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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오바마, 트위터·페이스북으로 국민과 통하다

[해외는 지금] 오바마, 트위터·페이스북으로 국민과 통하다
미국의 디지털 민주주의 탐색 현장 ‘워싱턴 Gov2.0 회의’
“21세기 웹시대를 맞아 디지털 시민이 표현하는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는 이미 대표성을 잃은, 나와 무관한 정부이다.”

지난 5월 25일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21세기 재부상을 준비하는 미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가 하나 열렸다. 이 회의의 이름은 ‘Gov2.0 Expo’. 주된 참석자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비롯한 3000여명의 인터넷 정책 관계자들이었다. ‘Gov2.0 Expo’는 2006년 이후 매년 열리는 연례 행사로, 3일간에 걸쳐 90여개의 크고 작은 회의가 진행된다.

3일간 90여개의 크고 작은 회의

‘거버먼트(Gov) 2.0’이란 간단히 말해 국민과 공무원이 쌍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국가정책이나 공적인 결정을 만들어가는 형태의 정부를 의미한다. 정부와 국민이 주종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구체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Gov2.0은 국민과 정부를 일체화시키는 구체적인 환경으로 네 개의 변수를 제시한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 때부터 내세운 정부의 투명성(Transparency) 과 혁신(Innovation), 국민의 참여(Participation), 그리고 국민과 정부의 생각과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통합(Collaboration)이다. 이같은 네 개의 변수를 이어주는 수단은 인터넷과 같은 웹(web)이다. Gov2.0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팀 오렐리가 2003년 구상한 Web2.0의 정부 버전에 해당하는 것이다. 종래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정부의 홈페이지와 같은 것이 Gov1.0이라면,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쌍방향 정부사이트를 Gov2.0이라고 보면 된다.

▲ 지난 5월 25일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ov2.0 회의’. / photo 유민호
워싱턴 ‘Gov2.0 Expo’의 기본 정신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플랫폼에 불과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정부는 기차가 급유를 위해 잠시 정차하는 곳일 뿐, 기차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 기차 출발 시간을 어떻게 정할지, 기차 차량의 양을 얼마로 할지, 기차운행을 중지할지 여부는 모두 플랫폼에 모이는 국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번 ‘Gov2.0 Expo’의 핵심주제 역시 어떻게 국민들을 플랫폼으로 모으고, 플랫폼에 모여든 국민이 어떻게 정부와 대화를 하느냐에 집중됐다. 대화를 위해 어떤 정보와 통계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수렴과정을 거쳐 공적인 결정을 해야할 것인가에도 논의가 집중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바로 21세기 미국지식산업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같은 논의를 총체적으로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SNS인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은 Gov2.0 회의장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는 화두였다. 제1세대 SNS인 위키피디아와 유튜브에 관한 논의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관한 것이었다. 연방정부는 산하 기관장의 재량하에 트위터와 같은 SNS를 활성화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독려했다. 백악관과 연방정부에 이어 지방정부와 공적단체들도 어떤 SNS를 활용해서 국민들과 대화하는지를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아이패드도 Gov2.0 안으로 들어와야”

SNS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첨단 기기로서 아이폰·아이패드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았다.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무선단말기를 Gov2.0의 범주 밖에 두려는 정부 내의 일부 비관적인 주장은 Gov1.0시대에 젖은 구세대의 발상”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Web2.0과 Gov2.0의 선구자인 팀 오렐리는 “(보안을 명분으로) 정부관료가 만들어내는 벽을 두려워하거나 부수려 하지 말고, 아예 뛰어넘어서 정부를 포위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오렐리에게 보안을 이유로 스마트폰 지급을 백지화한 한국의 청와대는 어떻게 비쳤을까 궁금했다.

▲ Gov2.0 회의장 곳곳에서 이뤄진 온라인 생방송 인터뷰.
때마침 회의 이틀째인 26일에는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누르고 IT업계에서 최고수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애플사 주식의 시가총액이 2221억달러인 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시가총액은 2191억달러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21년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눌려온 애플의 한이 드디어 풀린 것이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신개념의 콘텐츠 활용 플랫폼이 아닌, 보안이 취약한 위험한 디바이스로 규정했다면 과연 애플이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복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T강국이라면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면에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첨단 기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도전의식과 진취성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외는 지금] 오바마, 트위터·페이스북으로 국민과 통하다
미국의 디지털 민주주의 탐색 현장 ‘워싱턴 Gov2.0 회의’
미국은 2000년 IT버블을 거치며 Gov1.0 구축을 끝냈다. 이른바 전자정부(e-Gov) 발상이 확산되면서 각 기관이 앞다퉈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연방정부 내에서 각 기관들이 수직적·수평적 관계에서 웹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완비한 것이다. 국민에게 알려줄 정보나 행정 서비스를 웹으로 일원화하고 통일화하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현재의 오바마 정부는 그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SNS를 중심으로 한 Gov2.0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미국식 민주주의가 웹 2.0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는 20세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홈페이지의 ‘자유 게시판’이 고작이다. 이에 비해 백악관은 ‘Stay Connected’란 이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프릭커(Flickr), 비메오(Vimeo), 아이튠(iTune), 마이스페이스(Myspace), 링키드인(Linkedln)에 이르는 8개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동네 골목대장 수준에 그치고 있는 ‘10년째 IT강국’인 한국과 무섭게 변신하고 있는 미국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Gov2.0회의는 그같은 현실을 피부로 절감한 현장이었다.


美의 Gov2.0 외교

휴대폰·트위터 무기로 反美·독재국가 국민들과 직접 대화

오바마 정부가 본격화하고 있는 Gov2.0 구상은 미국 내 국민만이 아니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다른 나라의 정부나 외교관뿐만 아니라 현지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퍼블릭 디플로머시(public diplomacy) 외교전략에 Gov2.0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퍼블릭 디플로머시의 첨병은 미 국무성이다.

국무성은 미국과 반목관계에 있는 이슬람권의 국민들을 친미성향으로 만들기 위해 현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는 국무성이 주도하고 있는 퍼블릭 디플로머시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국무성이 SNS에 주목한 것은 2009년 6월, 이란 대통령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무성은 트위터 본사에 전례가 없는 공문서를 발송했다. 때마침 트위터 본사가 벌이려던 글로벌 차원의 트위터 시스템 보수 유지 작업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이었다. 당시 트위터는 이란 데모대들이 이란의 불법선거 실태를 외부에 알리던 유일한 통로였다. 트위터 시스템의 보수 유지 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란 내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될 것을 염려한 국무성이 이례적으로 공문까지 띄워 작업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당시 트위터의 위력을 확인한 국무성은 곧바로 국무성 명의의 트위터인 ‘@statedept’를 활용해 이란과 전세계에 테헤란발 뉴스를 보내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통해 이란과 외부 세계의 상황을 지켜보는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트위터를 활용해 거꾸로 이란과 이슬람권 국민들에게 미국의 입장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 대응’으로 바뀐 것이다.

이란 사태 이후 국무성은 워싱턴 본부만이 아닌, 각국 현지 대사관에서 직접 보내는 트위터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사의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현지 트위터는 현지언어를 통해 현지국민들에게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현지 국민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소셜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 미대사관은 아직 서울발 트워터를 만들고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5월 1일 열린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중국어 트위터(@StateDept/shanghai-expo)를 만들어 중국 국민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는 미 국무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중국민을 직접 상대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은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트위터는 물론, 유튜브·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무성은 중국과 같이 소셜네트워크를 불법시하거나, 쿠바나 볼리비아처럼 반미성향이 강한 나라일수록 더 한층 트워터를 통한 퍼블릭 디플로머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지하는 만큼 잠재적인 효과는 더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 주민을 상대로 국무성발 트위터가 한국의 어떤 정부기관보다 먼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무성의 퍼블릭 디플로머시는 인터넷이나 아이폰과 같은 최첨단 테크놀러지만을 통로로 삼고 있진 않다. 기존 휴대폰 같은 다소 뒤처진 통신 기기에 한층 더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인터넷과 아이폰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과 사람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가나의 경우, 인터넷 접속자는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에서 아이폰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활용할 경우,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당시 국무성은 휴대폰의 텍스트 메시지를 활용한 SNS에 착안했다. 국무성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일단 가나 국민들에게 미국 대통령 방문 사실을 신문·텔레비전을 통해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부패현황에 대해 직접 듣고 싶다는 뜻도 전하면서, 텍스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신자부담 전화번호인 1731번을 적극 홍보했다. 가나에서의 휴대폰 보급률은 약 80%에 달한다. 가나 국민들은 같은 흑인인 오바마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데 대해 즉각 반응했다. 휴대폰을 통해 텍스트 메시지를 작성해 국무성이 알려준 곳으로 송신했다. 그 결과 약 1만7000건의 텍스트 메시지가 가나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미국 측에 직접 전달됐다. 국무성은 가나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곧바로 미국 측 입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을 6분간의 팟캐스트(Podcast)용 메시지로 만들어 가나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 워싱턴=유민호 ‘Pacific21,Inc’ 프로그램 디렉터 (트위터 @pandora_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