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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의 중국은 지금] 돼지 얼굴의 용과 화합정신

[최용민의 중국은 지금] 돼지 얼굴의 용과 화합정신
기사입력 2010.09.17 09:19:00 | 최종수정 2010.09.17 09:20:0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용은 가상의 동물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최고의 존귀함을 상징한다. 용의 모습이 갈수록 자취를 감추는 우리와 달리 중국에서는 그 위용이 여전하다. 중국의 용은 모양이 다양하고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수천년 전의 역사는 물론 현재도 중국인과 같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일반 가정집과 공원을 지키고 희귀 문화재 발굴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옷과 같은 생활용품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길거리 예술에서도 용은 여기가 중국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중국에서 용은 황제(왕)를 상징한다. BC 256년경에 황제가 술을 먹고 자고 있는데 그 어머니가 황제의 얼굴을 보고 그려 만든 모습이 용이 되었다는 것이 용의 탄생론이다. 그 후로 황제와 관련된 옷, 신체, 얼굴에는 용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궁궐에는 거의 모든 공간이 용으로 치장되어 도대체 몇 마리나 그려졌는지 그린 사람도 모른다는 말까지 있다. 황제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는 용을 잘못 그려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하였다. 특히, 발톱이 5개 인 용을 잘못 그리면 바로 참수형의 대상이 되었다는 전설 아닌 전설도 있다. 역모를 꾸몄다는 이유다.

중국인들이 용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농사를 위해 반드시 물이 필요한데 상상의 용이 그 것을 해결해 주었다. 중국의 용은 날거나 바다 속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비와 바람도 일으키는 신비의 동물로 중국인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용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우제를 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용에 대한 보다 깊은 의미는 따로 있다. 그 기원을 알기 위해 6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때는 신석기 시대다. 당시 거의 모든 부족은 토템신앙을 갖고 있었다. 황하강 유역을 지배하던 한 부족은 이웃을 정벌하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이 생겼다. 피정복민을 회유하기 위해 자기 동물을 강요하기 보다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토템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 부족이 섬기던 동물의 일부를 차용하여 새로운 동물을 탄생시켰다. 가장 중요한 몸통은 자기들이 섬기고 있던 뱀으로 정하고 다른 부족이 섬기고 있던 돼지로 용의 얼굴을 완성하였다. 소와 사슴을 섬기던 부족을 위해 귀와 뿔을 빌려오고 물고기와 양을 섬기던 부족을 다독거리기 위해 그 것의 비늘과 수염으로 용의 일부를 삼았다. 끝으로 매를 섬기던 무리를 위로하기 위하여 용의 발톱을 매의 그것처럼 만들었다. 정복민이 피정복민에게 자기의 토템신앙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7개 부족이 함께 화합할 수 있도록 용이라는 신비의 동물을 창조한 것이다. 그래서 용은 화합의 상징이자 포용력의 징표라고 한다.

이제 중국에서 용은 경제의 비상을 상징한다. 표현 그대로 용솟움 치는 경제를 보며 중국인들이 그리는 새로운 용에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choi@kita.net)]

■He is…

`중국은 지금`과 `중국비즈니스 체크포인트` 저자,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근무, 중국대외경제역무역대학 연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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