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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드라마

김탁구, 인기가 많아도 걱정

김탁구, 인기가 많아도 걱정
데스크의 주장
2010년 09월 08일 (수) 연지민 기자 annay2@hanmail.net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드라마 김탁구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드라마 촬영지인 청주 수암골도 덩덜아 주목 받고 있다. '팔봉제빵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는 '빵'의의미를 먹을거리에서 생명으로 승화하며새로운 드라마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수암골 현장에는 하루 2000여명의 관광객이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 각지에서 촬영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시청자들은 제빵점 앞에서 인증샷으로 방문을 기념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되기도 한다. 드라마 인기에 편승한 수암골 방문자 수 증가는 관광 자산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수암골이 인기를 끌자, 관광자원 활성화 차원에서 수암골 활용도를 높이는 산업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을 때 볼거리, 먹을거리, 판매거리 등을 내세워 확실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드라마가 끝나도 외국으로 DVD를 수출할 경우 최소 3년간은 수암골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으며 발빠른 투자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김탁구를 외부 제작한 삼화네트윅스는 김탁구와 관련, 드라마 세트장 설치 등을 포함한 투자

계획을 충북도와 청주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는 지자체와 삼화네트윅스가 50대 50의

비율 투자로 50억원 규모의 촬영세트장과 체험 학습장을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또 평택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을 청주로 이전하고 유료 체험장을 운영해 관광자원을 구축하면 수익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이익금에 대해선 지자체 2, 삼화네트윅스 8을 제시해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기대 이상의 드라마 시청률에 희색이지만, 인기 덕에 또 다른 고민에 빠진 것이다. 1970년대 옛

풍경을 담은 수암골을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들에게 그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암골에는 팔봉제과빵집으로 촬영하고 있는 건물 하나만 달랑있다. 드라마 속 세트장을

기대했던 관광객이라면 실망하고 돌아갈 게 뻔하다.

앞뒤 상황이 이러한데 지자체로선 "갔더니 볼 것도 없더라"는 비난도 걱정이고, 그렇다고 지금의

인기에 편승해 드라마 세트장을 만들어 놓을 경우 기존의 드라마세트장처럼 무용지물로 전락해

예산 낭비만 초래하지 않을까,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열악한 예산으로는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드라마 '김탁구'의 인기 덕에 시민들의 욕구는 높아지고, 수암골 주민들은 실질적인 가치 창출을

원하고, 외지 관광객들은 더 많은 볼거리를 원한다. 다양하게 분출되는 요구는 어쩌면 드라마의

시청률처럼 거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문화가 가진 원형이 단단하지 않으면 단시간에 이룬 문화콘텐츠는 또한 쉽게 사그러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드라마가 지닌 문화의 힘은 적정한 유효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폐기되는 경향이

 짙다.

수암골은 드라마 '김탁구' 이전부터 청주의 이광진 문화기획자가 골목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사업을 진행해 왔던 곳이다. 여기에 지역 미술작가들이 참여해 벽화를 그려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짧은 역사지만 정성이 담긴 곳이 수암골이기도 하다. 서둘러 이것 저것 끌어다 수암골을

포장하기보단, 커다란 틀에서 생명력이 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충청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