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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이인식의 멋진 과학] 살인 로봇이 몰려온다

[Why] [이인식의 멋진 과학] 살인 로봇이 몰려온다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KAIST겸임교수
  • 입력 : 2010.07.10 03:05 / 수정 : 2010.07.10 22:45
전쟁터에서 사람 대신 싸우는 무인 병기가 원자폭탄 출현 이후 전쟁의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바꿔놓을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무인 병기는 무인 항공기와 무인 지상차량이다.

무인 항공기는 사람이 타지 않고 모형 비행기처럼 무선으로 제어되는 원격 조종 항공기이다. 미국의 프레데터(Predator)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01년 10월 미국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때 프레데터에 미사일을 장착해 탈레반군을 폭격함으로써 무인 공격기 시대가 열렸다.

한편 무인 지상차량은 병사 대신 정찰, 경계, 폭발물 탐지 및 제거 임무뿐 아니라 사격도 하는 로봇병기이다. 2005년 이라크에 실전 배치된 탤런(Talon)은 자동소총과 로켓탄 발사장치가 장착됐으며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로봇자동차이다.

동물처럼 네 발로 걷는 로봇인 빅덕(BigDog)은 보병의 전투 능력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대부분 원격 조종되지만 머지않아 자율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로봇이 출현할 것임에 틀림없다.

2009년 1월 펴낸 '로봇과 전쟁(Wired for War)'에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군사 전문가 피터 싱어는 미국이 무인 지상차량 1만2000대, 무인 항공기 700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00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군사용 로봇의 발전 방향이 세 가지로 분석되어 있다.

첫째, 전투 로봇의 모양과 크기가 다양해진다. 바퀴로 굴러가는 것부터 빅덕처럼 다리가 달린 것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전쟁터를 누비게 된다. 7.5cm에 불과한 벌새 로봇부터 축구장 길이의 레이더가 설치된 비행선까지 다양한 크기의 로봇이 하늘에서 활약한다.

둘째, 전쟁터에서 로봇의 역할이 더욱 확대된다. 최전방 철책선 경계를 서거나 지뢰를 탐지 및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전투 상황에 투입된다. 2007년 선보인 마스(MAARS)는 160kg짜리 기관총이 달려 있으며 수류탄 발사가 가능한 로봇탱크이다. 전투 중에 부상당한 병사를 안전한 장소로 끌어내 돌볼 줄 아는 간호로봇도 활약이 기대된다.

셋째, 전투 로봇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프레데터의 경우 원격 조종 항공기로 개발됐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 이·착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목표물 12개를 동시에 추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 목표물이 지나온 출발점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로봇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을 갖게 될 날이 코앞에 닥쳐온 것이다.

2008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낸 '2025년 세계적 추세'에 따르면 2014년 무인 지상차량이 사람과 함께 전투를 하게 되고, 2025년 완전 자율 로봇이 전쟁터를 누비게 된다. 이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독해야 할 문서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장래에 인류가 로봇과 뒤섞여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7월호 편집자 논평은 미국 정부에게 국제적 공조를 통해 살인 로봇의 실전 배치를 규제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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