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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명사

전통시장, 이제는 문화다!

전통시장, 이제는 문화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한때는 자로 잰 듯 정교하면서 기계적이어서 다소 차가운 느낌 마저 드는 디지털이 대세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약간의 잡음이 들리는 중고 LP판을 찾아다니고 작고 아늑한 커피숍 같은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인 멋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슬로시티가 탄생하고 곳곳에 올레길, 둘레길이 만들어 지는 것도 속도와 편리만을 추구하는 디지털에 대한 반작용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냄새 넘치는 곳이라면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부터 시장은 물건이 거래되는 곳이기에 앞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누구네 집에 송아지가 태어나고, 누구네 집이 손자를 보았는지 시시콜콜한 일상과 삶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었다.

어느새 시장은 이런 정겨운 매력은 잃어버리고 그저 낡고 불편한 곳으로만 인식되면서 손님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들이 경제발전과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그 동안 전통시장을 편리하고 깨끗하게 만들면 다시 활기를 되찾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실시해 왔다.

시설현대화사업으로 비가림 시설을 설치하고, 주차장과 화장실을 만들었다. 경영현대화사업으로 상인들에게 친절과 상품진열방법을 교육하고 파격세일 행사와 쿠폰제 실시 등 선진 마케팅 기법도 전수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상인들의 자구 노력 덕분에 전통시장은 전에 비해 확실히 깨끗하고 편리해 졌다.

그러나 이런 지원정책은 소비자의 편의성에 집중되어 있어, 전통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매력과 가치를 개발하는데 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대형마트와 같은 신생 유통공간에는 없는 가치, 시장만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일률적인 공동기반 시설위주의 양적지원에서 벗어나 전통시장이 갖는 고유의 특성을 살리고, 그 지역의 고유문화와 주변관광지와의 연계를 통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제주동문시장은 수산물과 관광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시장이다. 2008년에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이후 올 상반기까지 테마의 거리, 빛의 거리, 청소년의 거리, 영화의 거리 등을 조성하였다.

제주에 도착하여 제주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동문시장에 들러 제주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고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수산물과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도 보고 살 수도 있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와 삶의 방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금년까지 전국에 18개시장이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옛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역할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요소를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보따리 무역상이 많은 국제항구 지역의 전통시장을 국제상인시장으로 선정하여 국제 관광명소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또 문화관광체육부(문화콘텐츠)와 행정안전부(IT를 접목한 편리한 선진시장) 등이 각 기관의 전문성과 장점을 살려 함께 지원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서민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전통시장에서 지역 고유문화와 관광자원을 함께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전통시장도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 등록일 : 201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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