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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들, 성의있게 대화나서라”

“대기업 총수들, 성의있게 대화나서라”

한겨레 | 입력 2010.08.05 19:50 

[한겨레] '불공정거래' 성토 속


진정한 상생협력 촉구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들의 터무니 없는 불공정 행위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너무 대결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제도 보완이나 정부의 단호한 대응 못지 않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계의 폭넓은 대화가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먼저 일부 대기업들이 상생협력을 외치는 뒷전에서 벌어지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수자원 활용 냉방시스템을 개발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유력 대기업에 공동 사업을 제안하며 관련 자료들을 건넸다가 기술을 통째로 빼앗겼다. 온갖 핑계를 대며 그를 피하던 대기업 관계자들은 기술 탈취가 뜨거운 현안이 된 뒤에야 그를 찾아와 조용한 마무리를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청업체들에게 '문 닫지 않을 정도의 이윤'만 주기 위해 원가계산서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하청업체에게 자사 지정 신용평가회사에서 해마다 경영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 대기업의 사례도 제시됐다. 기업형슈퍼마켓(SSM)뿐 아니라 자판기 운영, 자동차 수리 같은 사업영역에도 침투해 일터를 싹쓸이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표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결코 대기업의 이익을 거저 나누는 식의 시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중소기업의 몫을 정당하게 돌려주고, 동반성장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풍토를 뿌리뽑아 달라는 상식적 요구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지난해 1월과 올 4월을 비교했을 때 원자재값이 18.8%나 올랐지만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는 겨우 1.8%만 반영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달 안으로 나올 정부의 대책에 자신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대기업 경영자들의 '성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의 한 간부는 "정말 상생협력을 하겠다면 대기업 총수들이 중소기업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바람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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