한 변화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민간위의 안이 과학기술계에 알려지면서 과학기술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론회, 혹은 공청회장 마다 민간위 안을 지지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과위 위상강화 대토론회’. 지난 주 국과위 개편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통과 후 국과위 기능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내년 3월이면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 탄생

과학기술계 원로에서부터 연구현장의 실무자까지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연구현장을 혁신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지금처럼 분산된 관리체제가 아닌, 하나로 통합된 더욱 강력한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였다.

그리고 지난 11월23일 정부는 제 49회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국과위 개편 내용을 포함한 ‘과학기술기본법’ 및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성과평가관리법)’에 대한 정부(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지난 12월8일 우여곡절 끝에 ‘과학기술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국과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예산 조정 및 배분권이다.

6일 국과위 위상강화 대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은 예산권을 부여받지 못할 경우 구 과학기술혁신본부 때처럼 실권이 없는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과위가 예산 조정 및 배분권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0명 정도로 예상되는 국과위 행정위원회 인적자원을 어떻게 구성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박원훈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은 “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기획 기능이 더 중요하다”며, “기획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국과위에 STEPI, KISTEP과 같은 연구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기자협회장도 “향후 국과위가 제 역할을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신뢰 문제에 큰 금이 갈 수 있다”며, “국과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과위 직원에 대해 공무원에 준하는 우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출연연을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먼저 과학기술 출연연을 관리하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존폐 문제가 있는데, 폐지보다는 국과위 흡수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한편 유명희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태스크 포스 팀을 결성해 내년 1월말까지 방침 등을 확정하고 2개월 후인 3월까지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2.1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