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인터뷰

세상 바꿀 10가지 창의적 아이디어

세상 바꿀 10가지 창의적 아이디어 ‘TED 2010 콘퍼런스’를 조명한다 (4) 2010년 02월 23일(화)

1984년 창립된 TED는 세계를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여 각자 18분 동안 강연하는 독창적인 컨퍼런스입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CNN 인터넷판에 소개된 'TED 2010 컨퍼런스'를 수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 註]

TED(테드)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약자로, 1984년 다수의 공학자,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시작한 비영리 콘퍼런스다. ‘널리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한다.

CNN 인터넷판은 ‘TED에서 공개된 대단한 아이디어 10가지(10 big ideas from TED)’라는 기사를 통해 거미에 대한 연구로 인공힘줄·재생세포 등을 개발 중인 셰릴 하야시(Cheryl Hayashi) 박사를 소개하고, 그 외에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한 10명을 선정했다.

▲ 거미줄로 인공힘줄, 재생세포를 연구 중인 셰릴 하야시 박사의 강연  ⓒflickr.com

◆ 행복의 상한선은 연봉 6만 달러

심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박사는 돈이 많을수록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연봉이 적정선을 넘으면 아무리 돈을 모아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봉 6만 달러까지는 행복의 정도가 증가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수평선을 그립니다.”

그러나 카너먼 박사는 “물론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단시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카너먼 박사가 밝힌 비결은 단순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 익명으로 토론해야 솔직한 이야기 나온다

인터넷 상에 그림게시판 포챈(4chan)을 만들어 하루 1천4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크리스토퍼 풀(Christopher Poole)도 TED 강연자로 섰다. 그는 22살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무트(Moot)라는 닉네임으로 운영 중인 사이트 포챈은 ‘익명 게시판의 전당’이라 불린다.

“우리 사이트는 철저하게 비실명으로 운영되며, 가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토론 내용을 걸러내지도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야 토론의 핵심에 대해 솔직하게 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악플로 인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목소리가 높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셈이다.

▲ 익명 게시판 사이트로 솔직한 토론을 이끌어낸 크리스토퍼 풀의 강연  ⓒflickr.com

◆ 노예제도를 뿌리뽑자

미국 남북전쟁도 아닌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전 세계에는 아직도 노예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예들에게 자유를(Free the Slaves)’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케빈 베일즈(Kevin Bales)는 노예 해방을 위한 현대판 십자군과 같다.

“지금도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이 2천700만 명이나 됩니다. 인도 일부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5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는 노예제를 완전히 없애는 데 앞으로 2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더 앞당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

◆ 식사는 하루 세 번 화학치료와 마찬가지

윌리엄 리(William Li) 혈관생성 연구재단 이사장은 혈관이 생성되며 암세포도 늘어나는 현상을 연구 중이다. 그는 TED 강연을 통해 “음식과 음료도 11종의 FDA 승인약물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1주일에 익힌 토마토 2~3개를 먹는 사람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40~50%나 줄어듭니다.”

혈관 생성으로 인한 암 발생을 막는 음식은 또 있다. 적포도, 딸기, 콩, 다크 초콜렛, 오렌지, 녹차 등이다. 암 치료를 위해서는 식이요법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 우쿨렐레 연주하면 전쟁 막는다?

4살 때부터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ukulele)를 연주해온 제이크 시마부쿠로(Jake Shimabukuro)는 강연장에서 음악을 연주해 보이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옥타브 현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유사합니다. 그래서 우쿨렐레 연주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죠.”

우쿨렐레 연주가 늘어날수록 마음의 안식을 얻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질 테니, 우쿨렐레는 결국 ‘평화의 악기’인 셈이다.

▲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제이크 시마부쿠로  ⓒflickr.com

◆ 플라세보(placebo)에 280억 달러가 소모된다

작가 마이클 스펙터(Michael Specter)가 허브로 만든 건강보조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과학에 무지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면서, 무조건적인 반과학주의를 비판했다. 자폐증이 생긴다는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키지 않는다거나, 기아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유전자 조작 식물의 재배를 반대하는 것이 그 예다.

“허브의 기능이요? 오줌 색깔을 진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거기에 280억 달러를 정 쓰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 정치가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퍼진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피사니(Elizabeth Pisani) 박사는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영국 수상처럼 마약중독자들에게 무균 주사바늘을 나눠주는 국가들이 질병 확산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이러한 프로그램을 막는 나라에서는 마약중독자들이 주사바늘을 돌려쓰다 질병에 걸리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질병에 대한 다각적인 방법을 정치권에서 고민해야 함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 8일마다 아이티 지진사상자만큼 피해 발생해

에스더 더플로(Esther Duflo) MIT 경제학과 교수는 매일 2만5천 명의 아이들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다며, 이것은 8일마다 아이티 지진 희생자만큼의 피해를 입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아이티 지진을 위해서는 20억 달러가 투입됐지만, 그만한 사상자가 발생하는 아동 질병은 왜 외면하는 겁니까?”

이외에도 CNN은 게임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의 ‘온라인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주장과 ‘도덕관념도 과학처럼 증거를 이용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며 탈레반의 폭력성을 비판한 작가 샘 해리스(Sam Harris)의 강연을 ‘10가지 창의적 아이디어’에 포함시켰다.

또한 CNN은 TED 강연자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 영국 보수당 당수의 “정치는 못난 자들을 위한 쇼”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에 반해 TED 콘퍼런스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는 여름캠프’로 표현했다.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2.2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