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이전해 주고 25억 로열티…반도체·2차전지 ‘대박 제조기’ [중앙일보]
2010.07.08 20:09 입력 / 2010.07.08 22:44 수정
특허 85개 … 백운규 한양대 교수
태양전지, 반도체 연마제 등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로열티 25억원을 받은 백운규 한양대 교수. 그는 “기술을 개발해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공학인의 소임”이라고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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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가 평생 한 가지 기술을 제대로 상업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 교수는 ‘미다스의 손’인 셈이다. 그가 대가로 받은 기술료만 25억원에 이른다. 한 우물을 판 덕에 잘나가는 대학교수라는 명예와 함께 부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백 교수는 지난해 한양대 ‘석학교수’가 됐다. 그는 “공학자 역시 상아탑 속의 연구자지만 연구 결과를 산업 현장에 적용되도록 힘쓰는 게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클림슨대에서 무기재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무려 165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했다. 특허도 85개에 이른다. 이 중 기업에 기술을 제공해 히트 친 것은 반도체 표면 연마제와 리튬 제조 신공정이다.
2003년 ㈜케이씨텍이 기술을 넘겨받은 반도체 연마제(나노 세리아 슬러리)는 256메가D램급 이상 반도체 제조공정의 필수품이다. 종전엔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했다. 케이씨텍은 이 기술 덕에 연간 200억 상당의 물량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 됐다. 백 교수는 14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2004년 삼성SDI에 이전한 리튬 2차전지 공정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솔벤트 등 기름 성분을 쓰던 기존 공정을 물을 쓰는 공정으로 대체했다. 비용을 확 줄이고,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작업 환경도 개선했다. 삼성SDI는 이 공정으로 연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백 교수는 7년째 이 회사에서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들이 돈이 안 된다고 아우성칠 때 가장 곤혹스러워요. 공장이 잘 돌아가면 아무 소리 안 들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죠.(웃음)”
기술 이전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의 기술은 완제품이 아니라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나 제조공정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기술을 얻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했다. 대기업은 가능성 있는 기술이면 연구비를 주면서 공동 연구를 해 가며 기술을 확보하고, 중소기업은 불확실한 기술 개발에 모험을 걸기보다 개발에 성공한 기술을 사 가는 쪽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공학 분야 논문을 잘 받아 주지 않는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태양전지 제조 관련 신기술 논문을 발표해 국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좁은 땅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지상 면적의 효율을 높이듯 다층 태양광전지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기술에 비해 제조공정 시간과 웨이퍼 비용을 10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다. 이미 국내외 업체들이 이 기술에 입질을 시작했다. 앞으로 대용량 2차전지 소재 개발과 옷 등에 부착해 놓고 휴대전화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백 교수는 어릴 적 꿈이 건축가였고, 어머니는 한의사가 되길 바랐다. 한양대 공과대에 계열 모집으로 입학한 뒤 소재 쪽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튼 뒤 외길을 걷고 있다.
글·사진=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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