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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독일 '디터 람스 전시회'를 다녀와서

[Weekly BIZ] 독일 '디터 람스 전시회'를 다녀와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정태영 대표 BLOG
입력 : 2010.06.19 03:13 / 수정 : 2010.06.19 03:15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정태영 대표

[CEO 인증샷] "기본 잊으면 잊혀진다" 시대 초월한 디자인 철학

지난달 독일 출장 중에 마침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디터 람스(Dieter Rams) 전시회에 들렀습니다. 디터 람스는 독일 브라운(Braun) 사(社)의 수석디자이너로 1950~1970년대 이 회사의 절정기를 이끈 인물입니다. 전시회의 타이틀인 'Less and More'는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합니다. 적은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절제(節制)의 철학이죠.

목수가 꿈이었던 람스는 약 20년간 헤어드라이어, 커피메이커, 주방용품, 면도기, 계산기, 라디오, 전축, 스피커, TV 등 전 가전제품 영역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몰아내고,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고, '모듈'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LE1 스피커였습니다. 2010년 디자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시대를 앞서 나간 이 깔끔하고 현대적인 스피커가 1959년도에 디자인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FS80이라는 1964년도 TV도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어떻게 50년 전에 벌써 이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었을까 하고요. 혹시나 해서 뒷부분도 보았습니다. 역시! 뒷부분도 한치의 허술함이 없습니다.

출구 쪽엔 람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너던 아이브의 노트북과 아이팟(iPod), 나오토 후카사와의 유명한 환풍기형 CD 플레이어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런 21세기의 첨단 제품들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가 디터 람스(Rams)가 디자인한‘LE1’스피커의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제공


이 모든 제품의 공통점은 화려함보다는 기능을 먼저 생각하는 절제미, 시대를 초월하는 안목,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자가 기술을 자랑하기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배려였습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십계명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는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Good design is honest)'입니다. 우리 주위의 제품들, 간판들, 때로는 식당들과 건물까지 이제는 과도하고 유행만 탄 디자인의 소음으로 넘쳐납니다. 그런 기본에 충실치 않고 치기(稚氣) 어린 디자인은 조잡하고 사람을 쉽게 질리게 만들죠. 더 큰 문제는 제품의 본질인 기능을 흐린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때로 본질적인 것을 잊어버립니다. 더 화려하고, 더 복잡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세우기 전에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보아야겠습니다. 어떠한 상품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오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고객의 삶만 흩트려 놓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시장 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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