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지식

돈방석에 앉은 미국 IT 기업들 IBM 등 주요 9개사 올초 순이익 68.2% 증가

돈방석에 앉은 미국 IT 기업들 IBM 등 주요 9개사 올초 순이익 68.2% 증가 2010년 05월 25일(화)

미국이 새로운 IT혁명의 흐름을 주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등장 이후 ‘제2의 IT혁명(The Second Wave)’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의 부문에서 미국 기업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IT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단순한 호황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IBM, 구글,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 아마존, 야후, AMD, 시스코 등 미국의 주요 IT기업 9개사의 1/4분기 실적치를 보면, 합계 순이익이 전년 동월 대비 68.2% 증가한 170.9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의 실적치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PC 수요 회복과 함께 MPU(중앙연산처리장치)의 매출이 급증한 인텔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동월대비 3.9배나 늘어나는 급반등세를 보였으며, 아이폰(iPhone)으로 스마트폰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의 경우 90%가 넘는 수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 미국 IT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 

거침없이 성장하는 미국 IT 산업

24일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의 IT산업이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일부 기업의 우연한 성과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구조적이면서 또한 전략적으로 이루어진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

미국 IT산업은 크게 △컴퓨터, 통신 관련 기기나 부품을 생산하는 하드웨어 분야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인터넷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 분야 △통신, 방송 등의 네트워크 분야 △영화, 음악, 신문, 출판 등의 콘텐츠 분야 등으로 나뉜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IT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하드웨어 분야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인텔·퀄컴·브로드컴, 네트워크 장비 부문의 시스코, PC 부문의 델·HP, 디지털가전 부문의 애플 등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정보 서비스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오라클 등이, 네트워크 분야는 CNN·ABC·NBC 등이, 통신 분야에서는 버라이즌과 AT&T 등이, 콘텐츠 분야에서는 디즈니를 비롯한 헐리우드 영화계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미국 IT 산업의 시대별 특징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포괄적으로 접근해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IBM이 IT분야의 거인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그린 혁명과 함께 전력망과 IT 간 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새로운 통신 및 전력 네트워크인 스마트 그리드에 주력하고 있는 GE도 IT산업의 숨은 강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IT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 기업들이 골고루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은 10여 년에 걸쳐 큰 폭의 침체와 호황을 반복하면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식 특유의 자유경쟁 시스템과 정부 차원의 정책적 안목이 맞물려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T 각 분야에 걸쳐 거대기업들 고르게 포진

또한 탄생과 도태를 거듭해온 수많은 벤처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성장하거나, 기존 거대 IT기업에 통합되면서 미국 IT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왔다고 말했다.

전략적으로도 기업 간에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IT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를 보면, 인텔과 퀄컴, 그리고 시스코는 독자적인 첨단 기술력으로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국제 표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반면, 델이나 HP의 경우 글로벌 차원의 SCM(공급사슬)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대량 생산 및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한편 애플의 경우에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MP3 플레이어와 휴대폰에 이은 복합단말기(iPad)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정보 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폐쇄적인 OS 규격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정착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구글은 OS를 무료로 개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구글과 아마존은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주력하고 있지만, 구글의 경우 서비스 자체보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네트워크화를 통한 유저의 클릭 수 확대 등 광고 수입을 주로 추구하는 데 반해,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 내에서의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IT 기업들은 지금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방대한 미국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후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경쟁 잠재력을 갖춘 상태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각 부문에 걸쳐 세계를 선도하는 거대 기업이 고르게 포진하고 있어, 세계 IT 시장을 선점하는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원의 분석이다.

▲ IT 기반기술의 변화 

미국 IT 산업은 1990년 중반이후 부침을 거듭해왔다. 2000년까지 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2003년까지 3년 간 공급과잉으로 인해 혹독한 시련기를 맞는다. 이에 따라 미국 IT 산업계는 개인용 PC에서 모바일 컴퓨팅으로, 유선 인터넷에서 무선통신으로 패턴 변화를 도모한다.

그리고 IT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극복하면서 2008년 이후 본격적인 팽창기를 맞게 된다. 현재 IT 산업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기업들은 아이디어, 단순 제조기술 등으로 무장한 기업·소비자 간(B2C) 형태의 벤처기업들이 아니라 GE, IBM, 모토로라, 델 등의 거대 기업들이었다.

미국 IT산업, 우리나라에 기회이면서 위험요인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세계 IT 산업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이처럼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60~1970년대 IBM으로 대표되는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이용한 중앙집중처리 시스템에서, 1980년대 PC와 서버를 이용한 분산처리 네트워크로, 2007년경부터는 가상공간에서 유저에게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프라 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세계 IT산업의 ‘게임 룰’을 만들어내고, 또한 시장을 창조해나가고 있다.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다. 금융 산업의 경우 매매 거래의 상당수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국제금융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 순간의 투자 및 재정 거래 기회 등을 선점하고 있다.   

IT 분야에 있어 투자 확대는 IT 산업의 수요를 촉발하면서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IT와 결합된 비즈니스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은 세계최강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이 1980년대 이후 일본 기업의 공세로 거의 초토화된 미국의 AV 가전 산업을 일부 부활시킨 것 역시 IT산업과 기타 산업 간 융합의 위력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 IT 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일본 전자산업이 한때 메인프레임 컴퓨터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윈텔(Wintel: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연합)로부터 역공당해 이후 IT 기술혁신 부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지평 수석연구원은 “향후 미국이 기존 IT 산업의 융·복합화를 주도하면서 애플이 AV가전산업을 일부 부활시킨 것과 같이 제조업 분야에서 유사한 과정을 통해 다시 부활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IT 하드웨어 강국인 우리나라에게 기회와 동시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 “우리 입장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IT 트렌드에 적응해 공생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IT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강점으로부터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5.2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