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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1조 매출 앞둔 변대규 휴맥스 사장

1조 매출 앞둔 변대규 휴맥스 사장
실패한 벤처는 시장 공부않고 기술력 믿고 머리만 굴리더라
병원 존재 이유는 의사ㆍ간호사 아닌 환자치료가 목적
셋톱박스 넘어서 자동차 + IT기술로 신성장동력 찾아
기사입력 2010.08.17 17:27:59 | 최종수정 2010.08.17 20:44:5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매출 1조원 달성. 디지털 방송수신장치 셋톱박스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띄워 올해 이 같은 결과를 바라보게 됐다.

휴맥스는 태생부터 국내 다른 기업들과 달랐다. 국내에서 돈을 번 후 그 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 아니라 회사 창립 때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휴맥스는 현재 수익 중 97%를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벤처 1세대`로 불리는 변대규 사장을 최근 경기도 분당 휴맥스 본사에서 만났다. 올해 51세. 벤처 1세대가 창업한 기업이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창업자가 현업에서 뛰고 있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첫 인상은 마치 철학자를 연상시킨다. 그 스스로도 `책상 물림` 스타일이라고 했다.

"사물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은 많은데 막상 알게 되면 별 흥미가 없어져요. 사업이 어려워서 아직까지 계속 흥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변 사장이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에게 `사업`은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다. 변 사장은 "실패한 벤처 대부분이 사업을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사업은 내 머릿속을 뒤지는 것이 아니고 시장을 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환자 치료이지 의사나 간호사를 먹여살리는 게 아니라는 의미심장한 비유를 들었다. 한마디로 기업은 최고경영자(CEO)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과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휴맥스는 창업 당시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

1989년 대학 연구소에서 시작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세는 PC의 디지털 방식이 가전에 접목되는 디지털가전이었고 이에 1993년 셋톱박스로 결정했다. MPEG-1 기술이 적용된 CD 가라오케 반주기도 같이 만들었는데 이는 나중에 MPEG-2 디지털 비디오 압축 기술에 바탕한 디지털방송 노하우를 셋톱박스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위기도 찾아왔다. 1997년 말 해태전자가 도산하자 당시 해태전자에 CD 가라오케를 납품하던 휴맥스도 덩달아 망할 뻔했다.

당시 변 사장과 함께 분당중앙공원을 걷고 있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업을 접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정도다. 그러나 두 달 후 신제품이 나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1996년 말에 개발을 시작해 1998년 초 출하했던 그 제품이 2~3개월 늦게 나왔더라면 휴맥스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위기 극복의 원동력을 묻자 단연 `사람`을 꼽았다. 그는 "변대규 회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다. 당시 월급을 20~30% 깎았는데 다 남아서 어려움을 넘기면서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가 아니면 나가버리면 되는데 사람이 안 떠나고 있었으니 품질 불량 문제를 잡았다는 것이다.

위기를 넘기자 조직이 강해지고 단단해져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매출액이 1997년 142억원, 1998년 284억원, 1999년 541억원, 2000년 1426억원, 2001년 315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기를 맞았다.

휴맥스의 신성장 동력은 뭘까. 변 사장은 차량에 IT가 결합되는 `카인포테인먼트(Car Infotainment)` 사업을 꼽았다.

그는 "지금 일본이나 유럽 회사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젊고 유능한 소프트웨어 인력이 없어서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비디오와 방송을 갖고 있는 휴맥스에도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TV 시대에 단순한 셋톱박스는 스마트TV 안으로 들어가지만 하이엔드 박스는 TV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이엔드 셋톱박스는 홈미디어서버로 진화해 향후 10년간 수명이 거뜬할 것으로 내다보는 듯했다.

그는 "애플 iTV는 위성, 케이블, 지상파 등 매체가 너무 많아 원플랫폼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고 비디오는 음악과 달리 비디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음악 주듯이 안 할 것 같다. 구글TV와 함께 제공되는 `IP-온리 박스`도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 과거 애플 TV가 실패했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 He is…

△1960년 경남 거창 출생 △1983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대학원 석사 △1989년 서울대 박사 △1989년 건인시스템(현 휴맥스) 설립 △1998년~ 휴맥스로 사명 변경 후 대표이사 사장 △1999~2005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01~2004년 SK텔레콤 사외이사 △2001년 벤처리더스클럽 회장

[김대영 기자 / 황시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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