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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AI, 지능형 로봇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도 척척 특수목적 로봇 어디까지 와 있나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도 척척 특수목적 로봇 어디까지 와 있나 2010년 08월 18일(수)

사이언스타임즈는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과에서 제공하는‘S&T FOCUS’를 게재한다. S&T FOCUS는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정책 및 연구개발 동향 분석결과를 제공하고, 다양한 과학담론을 이끌어 내어 과학문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매월 발행되고 있다. [편집자 註]

S&T FOCUS 특수목적 로봇은 국방, 우주개발, 해저탐사, 의료,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 대신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이다. 향후 로봇이 큰 시장을 창출하는 산업 아이템으로 성장하려면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일,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하는 핵심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특히 군사용으로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감시·정찰, 지뢰제거 등에 사용될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생산기술연에서 개발하는 특수목적 로봇의 연구성과를 살펴본다.

감시·정찰 비행로봇 ‘TDL-40’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6월 30일 로봇산업기술교류회에서 선보인 비행로봇 ‘TDL-40’  ⓒ더사이언스
비행로봇 ‘TDL-40’은 감시 및 정찰용 로봇이다. 본부와 무선통신을 주고받으며 해당 지역의 상황을 감시하고 상공을 비행하면서 촬영한 영상을 본부로 전송하는 게 주 임무다. 덕티드팬(Ducted Fan) 타입의 수직이착륙 로봇으로 무게는 6kg이다. 지름 40cm의 덕트(프로펠러를 감싸는 통) 속에 설치된 지름 35cm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수직으로 날아오른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면서 전기모터로 구동됐던 이전 버전의 로봇(TDL-30)보다 한층 힘이 강해졌다. 3kg 내외의 장비를 싣고 약 45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TDL-40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안테나, 자세센서, 제어기, 무선 송수신기, 카메라 등이 탑재되어 있다.

비행로봇이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무인비행체와 다른 점은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면서 균형을 잡거나 위험물을 피하는 등 자세제어와 위치제어를 하는 자율비행 능력이다.

TDL-40은 GPS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 지 판단하며, 방향을 바꿀 때는 스스로 자세를 제어할 수 있다. 가령 오른쪽으로 가려면 비행체를 스스로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것이다. 덕트 내부 프로펠러 아래쪽에 설치된 플래퍼도 이런 역할을 한다. 플래퍼는 4개의 판으로 이뤄진 작은 비행날개로 비행체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꿔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여 비행체의 자세를 바꿀 수 있다.

TDL-40의 프로펠러는 최대 10kgf의 추력을 낸다. 추력은 프로펠러를 회전해 비행체를 밀어올리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10kgf은 지구 중력에서 10kg을 공중으로 띄울 수 있는 힘에 해당한다. 만약 비행체의 무게가 6kg이라면, 4kgf 만큼의 여력이 남는 셈이다. 이 여유분이 많을수록 비행 중 에너지가 덜 들고, 필요한 장비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따라서 비행로봇에 설치된 부품(센서, 제어기 등)을 소형·경량으로 설계하는 것이 비행로봇에 필요한 주요 기술 중 하나다. 향후 TDL-40은 감시·정찰 임무 외에 각종 재난현장에서 조난자에게 인명구조 장비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처럼 비행로봇을 인명구조에 사용하는 사례는 TDL-40이 세계 최초다.

네 발로 걷는 다족형 견마로봇 ‘진풍’

4족 보행로봇은 말 그대로 네 발로 걷는 로봇이다. 자동차처럼 바퀴를 가진 로봇은 도로 같은 인공 환경이나 극히 제한적인 자연 환경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개나 말 같은 동물을 모방한 4족 보행로봇은 건물 내부나 산비탈, 숲이 우거진 곳 등 대부분의 환경에서 이동이 가능해 각종 감시 및 정찰, 수송 등에 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지형에서 특히 활약이 기대되는 로봇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빅독(Big dog)’이 대표적이다. 빅독은 60kg의 짐을 지고 시속 6km의 속도를 낸다. 자갈길이나 산길, 눈길은 물론 얼음판에서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된 자세로 보행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빅독을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80kg의 짐을 지고 시속 16km로 보행하면서 24시간 운용이 가능한 ‘LS3’를 개발 중에 있다.


생산기술연은 2006년 9월부터 다족형 견마로봇 ‘진풍’을 개발하고 있다. 네 발로 걷는 일종의 군사용 짐꾼로봇으로 산악지형을 오르내릴 때 60kg의 짐을 싣고 시속 5.4km로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1초에 1.5m를 이동하는 것으로 보통 병사가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진풍의 네 다리에는 16개의 관절이 있는데, 각 관절에는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되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장착해 다리 힘이 좋은 편이다. 유압식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주요 부위를 움직일 힘을 만들어내는 동력원의 역할을 하는 부위다.

기존에 상용화된 유압 액추에이터는 로봇에 장착하기에 크고 무겁다. 로봇용으로 만들려면 작고 가벼우면서 고출력을 유지한 채 정밀제어가 가능해야 하는데, 티타늄이나 두랄루민 재료를 쓰고 가공을 얼마나 정밀하게 할 수 있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다. 또한 다양한 센서로 관절 궤적을 실시간 감지하면서 험한 지형을 넘어지지 않으며 다니고, 장애물을
인식해 회피하는 등의 자율보행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입으면 힘이 세지는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사의 ‘헐크(HULC)’를 착용한 모습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은 사람의 몸에 착용해 팔다리의 힘을 키워주는 로봇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의 보행이나 동작을 보조하고,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사람의 힘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군사용으로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군인용 로봇인 ‘블릭스(BLEEX)’,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사의 ‘헐크(HULC)’, 일본 쓰쿠바대에서 개발한 ‘할(HAL)’ 등이 대표적인 웨어러블 로봇이다. 컴퓨터 센서나 인공관절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로봇들로 만약 병사가 헐크를 착용한다면 90㎏의 군장을 지고 시속 16㎞로 걸을 수 있고 포복 자세도 취할 수 있다.

생산기술연도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HyPER)’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는 국내 최초의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으로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8개의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동력원으로 쓰면서 성인 남자가 120kg의 짐을 지고 8~9시간 동안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웨어러블 로봇은 작고 가벼우면서 높은 출력을 내는 액추에이터 제조와 함께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동작의도를 재빨리 파악하고 함께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메커니즘 기술이 중요하다.

하이퍼의 허리와 발목 등에는 25개의 정밀한 압력 센서가 있어 사람과 로봇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동작을 보다 완벽하게 따라하려면 아직 기술적으로 개선할 점이 남아있어 이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이 직접 착용해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므로, 다른 로봇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해야 하는 난해한 인공지능 기술이 거의 필요가 없다. 따라서 로봇들 중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큰 힘을 필요로 하면서 모든 일을 로봇에게 맡길 수 없는 작업에 유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범퍼를 조립하거나 70~80kg 이상의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하는 등 사람이 상황을 판단을 하면서 큰 힘이 필요한 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하이퍼는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약 5년 뒤 실제 자동차 조립라인이나 제철소 등에 등장할 전망이다.

제공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과 |

글 박상덕(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민군실용로봇사업단장)

저작권자 2010.08.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