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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 방송 사업자에게 듣는다

[한국의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 방송 사업자에게 듣는다
지면일자 2010.08.04
  
 
<사진설명 : 스마트 TV와 기존TV 시장 비교. 출처 LG경제연구원>;
통신과 달리 방송망은 폐쇄망이다. 방송 플랫폼사업자의 결정 없이는 가입자나 시청자에게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방송 분야에서 `망 중립` 논의가 상대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융합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방송의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IP를 기반으로 한 TV 서비스는 다양한 변화를 몰고 왔다. 방송도 인터넷망을 이용해 다른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엄밀히 말해 방송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방송사업자 고유 영역이 무너지고 인프라 구축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망사업자들의 큰 고민거리인 `망 중립`도 방송사업자에게 이슈가 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TV나 개방형 IPTV, 모바일IPTV 등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서비스가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전망이어서 이러한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망과 달리 지금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원칙이 확립되지 않으면 겪게 될 진통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 인터넷전화, IPTV 등 융합형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매번 망 중립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일례로 지난 2006년 있었던 하나TV 사건을 들 수 있다. `2006년 8월 LG파워콤은 자사의 임차망(MISP)을 사용해 하나로텔레콤이 서비스하는 하나TV 호를 차단했다. 유료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이용대가를 협의해야 한다는 협정서 위반이 이유였다. 당시 정보통신부의 통신위원회는 호 차단을 즉시 중단하고 이용대가 협상을 마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은 임차망 지역에 대해 가입자당 월 800원을 지불키로 했다. 또 임차망 지역에서 하나TV 트래픽 증가로 인해 전송장비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경우 양사가 합의해 하나로텔레콤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네트워크 구축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달라 불거진 문제였다. 스마트TV가 나오면 이러한 문제는 다시한번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방송과 인터넷이 결합상품으로 제공되는 국내 현실에 비춰봤을 때, 스마트TV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방송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IPTV도 IPTV사업자와 모바일 네트워크 제공자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방송용 콘텐츠는 용량이 크다. 동등한 조건으로 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니 네트워크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네트워크를 차단하거나 정산비용부터 하긴 힘들다. 망 중립성과 수익자 부담 원칙 모두 이상적인 그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문제임에도 지금부터 합리적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공감하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먼저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사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눈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다보니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망 중립의 문제도 대비를 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스마트TV, 개방형 IPTV, n스크린의 세상. 수익 배분은 어떻게=스마트TV는 인터넷망을 연결해 전통적인 TV방송 서비스 외에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TV다. 웹 브라우징이나 VoD 등 양방향 서비스는 물론이고 TV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유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환경도 갖추고 있는 것을 스마트TV라고 할 수 있다. 웹 브라우징만으로도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업체 간 망 중립 논의와 맥을 같이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점쳐볼 수 있는 서비스는 개방형 IPTV다. 개방형 IPTV는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IPTV로 KT가 최근 발표했다. KT가 그리고 있는 개방형 IPTV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채널이나 VoD,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공급을 불특정 PP·CP·개인 개발자에게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사업자가 채널사업자를 선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제공업체가 직접 쿡TV에서 콘텐츠를 송출토록 하고 VoD도 제공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제공자와 콘텐츠업체가 분명히 다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e북이나 아이패드, 스마트폰의 앱스토어 등과 맞물려 n스크린의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모바일IPTV도 망 중립 논의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대용량 HD 콘텐츠가 더해진다면 네트워크 부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될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업체들은 일반 인터넷 콘텐츠와 다르게 플랫폼사업자와 수익 배분의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행히 이러한 TV 서비스는 TV 교체주기와 이용 형태 등에 비춰볼 때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더디게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비스 초기 수익 배분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있다면, 향후 네트워크 구축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개방형 IPTV에 대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이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고 상호 협력적 관계 속에서 합리적인 수익 배분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민은 무엇=정액제인 인터넷과 달리 수익 배분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사업자들에게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과금 자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은 패킷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시스템이 구축된 이동통신망과 다르다. 과거 인터넷종량제 논란이 한참 불거지다가 사그라진 것이 종량제를 하기 위해 구축해야 할 과금시스템에 대한 투자비용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수천만에 달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헤비유저만을 대상으로 과금체계를 달리할 경우에도 문제는 비슷하다.

과금을 위해 필연적으로 거치게 될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해결 방안을 찾기 힘들다.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는지 일일이 체크하게 되기 때문이다.

망을 어디까지 열어줄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QoS가 보장되는 프리미엄 망 외의 망을 다른 기타 서비스용으로 열어줄 경우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동등 접근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플랫폼사업자가 과감하게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숙제를 모두 풀어야 사업자의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시장과 생태계를 키울 수 있게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종량제와 같은 문제가 불거지다가 조용해진 이유는 소비자 부담 뿐 아니라 사업자 부담 문제도 있다”며 “수익 배분을 잘 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스마트TV나 모바일IPTV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이 문제는 불거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해결책을 만들어야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