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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우연히 충동 구매한 아이폰을 석 달 가량 사용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며 기능을 익히고 배우면서 흥미로운 장난감이 생긴 기분이었다.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이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어 놓았다고 흥분하여 얘기한다. 여기저기서 공룡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는 세상에서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대안적인 소통수단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얘기한다. 아주 편리하게 정보와 콘텐츠에 접근하면서 정보소통체계가 달라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분야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대학로의 연극정보 또는 수도권의 전시/공연정보와 같은 정보편의성과 관련한 어플이 조만간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Movies' 어플의 구조가 기본이 될 것이다. 웹과 모바일의 정보 내용은 동일하지만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편의성에서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집에서 찾은 극장위치를 밖에 나가기 전에 다시 노트에 위치를 옮겨 적은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언제든지 페이지가 열리는 스마트폰의 위력을 체감한다. 이것뿐인가. 집을 나오며 버스나 지하철의 도착시간을 확인해 보고, 대학로와 같이 극장 찾기가 쉽지 않은 곳에서도 증강현실을 통해 핸드폰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면 된다. 콘텐츠의 밀도가 높고 집중적인 공연페스티벌, 비엔날레 등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 속속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어플은 이미 웹상으로 구현되어 있는 콘텐츠를 모바일 기반으로 압축, 변형하는 것이라 제작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그 첫 시도는 아마 다원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봄’이 처음일 텐데, 이 어플에는 공연정보, 동영상, 공연장위치, 작품소개가 간명하게 담겨있다.
어플리케이션의 장점이 정보획득의 수월성이라면 팟캐스트와 iTunes U라는 영역에서는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인 Podcast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디지털 방송이다. iTunes U는 미국의 스탠포드나 MIT 등 유수대학의 강의 및 학문관련 미디어 콘텐츠를 모아놓은 곳이다. 처음에 영어공부를 하려고 CNN이나 BBC의 뉴스를 보려고 들어갔다가 팟캐스트의 그 무궁무진한 콘텐츠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iTunes U의 질 높은 콘텐츠를 접해보고 나서는 영어권의 사용자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는 국내 통신사의 자본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인데, 그 언어권의 지적보고의 창고문을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는 주요방송과 다양한 지역방송, 그리고 수많은 개인방송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검색이 된다. 이런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를 아이폰을 통해 편리하게 구독해 볼 수 있다. 2005년 애플이 팟캐스트 사업을 시작할 당시 자체 제작한 내용들에서 출발해 이제는 수 년 만에 전 세계의 콘텐츠가 팟캐스트용으로 재가공되어 제공되고 있다. 이에 비해 질 높은 콘텐츠를 목표로 2007년에 시작한 iTunes U는 2009년 말에 다운로드 백만 건을 넘어섰다. 이 무궁무진한 자료의 대부분이 무료라는 점을 볼 때, 국내 콘텐츠의 지적재산권만이 강화되는 측면은 오히려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과 소통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생긴다. 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구성이 달라지는데, 영국의 에딘버러페스티벌은 공연수가 엄청나고 축제를 보기위해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의 수가 막대한 만큼 관련된 서비스도 그에 못지않다. 에든버러 프린지의 경우 하루에 수백 건의 공연이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게 열리고 수 만 명의 관람객이 늘 거리에 가득차 있다. 따라서 콘텐츠의 일관성보다는 다양한 접근과 방법이 모색이 된다. 공연장의 위치만 소개하는 어플이 있는가하면 프린지공연에 참가하는 이름 모를 예술가들을 인터뷰한 팟캐스트, 주요 공연만을 소개하는 방송이 있고 숙소 및 관광 관련 팟캐스트만 해도 그 종류가 여럿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팟캐스트들은 방송국이나 축제공식기관 외에 대학, 시민단체, 개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도 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의 다양성은 요긴한 정보가 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축제와의 풍성한 소통에 기여한다.
지난 몇 년간 국내의 문화정책은 끊임없이 관객개발과 시민의 향수권 신장을 강조해왔는데, 이는 흔히 집객의 증가를 통한 접촉의 확대라는 양적인 면에 매몰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국내 공연장, 미술관, 축제조직 들이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다양한 수단을 지니지 못했다. 이는 전문인력의 부족, 소통수단 개발의 부재, 마케팅 개념의 협소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통의 중심수단으로 미디어매체가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거나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화예술기관들이 아이폰의 등장에 맞춰 기존의 정보전달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정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대부분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문화예술과 관련한 성공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이폰이 보여준 것은 iTunes U의 막대한 지식정보와 팟캐스트라는 다양한 소통수단의 무한한 확장이라는 측면인데, 제한된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는 어플리케이션은 그 아이디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이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의 막대한 지식정보이듯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객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진짜 지식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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