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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주선]애플을 잡으려면 애플처럼 다 바꿔라

[기고/이주선]애플을 잡으려면 애플처럼 다 바꿔라

2010-10-02 03:00 2010-10-02 09:23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 와중에 LG전자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 국내기업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를 사퇴시켰고 이건희 회장은 내년 삼성전자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했다. 급격한 경쟁력 저하 우려는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소니, 도요타, GM 에서도 보편적이다.

한 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기업이 갑자기 수세에 몰리거나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원인기술혁신과 범세계적 초경쟁(mega-competition)이 초래한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급변 그리고 제품 주기 단축에 대한 기업의 대응능력 차이 때문이다.

정보기술(IT) 혁명은 통신 컴퓨터 신문 방송 영화 게임은 물론 출판 자동차 주택 금융 항공 등 각기 다른 영역이던 산업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융합과 재편을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세계적 규모의 패러다임 전환적 기술혁신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경쟁의 최종승자가 누구일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또한 경이로운 기술혁신과 범세계적 분업 투자 및 무역은 생산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 내 기업 형태인 옥션, 이베이와 애플 앱스토어는 이러한 생산양식 변화의 전형이다. 생산양식 변화는 패러다임 재편과 어우러져 기존 가치사슬을 쇠퇴시킨다. 도태되는 가치사슬에 기반한 기업은 쇠퇴하고 새로운 가치사슬을 장악한 기업은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경쟁우위를 확보하여 이윤을 독차지한다. 이러한 변혁이 자주 일어나서 제품주기는 더욱 짧아진다.

이와 같은 경쟁 환경에서 기업이 승자가 되려면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전환을 주도하는 혁신과 이에 수반되는 위험과 도전을 감수할 신속하고도 단호한 의사결정이 필수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 추진을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결정하고 집행할 추진능력을 가진 리더십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애플,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세계적 일류기업은 이러한 리더십을 가진 기업이다.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전환적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창조적 파괴 능력은 경쟁력의 또 다른 요체다. 과거의 경쟁이 기존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내에서 새로운 점을 찾아내는 일이었다면 현재의 경쟁은 패러다임 전환적 혁신에 기반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모방이나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가져야만 한다.

이 두 가지 경쟁력의 요체를 모두 보유한 기업인 애플이 절대적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신속하고도 단호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가능한 오너경영 체제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를 통한 패러다임과 생산양식 전환적 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창의력을 보유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세계적인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직면하는 핵심 위협요인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도전은 창조적 파괴를 행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가진 개인을 선별하고 이들을 정점으로 조직에서 수행하는 혁신을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LG전자의 CEO 교체와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상황인식이 이런 변혁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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