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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AR VR

"TV 시장, 맥가이버로 도배 위기"…콘텐츠 기반 붕괴

"TV 시장, 맥가이버로 도배 위기"…콘텐츠 기반 붕괴
방통위 "외주제작 규제· 협찬 규제 완화할 것"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한미FTA로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이 개방되면, TV 주시청시간대가
80년대 처럼 '맥가이버'나 '원더우먼'같은 외화로 채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개방되고 스마트TV가 대중화되면 미국의 초대형 콘텐츠 업체가
물밀듯이 국내에 들어올 텐데, 국내 방송콘텐츠 제작 기반은 부실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힘쓰지 않고, 일반 방송채널사업자
(PP)와 독립제작사들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이에따라 현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방송콘텐츠 육성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세부 내용을 두고 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방통위 "외주제작·협찬고지 규제 완화할 것"

방통위가 규제완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통적인 '방송'개념에 근거한
현재의 방송법으로는 방송통신융합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규율하는 데
한계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편성비율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음성적인 시장을
이루고 있는 협찬제도도 개선하고 ▲방송광고 편성 및 운용(시간·횟수·
방법) 규제 개선도 검토중이다.

편성비율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에 외주제작비율을 강제하는 것에서
지상파와 채널사용사업자(PP), 독립제작사 중 실제 제작역량을 가진
곳이 육성될 수 있도록 양적규제를 질적규제로 보완하는 쪽으로 추진
중이다.

협찬이나 간접광고 역시 무조건 제한하는 게 아니라, 부작용 개선을 통해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신용섭 융합정책실장은 23일 '스마트TV 대응 방송콘텐츠 진흥
전략 공개토론회'에서 "일률적인 외주제작 규제를 드라마와 비드라마 등
 장르별로 합리화할 생각"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드라마 분야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능력있는 채널사용사업자(PP)간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찬고지나 간접광고 규제도 상당 부분 완화돼야 한다"면서
"시장에자본 유입이 활발해져 품격있는 방송 콘텐츠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주비율 강제 완화돼야 vs 외주 저작권 인정돼야

방송법시행령(58조)에 따르면, KBS1은 24% 이상, KBS2는 40% 이상,
MBC와 SBS는 35%이상, EBS는 20%이상, 지역민방은 4%이상
외주제작물을 편성해야 한다.

지상파3사는 주시청시간대에 100분의 10 이상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의무편성해야 한다.

KBS 이강현 EP는 "외주비율 강제로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 있는 FD는
150만원 주면 되는데 외부 FD는 500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거품이
형성돼 가장 큰 콘텐츠 생산기지로서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가 60~70년대를 석권하다가 시장의 논리로
제작기능이 퇴화돼 영상산업이 위축된 대만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큐멘터리 제작업체인 판미디어 이창수 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저작권 인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수 대표는 "중요한 건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플랫폼으로 방송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고, 문화부 역시 편성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영국의 경우 채널4가 외주전문채널로 바뀌면서 40%
권고안이 25%로 낮아졌다"면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만든
독립제작사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 인정 등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립PD협회 최선영 부회장도 "독립PD들이 만든 인간극장이나 VJ특공대는
40번, 80번씩 재방되지만, 저작권료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한 PD는 '오래된 인력거'라는 프로그램의 펀딩을 받으면서 SBS를
찾았더니 저작권의 50%, 모든 권리 수익의 70%, 방영권을 달라고 해서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면 공정한 경쟁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규제완화, 공영성 저해 아니다...규제완화에는 공감

PD연합회 박건식 PD는 "그동안 방통위 정책은 주로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IPTV같은 밥그릇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그릇에 담는 밥이나 나물에
대해서는 소홀해서 그 나물에 그 밥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박 PD는 하지만 방통위가 추진하려는 방송콘텐츠 분야의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그는 "보통 규제를 풀면 공영성이 완화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지만,
이는 재원이 안정적일 경우에 한한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
 공영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서 조차 시청률 경쟁때문에 교양프로그램 제작은
천대받는 현실에서 지나친 편성규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박건식 PD는 "방송콘텐츠 분야의 규제완화와 함께, 영국의 '공공서비스
방송 지원제도'처럼 방송사와 무관하게 공익적인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정두남 연구위원도 지상파 규제완화에 공감했다.

그는 "미디어 개방 시대에 누굴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콘텐츠 제작 주체는 일차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엠넷미디어 금기훈 디지털 미디어 본부장은 "'슈퍼스타K'의 시청률이
18%를 넘었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온라인 페이지뷰가
1억을 넘고 결승전 동시접속자수가 3만5천명에 달했다는 건 잘 모른다"
면서 "스마트TV 시대가 되면, 이처럼 콘텐츠 유통 환경이 급변해 유료
방송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기훈 본부장은 이에따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매출제한,
채널수 제한 등 규제 완화 ▲방송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등을 제안했다.
 
아이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