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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피어오르는 불…아마존은 울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오르는 불…아마존은 울고 있었다"
대박 다큐 `아마존의 눈물` 연출 김진만·김현철 PD
"징글징글하게 고생했지만 다큐 경쟁력 증명해 기뻐"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한 장면. <사진 제공=MBC>
"천국을 담기 위해 지옥에 다녀온 것 같았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연출자 김진만(39)ㆍ김현철(38) PD는 1년여의 여정을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한마디로 압축했다.

1부 시청률 22.5%(TNS미디어코리아). 29일 방송된 3부까지 모두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큐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이를 위해 치른 대가는 컸다.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김현철 PD의 목에는 아직도 벌레에 물린 자국이 남아 있다. 김진만 PD는 4개월 촬영 후 7㎏이 빠졌다. 이들에게는 `피와 살`을 바친 결과물인 셈이다.

5부작 다큐를 만드는 데 1년여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자료조사가 시작된 건 2008년 9월. 기획안만으로도 징글징글한 프로젝트였다. 교양국 PD들은 "내가 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찍어오면 정말 볼 만하겠군"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첨자는 미혼자인 김진만 PD, 아내가 외국 연수 중이던 김현철 PD였다. 요리도 잘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송인혁 촬영감독, 수중촬영의 달인 김만태 촬영감독이 팀에 합류했다. `지옥의 묵시록`을 찍기 위한 드림팀이 꾸려진 것이다. 6월 19일, 거대한 아마존에 상륙했다. 섭씨 45도를 웃도는 열대 밀림에서의 4개월은 `생존`을 위한 분투였다. 먹고 입고 싸는 게 모두 문제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벌레에 물려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일을 보려 파놓은 구덩이에 가면 모기 1000여 마리가 우글거렸다.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아마존에만 사는 초대형 물고기 피라루쿠 취재를 마치고 오던 9월 21일 밤, 마주 오던 보트와 충돌해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하루치 촬영 테이프와 카메라가 모두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5분 동안 막내 카메라맨이 사라졌다. "죽었구나"하는 순간 뒤집힌 배 속에 매달려 있던 그가 떠올랐다.

편집실에서 만난 김진만(왼쪽)ㆍ김현철 PD.
현지 요리사와 함께했지만 브라질 음식만으로 힘든 촬영을 버텨내기엔 힘에 부쳤다. 주식은 라면이었다. 조연출이 라면박스를 안 챙기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유혈사태가 벌어질 뻔했단다.

현지인과의 작은 마찰도 피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빼앗는다며 막대기로 땅을 치고 윽박지르는 부족도 있었다. 발전기를 빼앗겨 속절없이 철수해야 한 적도 있다.

500㎏에 달하는 장비를 오지로 싣고 가려면 경비행기 도움이 필요했고, 조금만 욕심을 내도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헬기를 타고 공중촬영을 하기 위한 시네플렉스는 일주일 사용에 1억원가량이 든다. 어렵게 확보한 15억원의 제작비를 아끼느라 9명의 스탭은 게릴라처럼 민첩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아마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토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원주민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 의욕이 다시 일었다. 김진만 PD는 "조에족과 처음 만났을 땐 마치 외계에 온 듯했다"면서 "동시대 지구가 아닌 곳에 온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들과의 소통에는 세 차례 통역이 필요했다. 현지어는 포르투갈어로 다시 영어로 통역됐다. 낮에 주민들과 뒹굴었지만 야간 숙소에서 촬영을 복기하면서야 겨우 낮에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존을 알아갈수록 점점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목재, 금 등 풍부한 자원은 원주민들에게 재앙이었다. 개발 논리는 부족민들의 삶을 파먹었고 목장을 만드는 불은 여기저기서 타올랐다. "9월 한 달에만 1000건 넘는 화재가 일어났어요. 곳곳에 피어오르는 불을 보고 있으면 아마존이 울고 있는 것 같았죠."

TV 광고수익만으로도 제작비를 뽑아낸 이들은 책, DVD, 영화 제작에도 나선다. 2차원(2D) 영상을 3D로 변환해 극장에 거는 것이 목표다.

김진만 PD는 "재미없고 차가운 장르로 알려진 다큐가 재미있고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다큐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도 성과"라고 했다. 아마존에서 철수 후 이들은 편집실을 집삼아 3개월가량을 400여 개 테이프와 씨름 중이다. 5부 에필로그 밤샘 편집을 위해 다시 편집실로 향하는 두 올빼미에게 다음 프로젝트를 물었다. 결혼을 안 한 게 죄인 김진만 PD가 답했다. "4월에는 `남극의 눈물`을 찍으러 떠납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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