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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영화

신화와 상상력의 완성판

신화와 상상력의 완성판,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세계적으로 흥행돌풍 일으켜 2010년 10월 25일(월)

개봉 예정영화 가디언의 전설(2010, 잭 스나이더 감독)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판타지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이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SF영화와 공통점도 있지만 각각 과거와 미래, 전설과 기술을 모티브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300(2006)으로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실감나게 묘사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은 캐스린 래스키의 원작 가디언의 전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애초 저자인 래스키는 오랫동안 올빼미의 매력에 사로잡혀 올빼미를 소재로 한 논픽션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행성 올빼미, 전설의 영웅으로 재탄생

하지만 야행성 동물인 올빼미는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연구하기도 용이하지 않다는 한계에 봉착, 올빼미를 다룬 소설을 쓰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발톱으로 들쥐를 잡아 부리로 찢어 먹으며 소화되지 않는 것은 펠릿으로 토해내는 올빼미를 픽션으로 그려내기 위해 래스키는 올빼미들의 세계와 습성을 섬세히 관찰했다.

▲ 야행성 동물 올빼미를 평화를 지키는 전설의 영웅으로 탄생시킨 가디언의 전설 

여기에 기발한 상상력으로 저자는 올빼미 왕국을 탄생시켰다. 올빼미들의 세상인 타이토의 숲, 평화롭던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평범한 올빼미 소렌이 그 혼란에 휘말리면서 겪는 모험담이 주요 줄거리이다. 제목이기도 한 가디언의 전설은 올빼미 왕국에서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은둔한 채 왕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 속 영웅 가디언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판타지 붐을 몰고 온 작품으로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절대반지를 찾아 떠나는 호빗족, 엘프족, 인간 등 다양한 종족의 판타지 모험을 그린 반지의 제왕은 J. R. R 톨킨의 1954년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톨킨의 원작은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U. K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며 판타지 장르의 효시로 불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잭슨 감독은 영화로 제작하면서 처음부터 3부작을 계획, 1편부터 3편을 모두 한꺼번에 촬영을 한 뒤 개봉은 1년의 시차를 두고 차례대로 개봉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로써는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3편씩이나 한번에 만드는 것에 제작사가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반지의 제왕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역대 흥행 성적 3위를 기록했다.

잭슨 감독은 현재 2012년 개봉을 목표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호빗족을 주제로 한 영화 호빗을 제작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빗 역시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해리포터는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 반지의 제왕과 함께 판타지 블록버스터 붐을 주도했다. J. K 롤링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해리포터 시리즈는 우리 주위의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해리포터에 출연한 아역배우 출신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 영화 시리즈로 500억 원의 돈을 거머질 정도로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익순한 신화-전설, 소재 빈곤 탈출 아이템 각광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판타지 영화들이 끊임없이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세계적 흥행감독들의 공통점은 창의력의 근원을 고전소설 등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같은 고전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미래를 지향하는 아이디어가 결합한다면 SF가 될 수 있는 것이고 과거의 전설과 창의적으로 만난다면 판타지로 재창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익히 알려진 전설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방식은 소재의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 제우스, 포세이돈 등 친숙한 그리스 신들을 현대사회에 녹인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관객의 입장에서 신화 속 상상의 영웅들이 스크린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한편 어린 시절 베개 밑에서 들었던 상상의 나래를 확인할 수 있는 추억의 장이 될 수 있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2010,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제우스와 포세이돈이라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공존하면서 제우스의 번개가 사라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익히 알려진 또 다른 신화 속 주인공 메두사가 등장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영화 타이탄(2010,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역시 제우스와 포세이돈이라는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영화는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인간세계와 신들과의 전쟁에서 인간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서구 세계의 대표적인 신화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이 영화의 모티브로 차용되는 것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 당시부터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심형래 감독의 2007년작 디 워는 이무기를 소재로 한 판타지 블록버스터였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품고 용으로 승천해 악의 세력을 응징한다는 내용을 그린 디 워는 국내 관객 800만 돌파라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장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디 워는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서 1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디 워 성공 불구, 판타지-SF 장르 한국 불모지

디 워의 성공은 척박한 한국 판타지, SF 영화계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국적인 독특한 소재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빚어낸다면 전 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를 뜻하는 구미호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 모티브이다. 1977년 한혜숙을 시작으로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 송윤아, 고소영, 박민영, 한은정, 신민아 등 수많은 여배우들이 구미호로 열연할 만큼 구미호는 TV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수없이 많이 제작됐다.

▲ 이무기가 여의주를 품고 승천한다는 전설을 소재로 제작된 한국영화 디 워 

이처럼 구미호 관련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구미호 작품이 그동안 꾸준히 제작됐다는 점은 기실 한국대중문화계의 아이디어 빈곤을 상징한다.

이를테면 작품성과 연기력은 차지하더라도 77년 한혜숙의 구미호와 2010년 한은정의 구미호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객들이 구미호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작품 자체도 작용하지만 당대 최고 인기의 여배우가 출연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구미호의 광풍 속에서 제작된 판타지 장르 영화로는 전우치(2009, 최동훈 감독), 홍길동의 후예(2009, 정용기 감독) 그리고 최근 개봉예정인 초능력자(2010, 김민석 감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전우치와 홍길동은 한국사회에서 초능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캐릭터들이다. 개봉 예정작 초능력자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주인공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또 다른 초능력자 사이의 한 판 승부를 그리고 있다.

전 세계 판타지, SF영화계를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스페인 출신 호르세 블랑코 감독은 플래닛 51로 국내 영화시장을 두드렸다. 외계행성에 미 NASA 소속 우주비행사가 도착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스페인산 애니메이션 플래닛 51은 외계 행성에서는 지구인이 외계인으로 비춰진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전 세계 영화시장을 노크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0.2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