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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Special Interview] “전자책이 출판시장 크게 키울 겁니다”

[Special Interview] “전자책이 출판시장 크게 키울 겁니다”

이상규 인터파크INT 대표


이상규 인터파크INT 대표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을 창시한 대표적 인물이다. 인터파크INT는 4개의 사업부문(도서, 오픈마켓, 엔터테인먼트 및 티켓, 투어)을 총괄하고 있는 회사로 이 대표는 지난 14년간 새로운 비즈니스를 거듭 시도하며 시장을 개척해 온 주역이다.
 
그는 최근 전자책 시장에 ‘비스킷’이란 서비스로 또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7월 19일 서초동 인터파크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언제나 즐겨 입는 청바지 차림처럼 담백한 말솜씨로 ‘인터파크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인터파크의 역사를 보면 업계 최초로 시도한 사업들이 많았습니다.

1996년 인터넷 쇼핑몰을 처음 시작할 때 참고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e커머스 선도 사업자 아마존·이베이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기 때문이죠. e커머스를 위한 웹을 구축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등도 새로 개발해야 했으니까요.

1997년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 서점을 시작했고 1998년 공연 티켓, 1999년 여행 상품 서비스, 2000년에 오픈마켓을 순차적으로 론칭했습니다. 선례가 없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인 만큼 새로 시장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준비 끝에 서비스를 론칭해 보면 예상과 다른 경우도 있었죠. 초기에는 시장이 크게 늘지 않아 서비스에 대한 학습과 발전을 거듭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말씀처럼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다가 시행착오를 겪은 경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1990년대 택배사의 배송 서비스는 단가도 높고 서비스의 질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99년 서울의 각 구마다 인터파크 오프라인 멀티숍을 열어 책·음반 등 문화 상품을 예약하고 소형 물류 기지처럼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죠.

하지만 호응이 적어 다음 해에 바로 서비스를 철수했습니다. 2006년에는 신선 식품 위주로 온라인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년 후에 접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웃음)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현시점에서 주요 이슈와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초기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루에 몇십만 원 매출이 지금은 수십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온라인 시장은 현재 20조 원 규모로 전자상거래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매시장은 총 190조 원으로, 할인점이 32조 원, 백화점이 18조 원이고 온라인 시장의 비율은 10%가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죠. 이제 온라인 쇼핑은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자들도 많이 생겨났고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14년 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변했죠.

온라인 시장은 매년 약 10%포인트 성장하면서 2조~3조 원씩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용 빈도도 높아지고 최근 스마트폰과 IPTV 등 접근할 수 있는 채널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스마트폰 쪽으로 사업을 많이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규모가 작지만 새로운 채널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파크도 책·CD·DVD 등의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삽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반품 및 교환이 원활해야 하는데 아직 프로세스가 번거롭습니다. 또한 배송할 때도 아직까지는 정확한 날짜를 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과제를 개선해야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전자책 비스킷을 출시한 지 약 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괜찮다고 보고 있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전자책은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에 컴퓨터 기능을 넣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 사람들이 서비스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말로 설명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품입니다.

전자책 시장을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스킷 서비스의 목표는 전자책 시장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현재 전자책 콘텐츠는 3만5000종입니다.

그 안에 읽을 만한 것도 많고 수천 종을 읽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리지만,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50만~60만 종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매달 1만 종씩 보강하고 있지만 아직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킨들과 아이패드로 촉발된 전자책 혁명을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미국·일본·중국에 비해 전자책의 활성화가 더딥니다.

미국과 유럽 등 영어 문화권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매우 활성화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인터넷이 그동안 취약했습니다. 정책적 오류였죠. 마찬가지로 전자책 시장도 미국과 차이가 있습니다.

사업자가 트렌드에 늦은 문제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보지 않는 문화도 연결됩니다. 비스킷 서비스는 전자책 시장을 여는 동시에 국내에 독서 문화 보급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비스킷 단말기를 산 사람은 독서량이 3~4배 늘어납니다. 이런 점에서 전자책 단말기 보급이 의미를 갖습니다. 전자책은 출판 시장도 2~3배 늘릴 것입니다. 저도 늘 비스킷을 갖고 다닙니다. 전에는 한 달에 한 권 읽기 힘들었는데 요즘엔 3~4권 정도 읽고 있습니다.

전자책 시장은 국내 출판 업계와 미디어·콘텐츠 유통업계 등이 함께 확대해 가야 할 텐데 협력 사업이나 수익 구조 등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출판 업계와의 협력은 잘 되고 있습니다. 다만, 출판사들이 기존 저자와의 계약이나 외국서 번역에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적어 전자책 콘텐츠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기존 서적을 전자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저자 등 권리자와 새로 계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늘리는 데 시간이 더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파크의 전자책 사업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전자책 단말기를 많이 파는 게 사업의 주체가 아닙니다. 전자책 콘텐츠가 더 많이 유통되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함께 삼성의 S패드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비가 더 많이 보급돼 원하는 책을 쉽게 고르고 리뷰도 더 많이 볼 수 있으며 더 싸고 더 빠르게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방향입니다. 한편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철학입니다.

인터파크가 새로 추진하거나 구상 중인 사업은 있나요.

인터파크가 뭘 하겠다고 지정한 것은 없지만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했던 사업에서 문화 콘텐츠 등 소프트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이저 컴퓨터그래픽(CG) 3개사(인사이트비주얼·DTI픽처스·EON디지털필름)를 통합해 디지털아이디어란 특수 효과 전문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와 같은 CG가 가능한 회사로 키워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첫 작품으로 영화 ‘이끼’ 제작에 참여했는데 작품도 잘됐고 흥행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커피 전문점 ‘디 초콜렛’도 인수했습니다. 이제 커피숍은 단순히 커피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일상생활에 많이 다가와 있습니다. 그 문화 공간을 문화 사업과 접목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상규 대표는…

1966년생. 1990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93년 데이콤 근무. 97년 인터파크 사업총괄이사. 99년 인터파크 부사장. 2000년 인터파크구스닥(현 G마켓) 대표이사 겸임. 2005년 인터파크 대표이사 사장. 2009년 인터파크INT 대표이사 사장(현).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