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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미국

유럽發 위기감, 美 고용창출 악영향 우려

유럽發 위기감, 美 고용창출 악영향 우려
美 일자리 증가 `속빈강정`

미국의 일자리 불안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미국의 5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유럽의 재정 위기 파장이 미국에 상륙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민간 부문의 일자리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딘 것으로 확인돼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무뎌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지표는 `속빈 강정`이었다. 5월에 신규 일자리는 전달보다 48% 늘어난 43만1000여 개다. 2000년 3월 이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간 부문에서는 겨우 4만1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1만8000개에 비해서는 20% 수준에 불과하며 예상치 18만개를 크게 밑돈 것이다. 더구나 임시직이 3만개를 차지하고 있어 고용의 질도 좋지 않다.

정부 부문에서 39만개의 일자리가 늘었지만 이 중 41만1000개는 10년 만에 실시된 인구센서스에 투입된 직원으로 이들을 뺀다면 일자리는 오히려 2만개 줄었다.

월가는 이번 고용지표에 매우 실망하면서 유럽 발 재정 위기가 미국 기업의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RBC캐피털의 데이비드 와트 수석 연구원은 "미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신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던 정부 부문의 고용 전망도 희망적이지 못하다.

월가는 인구센서스로 4~6월 3개월 동안 약 100만개의 정부 부문 임시직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7월 이후에는 정부 부문 일자리 증가가 급격히 떨어져 민간 부문의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업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률이 9.7%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노동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27주 이상 장기실업자는 670만명가량으로 전체 실업자의 40%를 넘는다. 또 취업 자체를 포기한 구직 포기자 역시 급증해 전반적으로 취업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민간에서 한 달에 10만명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고용시장이 회복되는 것으로 본다.

고용 불안이 커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소비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중요한 분야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소매점의 동일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5% 증가했지만 이는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둔해지면서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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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21:00:1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