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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유해진, 혜수와 결혼할 것 같다”

강우석 감독 “유해진, 혜수와 결혼할 것 같다” [JES]

2010.03.10 00:42 입력

눈과 비가 교차로 뿌려진 9일 밤. 이번 약속 장소도 어김없이 '충무로역' 근처였다. 달라진 건 장소가 그의 단골 족발집이 아닌 참치회집이었다는 점. 그릇 바닥이 보일 때마다 리필되는 붉은 참치회처럼 이날 '스토리텔러' 강우석 감독 역시 밑천 떨어지지 않는, 녹슬지 않은 입담을 선보였다.

한국 영화 토종자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강우석. '공공의 적' '실미도' 등 지금껏 17편을 연출한 그는 난생 처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 촬영을 며칠 전 마친 탓인지 초췌해 보였다. 하지만 표정과 말투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과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지구촌 극장가를 집어삼킨 포식자 '아바타'도 이날 빼놓을 수 없는 안줏거리였다. 두 시간 동안 그와 나눈 짧고 굵은 인터뷰를 지상 중계한다.


▶ take1

-먼저 불편한 질문부터. '백야행' '용서는 없다' '주유소 습격사건2' 등 시네마서비스 투자작이 잇따라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 아드레날린 분비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 같다.

"속이 편할 리 없지만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낙담하지도 않는다. 영화도 사람처럼 다 자기 팔자를 타고 나는 법이니까. 오죽하면 흥행은 운칠기삼이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투자자인 나 보다는 감독과 제작자들이 더 상심했을 거다. 안 좋은 과거는 빨리 잊는 게 상책이다. 기회는 또 만들면 되니까."

-윤태호 원작 만화 '이끼'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다소 의외였다.

"강우석이 만화를 각색하는 건 처음이니까 그랬을 거다. 나 스스로도 신선한 변화였고 어느 작품 못지 않게 창작 앞에서 고통스러웠다."

-'이끼'가 묵직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어 좀 헤비해 보인다.

"물론 관통하는 주제는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강우석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이다. 러닝타임을 줄이고 줄여 2시간 40분으로 만들어놨는데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강우석을 믿어봐라."

-자신감의 근거는 역시 컨텐츠에 대한 믿음인가?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감동을 줘야 한다. 거기에 재미까지 충족된다면 금상첨화겠지. 관객의 마음과 심장을 얻으려면 배우와 연출가는 그만큼 고통스러워야 한다. 촬영현장이 고되면 고될수록 관객은 즐거워지는 법이다. 재미없는 영화는 유료 관객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다."

▶ take2

-'아바타'가 한국은 물론 세계를 집어삼켰다. 혹시 그 영화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다. 대한극장에서 입체 안경 쓰고 봤다.(웃음)"

-어땠나.

그는 이 대목에서 즉답 대신 담배를 꺼내 피웠다. 6개월간 끊었던 담배를 그는 '이끼' 엔딩신 촬영날 다시 피웠다고 한다.

"솔직히 좌절했다. 그들(할리우드)의 상상력에 두손 두발 들었다. 내가 본 최고의 영화 '대부'를 봤을 때 만큼 충격이었다. 극장에서 나와 충무로를 걷는데 '왜 내가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나도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저런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자괴감이 밀려오더라. 재작년 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이후 최고의 영화였다."

-대안은.

"결국 드라마다. 내가 만약 '실미도'를 찍고 있을 때 '아바타'를 봤더라면 '실미도' 촬영을 계속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이끼'는 시각적 쾌감 보다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은 영화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강우석은 여름방학 기간인 7월 중순 이 영화를 개봉해 10월까지 롱런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름방학부터 추석까지'는 모든 한국 영화 제작자의 꿈이다.

-러닝타임이 길면 그만큼 객석 회전율이 나빠질 텐데.

"원래 편집본은 3시간에 가까웠다. 자른다고 자른 게 2시간 40분이다. 밀어붙일 생각이다."

-3D 영화 연출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그건 그쪽 분야에 관심 많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싶다. 나는 언제까지나 감동을 주는 감독이고 싶다."

▶ take 3

-'이끼'에 나오는 정재영·박해일·유선과의 작업은 어땠나.

"재영이와는 '실미도' '강철중:공공의 적1-1'로 친분이 두텁고 박해일도 서로 잘 통하는 배우다. 유선은 무엇보다 연기력과 감성이 좋고 털털하기까지 해 마음에 들었다. 정재영과 유선은 '이끼' 후속작('글러브')에도 함께 간다."

-원래 여배우 기용에 인색해 여성단체로부터 '마초' 감독 소리를 듣지 않나.

"옛날 얘기다. 그리고 관심 분야가 형사, 남북 분단, 갱스터다 보니 그랬다."

-'이끼'에는 주·조연이 없다는 말도 있다.

"등장 인물마다 제각각 사연이 있기 때문에 주·조연을 구분하는 게 사실 무의미하다."

-유해진도 나오는데 김혜수와의 교제를 알고 있었나.

"그럼 감독인데. 신문에 나오기 전 짐작하고 있었다."

-기자들 전화 많이 받았겠다.

"내심 열애설 터졌을 때 전화 몇 통 오겠지 생각했는데 한 통도 안 오더라.(웃음)"

-두 사람의 결혼 여부가 연예계 화제다.

"내가 볼 때 두 사람 결혼한다. 해진이가 '요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조심스럽다'며 상담을 청했다. 두 사람 모두 진지하고 사려깊은 배우들인 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고 기대한다."

김범석 기자[kb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