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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21세기 융합 시대를 맞은 한국연구재단 융합 과학단의 역할

21세기 융합 시대를 맞은 한국연구재단 융합 과학단의 역할  

한국연구재단 융합과학단 박선희 단장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기존에 세분화 되었던 학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각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떼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학문의 융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융합과학의 범위는 전통적으로 주어진 하나의 학문 분야 내에서 기존의 학문적 개념으로 이해, 규명 및 응용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하여 여러 학문 분야의 근본적인 개념과 아이디어들을 함께 적용하여 통찰력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와 이해된 현상이나 지식 자체 및 현상이나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 분야를 일컫는다. 융합과학자란 이러한 학제적 융합연구 분야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타 분야에 대해 개방적인 다학문 전공의 연구자를 가리킨다.

융합과학과 융합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아이폰 혁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세분화된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창의성이 세계를 이끌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성, 새로움, 이러한 개념은 기존의 한 분야에 비해 매우 어렵고, 환경이나 고령화문제 등 우리가 부딪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과학기술 내에서의 지식 뿐 아니라 인문·사회적 지식이 융합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융합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획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융합과학단에서는 기초융합과학 연구와 연구기반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융합과학이 새로운 학문 분야로서 인정되어 기존의 기초학문단과 동일하게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이지만, 앞으로도 융합과학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융합과학 분야에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있는지 정확하게 서술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새로운 융합과학을 몇 개의 분야로 나누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분야를 나누는 것이 다소 무리는 있겠지만, 연구자들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하여 융합과학단에서는 크게 바이오·의료융합, 에너지·환경, 정보·전자융합 및 복합과학 등 4개의 융합과학 대분야를 두고 있다. 4개의 융합과학 대분야는 모두 15개 중분류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데, 각 중분류에는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위원(Review Board)들이 과제 평가, 관리, 기획 등의 업무에 협력하고 있다.

생명 분야를 중심으로 정보 및 나노기술의 융합, 의학과 공학의 융합인 바이오·의료융합 분야는 생명과학, 물리화학재료, 보건의료I(의공학), 보건의료II(헬스치료) 등 4개의 중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전자, 정보, 기계, 건축 등의 기존 분야가 2개 이상 융합된 정보·전자융합은 정보·통신, 기계·건설·교통, 재료·화공, 전기·전자 등 4개 중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 수질, 토양 등의 오염예방 및 관리, 자원재활용, 바이오에너지 등의 에너지·환경 분야는 에너지·폐기물, 수자원·수질관리, 대기질관리 등 3개 중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과 다학제 연구를 통한 새로운 창의적 학문 분야인 복합과학은 뇌·인지·감성과학, 산업공학, 생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등 4개 중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2010년도 상반기 기초연구사업에서 융합과학단에 제출된 연구계획서는 2009년도와 비교하여 증가율이 거의 50%이상으로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집단연구의 증가율이 두드러진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융합과학에 대한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과 학제간 융합연구의 필요성이 크게 인식되고 있는 결과라 하겠다.

2010년 상반기 융합과학단에 제출된 연구계획서의 선정율은 기초연구본부 내 다른 단과 대동소이하다. 개인연구지원사업 중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의 신진연구에서는 연구비, 연구 장비 각각 34.5%, 28.2%의 선정률을 보였고, 여성과학자는 27.6%, 지역대학우수과학자는 13%, 기본연구의 유형1, 유형2, 모험연구는 각각 23.6%, 45.8%, 25.6%의 선정률을 나타냈다. 중견연구자지원사업에서는 핵심개인연구가 11.9%, 도약도전연구가 8.9%의 선정률을 보이고 있다. 리더연구자지원사업에서는 창의연구가 33.3%의 선정율을 보였고, 융합과학단 최초로 국가과학자가 선정되기도 하였다. 연구기반구축사업 중 학문후속세대양성지원사업의 경우 박사후국내연구, 박사후국외연수, 학술연구교수가 각각 51.1%, 9.4%. 26.3%의 선정률을, 연구소재지원사업에서는 14.3%의 선정률을 보였다. 하반기에 선정될 예정인 집단연구사업에서는 특히 융합과학단에 많은 연구계획서가 제출되었고, 융합과학단 고유사업인 국가핵심연구센터(NCRC)사업은 올해 2개 사업단을 신규로 선정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 속에 융합과학연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연구의 초기단계로서 그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열세이다. 융합과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하여 융합과학단에서는 학술교류회와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2010년 1월에 개최된 융합과학 학술교류회에서는 600명의 연구자들이 융합과학의 주요 분야에 대한 학술 발표와 포스터 발표, 발전방향 토론에 참여하여 많은 공감대를 나누었다. 제1회 융합과학 워크숍에서는 융합학문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고찰을 시도하였고, 융합학문 분야의 효율적 육성을 위한 정책제안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어 제2회 워크숍에서는 "신체와 정신"이라는 재미있는 주제를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조망해 보았으며, 제3회 워크숍에서는 사이언스지 에디터 등을 초청하여 융합과학 분야의 논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제4회 워크숍에서는 인문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서 "예술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을 시도했고, 제5회 워크숍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융합과학단에서 선정한 과제들을 직접 소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어떠한 연구가 융합연구인지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특히 융합과학단 비상근 전문위원단(RB)을 중심으로 세부 분야별 비전과 융합연구에 특화된 평가 전략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융합과학 분야는 비교적 역사가 짧고 완성된 분야가 아니기에 소수 몇 명의 노력이 아닌 많은 다양한 연구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이미 융합과학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들께는 좋은 연구성과 창출을, 이제 새롭게 진입을 시도하는 연구자들께는 새로운 창의적인 연구 주제를 가지고 도전하기를 부탁드린다. 아직 많이 부족한 융합과학단이지만, 융합과학의 발전을 위하여 연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약속드리며, 가까운 미래에 융합과학이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