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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빅뱅으로 한국 업그레이드

미디어빅뱅으로 한국 업그레이드
글로벌시장 급속 진화…한국은 종편이 새 모멘텀
역대 정부 뉴미디어 실패 교훈삼아 시장에 맡겨야

◆ 미디어 빅뱅 / 제1부 지각변동 시작되는 미디어지형 ◆

세계는 미디어 `빅뱅` 중이다. IPTV와 3D TV에 이어 스마트TV 등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올드 미디어들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큰 파괴력을 갖고 미디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업계에서 기업 간 인수ㆍ합병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케이블TV인 컴캐스트가 미국 3대 지상파 네크워크인 NBC유니버설을 인수했다. ABC는 월트디즈니에 편입됐고, CBS는 비아콤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미디어 빅뱅에서 뒤처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디어법 통과로 어렵게 미디어산업을 재편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 선정을 비롯한 주요 미디어 현안들은 정치적 이유, 야당의 반대,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 이런저런 이유로 벌써 1년째 늦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거대 다국적 미디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시장에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우리가 계속 미적거릴 경우 국내 미디어 산업의 취약성은 그대로 방치된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종편채널 도입을 통해 국내 방송시장을 궁극적으로 글로벌 미디어기업군으로 재편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종합편성채널 TV사업자 선정을 한국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편채널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으면서 국내 미디어산업을 키울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역대 정권들이 야심 차게 폈던 미디어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

김영삼 정부는 1995년 3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케이블TV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채널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삼성(캐치원), 현대(현대방송), 대우(DCN) 등 대기업도 손을 털고 시장을 떠났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최초의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탄생시켰다. 개국 이후 4년간 매년 700억~1600억원의 적자를 낸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유상증자를 통해 간신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손안의 TV`라며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시장에 진입시켰으나 매년 쌓여 가는 누적적자로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사업자의 경영 능력과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판가름났다.

종합편성채널도 시장경쟁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이 같은 교훈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보다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채널이 시장 경쟁을 통해 성공과 퇴출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미디어 관련법이 온갖 논란과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지난해 7월 22일)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 개방과 경쟁을 통해 방송산업의 재편과 글로벌 미디어의 탄생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 선정이 올해 말로 미뤄지면서 미디어 산업 재편은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구촌 곳곳에서 미디어 빅뱅으로 거대 미디어그룹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케이블TV인 컴캐스트와 지상파 방송인 NBC유니버설 간 합병 협상이 성사됐다. 전체 거래규모는 300억달러로 알려진다. 최대 케이블 회사가 지상파 방송국과 영화사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회사와 결합해 초대형 미디어그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타임워너ㆍ뉴스코퍼레이션ㆍ월트디즈니 등 전통적인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그동안 전략적 가치를 지닌 자산기업을 인수ㆍ합병(M&A)해 규모를 키워왔다.

중국 정부는 타임워너 같은 글로벌 미디어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모색 중이다. 신문과 방송 겸영이 자리 잡은 일본도 미디어 빅뱅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V에 인터넷을 연결해 마치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TV는 미디어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구글은 올 하반기에 일본 소니를 통해 스마트TV를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애플 등 다른 사업자들도 불꽃 튀는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스마트TV는 기존 TV 시청 형태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어 지상파와 케이블TV 등 기본 미디어업계 강자마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미디어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미디어산업 구조 개편의 신호탄은 종합편성채널의 선정이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경쟁력 있는 다수의 종편채널이 지상파 방송을 견제하고 침체돼 있는 유료방송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ㆍ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역동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다수의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뉴미디어 성패는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좌우됐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초기에 지상파 방송에 비해 `볼 게 없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직도 지상파의 `재탕 채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위성방송ㆍ지상파 DMB도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고 있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콘텐츠 미비, 지상파 재전송 문제 등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케이블TV는 지난해 tvN `롤러코스터`, Mnet `슈퍼스타 K`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히트작을 내면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종편채널이 지상파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려면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새로운 포맷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 사이로 파고들 때 지상파와 차별화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종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밖에 없고,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사업자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으로 승부할 때 미디어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콘텐츠에 대한 차별화와 투자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콘텐츠 진흥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관규 동국대 교수는 "유료 방송시장은 대부분의 채널이 영세한 사업자"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고, 이것이 다시 시청률의 저조를 만들어내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 콘텐츠가 미디어 미래 좌우종편, 경쟁통해 시장키워야

미디어업계와 정치권 등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선정 작업은 어느 때보다도 투명하게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구도를 만들어야 지상파 독과점 구조를 깨고 콘텐츠 활성화와 글로벌 미디어 출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김진웅 선문대 교수는 "특정 사업자 중심으로 낙점식 선정을 하면 종편 사업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유럽은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는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게 허가를 주고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생존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준칙주의 선정 방식이 힘을 얻는 것은 시장의 자율통제 기능에 따라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일정 기준을 지닌 사업자가 종편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하면 치열한 시장 경쟁을 거쳐 경쟁력을 검증받은 사업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 1개 사업자만 뽑으면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크는 `또 하나의 지상파 방송`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김신동 한림대 교수는 "1980년대 언론 통폐합 이후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종편이 또 하나의 SBS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우리 모두가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시장 원리에 따라 지상파ㆍ종편ㆍ보도채널 등 미디어 사업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인수ㆍ합병(M&A)을 거쳐 정리될 수 있도록 미디어시장 역동성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어

미디어 빅뱅 = 신문과 방송의 겸영,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물론 기술 진보에 따른 IP TVㆍ3D TVㆍ스마트 TV 등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해 전체 미디어 산업이 `빅뱅` 같은 강도로 재편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별취재팀 = 문화부 : 윤상환 / 산업부 : 황인혁 기자 / 손재권 기자 / 이승훈 기자 / MBN : 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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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3 17:49:17 입력, 최종수정 2010.07.13 20: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