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비스/C-IP

한컴 삼켰던 'IT M&A 귀재' 셀런 김회장의 몰락

한컴 삼켰던 'IT M&A 귀재' 셀런 김회장의 몰락

김영민 회장, 10년간 삼보컴등 무리한 확장과 자금조달로 파국

image
코스닥 시장에 정보기술(IT) 광풍이 몰아치기 직전인 1999년. 대우전자의 한 젊은 엔지니어가 티컴넷이라는 통신장비 회사를 세운다. 이 젊은이는 티컴넷을 디티브이로와 합병시키고 2004년 세양산업(현 셀런)이라는 코스닥 상장 섬유회사를 인수하고 다음해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에 성공한다.

그러부터 2년 뒤 전문컴퓨터 업체 삼보컴퓨터와 국내 1호 소프트웨어 상장사 한글과컴퓨터를 잇달아 인수하며 IT업계를 놀라게 한다.

김영민(43) 셀런 (915원 상승30 -3.2%) 전회장 얘기다. 지난 10년간 그는 놀라운 인수ㆍ합병(M&A) 수완을 발휘하며 IT 업계의 차세대 주자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어쩌면 셀런(Celrun)이라는 사명을 지을 때부터 그의 영광과 좌절이 예고됐는지 모른다. 셀런은 빠른, 신속한 이라는 뜻의 라틴어 'Celer'와 달리다라는 영어 'Run'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이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건 2007년 1200억원을 주고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다. 셀런이 삼보컴퓨터를, 1200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셀런이 삼보컴퓨터 인수를 통해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고 삼보컴퓨터 재상장도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계획은 삼보컴퓨터를 정상화 시켜 2009년까지 재상장 시키는 것이었다.

삼보컴퓨터 인수가 자신과 셀런을 위기로 몰아넣을 단초가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 전까지 김 전회장은 꽤 수완 좋은 경영자로 통했다. 2006년 셀런TV 지분 65%를 하나로텔레콤에 매각한 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셀런TV는 오늘날 IPTV의 시초격이다.

한창 잘 나갈 때 그의 M&A 성적표는 놀라웠다. 셀런을 통해 프리샛, 온타운, 티컴테크놀러지, 이리콤, 비아코리아, 디프로텍 등 IT 전문그룹 소리가 나올만 했다.

문제는 삼보컴퓨터 인수에 과도한 에너지 낭비였다. 자체자금 860억원에 360억원은 은행에서 차입했다. 과욕의 절정은 국내 소프트웨어의 지존, 한글과컴퓨터 인수였다.

셀런과 자회사인 삼보컴퓨터, 셀런에스엔이 총출동해 프라임개발로부터 한컴 지분 28%를 520억원에 사들였다. 김 전회장의 개인 회사인 디프로텍이 자본금 1억원짜리 인수목적회사(SPC) 셀런에이치를 설립하고 셀런에이치는 520억원 전액을 금융권으로부터 담보 대출 및 신용 공여 등을 통해 조달했다.

인수 후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한컴의 보유 자금을 계열사에 대출해 금융비용을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에 350억원대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무리한 M&A로 김 전회장은 자신의 동생(김영익 한컴 대표)과 검찰에 350억원 배임 및 35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셀런의 채권자들이 여신 회수에 나섰다. 지난 1분기말 현재 셀런의 부채총액은 무려 930억원(부채비율 775%). 일시에 500억원이 넘는 여신이 몰렸다. 셀런은 최근 보유현금이 5억원에도 못미쳐 워크아웃(채권단 공동 관리)을 신청했다.

또 다른 상장 계열사 티지에너지는 당초 기대한 87억원에 현저히 모자란 46억원에 지분을 처분했고 한컴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셀런 경영권은 3월 전환 우선주(18.6%)를 보유하던 신한PEF에 넘어갔다. 셀런에스엔도 매각이 진행 중이어서 실제 그는 모든 경영활동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재기를 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영민 전회장은 "셀런 전회장으로서 셀런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셀런의 정상화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컴 매각이 성사된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질 않았다"며 "당분간은 재판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