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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창업자에게 직접 들은 싸이월드 글로벌화 실패 원인-[1편]

창업자에게 직접 들은 싸이월드 글로벌화 실패 원인-[1편]

뉴미디어 뉴스/뉴미디어와 비즈니스 2010/05/29 17:31 몽양부활

"싸이월드는 절대 베낀 서비스가 아니다"

"미니홈피는 전 세계 SNS의 원형이다"

얼마전 제가 쓴 기사 'SNS, 왜 뒤처졌나'를 두고 블로고스피어에서 논란이 진행됐습니다. 그만님의 명쾌한 분석글이 이어지면서 다시 한번 원조 논쟁이 진행되기도 했죠. 이 글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논란에 대해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습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조언도 구할 겸, 인터뷰도 하고 싶었습니다. 제 글과 그만님의 글을 첨부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25일이 시간이 괜찮다고 하며 흔쾌히 만남에 응해주셨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2시20분께 서울 선릉 지하철역 인근의 커피숍에서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리고 2~3시간 동안 싸이월드에 얽힌 여러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1부를 여기에 정리해봤습니다.

이 인터뷰는 제가 쓴 기사의 'AS' 차원이기도 합니다. 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국내 서비스의 글로벌화 이슈에 대한 성공한 창업자의 조언을 소개하는 맥락이기도 합니다. 아직 절반밖에 풀지 않았는데요. 오늘, 내일에 걸쳐 그의 인터뷰 풀 스토리를 제 블로그에 정리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싸이월드에 얽힌 여러 오해와 진실을 다시 확인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절대 베끼지 않았다"

- 싸이월드가 전 세계 SNS의 원조냐 아니냐는 논란이 블로고스피어에서 진행됐다. 처음 싸이월드를 구상할 때 어떤 사이트를 많이 참조했나요?
"98년이었다. 당시 Sixderee.com을 참조했다. 처음 구상은 사람을 연결하면 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싸이월드는 비즈니스는 모르겠지만 인맥사이트를 지향했다. 하지만 처음엔 서비스가 인맥사이트와 이질적인 클럽형태였다. 초대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초대 방식은 오히려 이런 인맥사이트에 역행하는 모델이었다. 카페 같은 그룹 커뮤니티는 우리가 바라는 모델이 아니었다. 이 문제로 3년 내내 고민을 했다. 당시 다모임, 엔티카, 인티즌 등 널리 퍼지고 있었다."

- 그 부분을 충분히 수행해왔나요?
"당시 사정이 어려워서 서비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SI를 많이 했다. 때문에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부분을 등한시했다. 이를 본격화한 것이 미니홈피라고 할 수 있다. 미니홈피를 만들면서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사람을 연결하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개인 홈페이지를 타겟으로 하는 것이었다. 셋째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네오위즈의 아바타를 눈여겨봤다. 당시 우리는 '타도 다음 카페'가 비전이었다."

- 미니홈피의 론칭을 위해 어떤 사전 작업을 진행했나요? 어떤 사이트를 많이 벤치마킹 했나요?
"먼저 몇 개의 콤포넌트를 구성한 다음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네이버에 있는 이람 이사는 상당히 디테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성대학교 교수와 독창적인 방식의 커뮤니티를 빌딩하는 방법론을 만들었다. 경험 DB를 많이 넣자고도 했다. 그리고 20대의 생활상을 홍대 곳곳을 돌며 직접 사진을 찍었다. 이 작업도 이람 이사가 담당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특정 사이트를 보고 벤치마킹하지 않았다. 베끼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 특정 사이트를 벤치마킹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미니홈피를 탄생시킬 수 있었나요?
"커뮤니티와 관련된 논문 12권을 모두 읽었다. 싸이월드 커뮤니티를 독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을 찾기 위함이었다. 한 논문에는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12가지 요소가 적혀있었다. 예를 들면, 목적, 멤버십, 신뢰, 환경, 소통채널, 프로필 등. 지금 생각해보니 이 방법론을 업그레이드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잘 안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메타포는 여성의 수첩에서 착안해왔다. 그리고 여성은 짧게 쓴다는 사실을 알았고 방명록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여성들이 서로 친교를 표현하기 위해 선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선물가게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도토리를 도입했다. 처음엔 선물을 자기가 자기를 위해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선물을 받도록만 한 것이다. 친교의 표현수단을 제공하려 한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SNS의 원형이다"

- 미니홈피를 위한 특별 팀이 구성됐나요?
"그렇다. 프로젝트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별도 사무실을 얻어 내보냈다.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인근의 작은 가정집에 프로젝트 담당자들을 보내 작업을 시켰다."

- 이 미니홈피은 SNS의 원조라고 생각하나요?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진화된 프로덕트였다. 그동안엔 '나'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SNS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커뮤니티 서비스와 SNS의 차이는 이렇다.

1. 자기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필 기능이 있다.
2.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3. Activity, 액티비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를 지닌 전 세계의 첫 번째 싸이트라고 생각한다. Sixderee.com은 프로필이 없다. 메신저도 프로필이 없다. 이를 완전하게 갖춘 첫번째 사이트다."

- 트위터, 페이스북이 전세계적인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왜 더 일찍 탄생한 싸이월드는 그렇게 전 세계적인 SNS가 될 수 없었던 걸까요?
"페이스북과 트위터 모델을 고민하지 않은 게 아니다. 커뮤니티 관련 논문은 1950년대 것도 있었다. 장기지속되는 서비스가 되려면 Trust 즉 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이 존재해야 한다. 블로그는 아쉬운 점이 Relationship이 부족하다. 트랙백과 댓글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봤지만 그렇지 못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어렵다. 앞서 말했던 3가지 요소가 모였을 때 참여가 높아진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라는 가상 아이템은 성공한 시도이다. 페이스북도 이를 차용하지 않았나. 물론 네오위즈가 원조다. 우리는 이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 글로벌 비즈니스도 분명히 고민했을 것 같다.
"2003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8개월을 있었다. 당시엔 미국에 싸이월드 비슷한 게 없었다. 글로벌화의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SK컴즈에 메일을 보냈더니, '들어와서 하라'는 답신이 돌아왔다. 보통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지 않나. 싸이월드는 내가 그 기회였고, 미국에서 이 생각이 들었을 때 이보다 더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합병 과정의 상처 때문에 하지 못했다. 이렇게 고민할 때 이미 SNS는 진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2004년~2005년 당시 싸이월드를 주제로 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었다."

"뉴스피드는 상장사가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 페이스북, 트위터가 어떤 부분이 진화됐다고 생각하는가? 진화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듣고 싶다.
"앞서 얘기한 3가지 요소에서 프로필의 모든 행동이 Today 즉 오늘 방문자수 숫자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 미니홈피에 많이 방문했느냐를 알 수 있는 이 지표는 성공을 낳기도 했지만 결국 발목을 잡았다.

잠시 얘기하자면. SNS는 프로필의 시대에서 Newsfeed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러면서 검색과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싸이월드와 마이스페이스의 주요 사용자층은 20대였다. SNS 시장에 30대~50대는 없었다. 40~50대는 미니홈피를 보고 '이 거 왜 해? 참 정성이다' 이런 반응을 내놨다.

뉴스피드는 이상적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상장을 한 회사가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객이 싫어하는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하지 못한 건 고객이 싫어하는 기능을 상장사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는 폐쇄성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글로벌 사업을 구상하고 구글과 경쟁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사업을 이어가려면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되고 있었다. 한국 내에 그런 비즈니스에 투자할 사람이 없다. 투자를 위해 네이버에 가서 김범수 대표에게 프리젠테이션도 했다.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때문에 Fun 한 비즈니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한 게 글로벌화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글로벌화에 실패한 건 전적으로 경영진 잘못이다. 그외 원인을 설명하면 먼저 글로벌화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2005년에야 첫발을 디뎠는데, 일본에서는 3개월 전부터 Mixi가 있었다. 이를 보며 싸이월드의 일본 진출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싸이월드가 자리잡고 있는 한국에 마이스페이스가 들어왔다가 철수했지 않나. 자체 SNS가 없는 시장이라면 모를까 있는 시장에선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성공을 위해서는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싸이월드와 트위터, 페이스북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다. 사용자가 중심이 아니라 참여자가 중심인 서비스이다. 참여할 때와 사용할 때의 액티비티는 완전히 다르다. 참여할 때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 특히 동양권이 강하다. 경쟁 플랫폼이 없을 때 진출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참여하고 있는 서비스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세번째, 글로벌화를 위해서라면 모두 오픈하는 게 답이다. 하지만 전제는 오픈도 타이밍이라는 사실이다. 2005년은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제는 트위터에게도 돌아간다. 트위터의 숙제는 오픈을 하고도 돈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메신저, 이메일과 다른 상황인 것은, 참여자 콘텐츠가 오픈돼있다는 점이다. 이런 등의 이유로 뉴스 성격의 콘텐츠가 많이 쌓인다. 비즈니스는 돈, 사람,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인터넷 시장이 위기이다. 왜냐하면 참여자가 외국의 오픈된 SNS로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싸이월드보다 진화한 모델이다. 싸이월드는 20대 중심으로 프라버시를 보호해야 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들은 뉴스피드를 도입했다. 구글과 경쟁하려면 프라이버시 이슈를 풀어야 한다. 문제는 프라이빗한 채널을 제공하면 그에 따른 돈을 받아야 한다. 트위터는 프라이빗 채널이 아닌 것이 특징이다."

"싸이월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 해외 서비스의 무덤인 한국에서 트위터가 점차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새로운 서비스에 가지 않는 건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트위터에 친구가 1명이 있으면 재미가 없어서 안 갈 것이다. 이건 미국 인프라의 힘이다. 트위터가 사람을 모으는 이면에는 수없이 많은 주변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을 모으기 위한. 현재로선 트위터가 가장 진화된 SNS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프라이빗한 시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싸이월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10대~20대는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페이스북은 자신이 소유한 SNS 리소스를 다음 진화할 사람을 위해 오픈했다. 구글의 GMAIL 네트워크를 그대로 페이스북에 담을 수가 있었다. 포스퀘어는? 구글이 주소록을 오픈한 혜택을 받고 있지 않나. 하지만 한국은? 우리는 그들의 공정한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

엮인글 주소 :: http://blog.ohmynews.com/dangun76/rmfdurrl/332936
고어핀드 2010/05/29 23:10  
잘 읽었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싸이월드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글로벌화 타이밍 미스와 개방화를 통한 플랫폼화 실패,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상장사는 고객이 싫어하는 것을 할 수 없다." 는 말이 특히 와닿아요. 고객 눈치를 보다가 뉴스 피드 도입에 실패했다는 말인데, 제가 보기엔 단기적인 고객 만족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히네요.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가상경제 2010/05/30 02:37  
잘 봤습니다.
글로벌하게 꼭 성공하는 모델을 보고 싶은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

개발자 2010/05/30 03:04  
제생각은 다릅니다. 싸이월드의 실패요인은 바로 프라이빗한 폐쇄성이라고 여겨 집니다.
프라이빗은 성공의 요인이자 실패의 요인 즉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픈성을 좋아하는 무리들은 절대로 폐쇄적인 공간이나 쉽게 정보를 접하고 싶은데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는 플로어쉽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오픈공간성이 좋은 트위터로 옮겨 가는게 아닌가 합니다.
일촌 맺기라는 한계 그것이 발목이라 여겨 집니다. 기분이 나쁜거죠. 누구와 누구의 일촌 만약 거절을 당한다면.. 또는 초대를 안해준다면... 거부감이 느껴 지는것이죠.. 시기와 질투... 뭐 자꾸 기술적인 면과 커뮤니티즘에서 원인을 찾으시려고 하는데... 좀더 가깝게...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하는게 맞지 않는가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친교조건.. 그리고 무리에서 멀어졌을경우에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등등... 트위터는 광장과 같은 느낌이고 싸이월드는 쪽방과 같은 느낌이죠.
또는 트위터는 전시장이나 시장같은 느낌이고 싸이월드는 눅눅한 창고나 작업실같은 느낌. 물론 글말미에 절대로 싸이월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씀 동감합니다. 무리의식이 강한 여성들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어야 하는 청소년들이 있는한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