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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AI, 지능형 로봇

로봇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로봇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대중문화의 관점 2010년 09월 01일(수)

물고기 로봇 ‘익투스’가 2011년 4대강 일부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는 8월 29일 “내년에 4대강 한 곳이나 많게는 두 곳에서 물고기 로봇 2~3마리로 기동하는 한 조를 시험 유영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물고기 로봇 익투스는 내년 4대강 일부에서 수중 탐사를 할 예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익투스(그리스어로 물고기라는 뜻)라는 이름의 이 물고기 로봇은 수중 환경을 감시하고 수중 탐사를 목적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나경환)이 개발한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08년 몸길이 25cm짜리 물고기 로봇인 익투스 버전1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30cm짜리 버전2, 지난해 9월 42cm짜리 버전3, 현재 버전4를 개발 중이다.

의료계에선 ‘다빈치’ 로봇수술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은 집도의가 게임기처럼 생긴 서전 콘솔(Surgeon Console)의 뷰파인더를 보면서 조종 장치를 움직이면 4개의 로봇 팔이 따라서 움직이면서 수술을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2005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다빈치를 도입한 이래 매년 수백건의 로봇수술이 다수의 종합병원에서 집행되고 있다. 적용분야도 전립선암, 신장암 등 기존의 비뇨기과 분야뿐만 아니라 복강경 수술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단순 용접용 기계 정도로 치부됐던 로봇이 자동차 제조과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 해결을 위한 기름 먹는 로봇, 가사 도우미 청소로봇, 화재 진화 소방로봇, 군사용로봇 등 어린 시절 만화나 공상과학 영화에서 한번쯤은 봤음직한 로봇이 우리 실생활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대중문화 통해 과학기술과 인류의 관계 모색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달로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실 로봇은 그 이전부터 우리에게는 친숙한 아이템이다. 로봇이 실생활에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로봇을 만나왔기 때문이다.
 
비단 로봇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는 언제나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과학적 상상력으로 기술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러한 대중문화를 통해 우리는 과학기술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대중문화가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 부정적인 시각, 그리고 중립적인 시각이다. 중립적인 시각은 다른 말로 하면 상업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로봇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도 이 같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보인다. 로봇하면 ‘로봇의 3원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떠오른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nson Heinlein)과 함께 SF계의 ‘빅 쓰리’로 불린다.

▲ 아이로봇은 인류를 위협하는 로봇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조-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또한 그 위험을 그대로 지나침으로써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제2조-로봇은 사람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단 그 명령이 제1조에 어긋나는 경우는 이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제3조-로봇은 제1조 및 제2조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로봇 3원칙은 아시모프의 원작을 영화로 제작한 ‘아이로봇(I, Robot, 2004 알렉스 프로야스)’에도 등장한다. 영화에서 인류는 지능을 갖춘 로봇으로부터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한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로봇의 창시자인 래닝 박사가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더 이상 로봇은 인류의 동반자가 아닌 인류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된다. 영화는 주인공 스프너가 로봇으로 인한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아이로봇은 로봇으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 모습을 보여 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 스프너 역시 교통사고로 인해 한 쪽 팔이 로봇 팔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아시모프는 비록 로봇이 인류의 적이 될지라도 이를 구원하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로봇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앤드류는 인공피부를 이식받는 등 인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아시모프의 또 다른 원작소설을 영화로 한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2000 크리스 콜롬버스)’은 아이로봇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가사도우미 로봇 앤드류가 주인인 리차드의 작은 딸과 서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점차 인간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리차드의 딸은 처음 가사도우미 로봇 앤드류를 로봇이라고 소개한 아버지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로버트라고 부른다. 세월이 흘러 앤드류는 결국 인공피부와 인공심장까지 달고 작은 딸의 손녀 포샤와 결혼한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로봇과 인류가 하모니를 이루는 유토피아적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한편 ‘트랜스포머(Transformers, 2007 마이클 베이)’는 철저히 할리우드 상업논리에 따라 제작된 영화이다. 속편까지 제작됐으며 3편도 제작 중인 트랜스포머는 변신로봇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담고 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만큼이나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거뒀다. 영화는 외계의 선한 변신로봇이 주인공과 함께 외계의 악한 변신로봇을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공식을 따르고 있다.

아이로봇이 과학기술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이센테니얼 맨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트랜스포머는 가치중립적 상업적 시각으로 다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영화에서 다루는 과학소재의 어떤 모티브가 인류가 지향하는 과학기술의 미래 모습일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과학기술의 미래와 인류의 관계를 희망적으로 볼 몇 가지 단서는 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는 과학기술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할 때 암울한 미래 모습을 그린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가 상업성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접할 때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희극보다는 비극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카타르시스’라는 말로 인간의 이 같은 성향을 설명했다. 즉 사람들이 비극을 보면서 일종의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이 격하게 유발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적 정념이 순화되는 일종의 정신적 승화작용을 겪는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기술이 개발되면 이를 둘러싼 긍정과 부정의 시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상 존재했다. 핵분열 기술은 핵폭탄과 원자력발전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농업혁명과 GMO 문제를 야기했다.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대중문화가 과학기술을 소재로 할 때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때문에 바이센테니얼맨의 친절한 가사로봇 로버트에 가까운 미래가 도래할 것인지, 인류를 위협하는 트랜스포머의 변신로봇에 가까운 미래가 도래할 것인지를 현재 시점에서 고민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에 앞선 기우이다. 다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는 이 둘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로봇을 만나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은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09.0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