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K -뷰티 편집샵

아이패드, 기대와 실망의 협주곡

아이패드, 기대와 실망의 협주곡

  강정수 2010. 01. 28 (30) 뉴스와 분석, 디지털라이프 |

‘아이패드(iPad)’를 기다리는 독일 언론들은 마치 ‘메시아’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대다수 독일 언론들은 자사 기자들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파견했고 독일 시간 저녁 7시부터 동영상 생중계, 트위터 생중계 등을 통해 애플의 아이패드 ‘탄생’ 소식을 숨가쁘게 전했다. 독일 언론이 실로 ‘경배’에 가까운 주목과 관심을 나타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독일에 두텁게 존재하는 이른바 ‘애플 팬보이(fanboy)’를 위해서 둘째, 아이패드가 신문, 잡지에 미칠 영향을 현장에서 직접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언론사’를 위한 메시아는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산업들을 위협하는 강력한 대중시장의 탄생을 아이패드는 예고하고 있다. 간략하게 나의 첫 느낌을 적어본다.

1. 이른바 ‘테크노 기크(techno-geek)’에게 아이패드는 실망스러운 제품이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플래시’를 여전히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카메라는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스카이프(skype)로 통화할 때 카메라가 있고 없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의미하는데 말이다. 컴퓨터 운영시스템의 기초인 멀티 태스크 기능은 여전히 ‘달나라 이야기’라 한다.

그런데 아이패드의 핵심 소비자군은 이들 테크노 기크가 아니다. 499달러에서 699달러-실제 가격은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더 해야할 듯-라는 가격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예상했던 1,000달러보다 한참 낮은 가격대다. 이 가격정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애플은 처음부터 ‘대중제품 시장’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패드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뽀다구(Usarbility)’다.”아이패드에는 넷북(netbook) 정도의 기능 밖에 없어, 이를 위해 600달러를 지불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천만에 말씀! 아이폰보다 더욱 많이 팔릴 것이고, 소비자들은 거리로 거리로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자랑’할 것이다. ‘나 지금 영화표 예매해’, ‘나 지금 오늘 저녁 먹을 맛집 찾고 있어’, ‘보라! 이 멋진 ‘나’의 모습을!’”하며 말이다.

2. 언론사의 기대를 아이패드는 완전히 저버렸다. 음악을 위해 아이튠즈(iTunes)가 있다면 책, 신문, 잡지를 위해 애플은 아이북(iBook)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한다. 아마 대다수의 언론사들의 자사의 뉴스사이트를 아이패드에 최적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신문과 잡지를 소비한다? 소비할 것이다. 킨들(Kindle)보다 아이패드로 신문과 잡지를 보는 것은 훨씬, 아니 매우 매우 훨씬 ‘뽀다구’가 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함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 ‘뽀다구’ 나는 아이패드는 와이파이(Wi-fi)기능을 가지고 있다. 클릭 몇번이면 어떤 뉴스사이트라도 바로 방문할 수 있다. 아이패드에서 ‘유료 뉴스’를 소비할 매력이 있을까? 없다. ‘사진 보기’ 기능이 매우 훌륭할 것이다. 그런데 플래시 기능은 없으니,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어렵게 동영상 뉴스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돈을 지불해? 어림없다. 고로 아이패드는 언론사의 메시아는 아니다.

3. 전자책(eBook) 시장. 아이패드를 통해 크게 성장할 것이다. 우선 ‘흑백’이 아닌 ‘칼라’ 전자책이 아이패드를 통해 처음으로 가능해졌다. 물론 책은 ‘흑백’으로 읽은 것이 제 맛이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까? 그런데 최근 흑백으로 만들어진 중고등학생용 학습서를 구경한 적 있는가? 흑백 동화책 본 적 있는가? 컬러 전자책과 컬러 이-리더(e-Reader)는 전자책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다. 킨들을 제공하는 아마존이 볼 때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올 상반기에 킨들 새 버전을 출시할 때 딱 아이패드 수준으로만 만들면 된다. 현재의 킨들에 칼라와 wi-fi기능 추가해서 말이다. 아마존과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 경쟁은 선두 없는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다. 아직도 ‘전자책’을 거부하는 출판사들이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출판사업을 접는 것이 그들의 다음 수순이다.

4. 게임시장. 연성(?) 게임시장-가끔 게임 하는 소비자 시장-은 아이패드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아이패드의 앱스토어에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게임업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왜? 10대들이 이 ‘뽀다구’나는 기계로 게임을 하기 시작하고, 부모들에게 아이패드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는 순간, 연성 게임시장은 아이패드용 앱 스토어(App Store)로 ‘수렴’될 것이다. 다만 ‘하드코어(Hardcore)’ 게임광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시장은 아이패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

5. PMP 시장. 중장기적으로 게임 끝(game over)이다! 아이패드와 유사한 제품을 만드든 것만이 PMP 제작업체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6. 공중파 방송, 케이블 방송 시장.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정기구독’하는 아이패드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용 미국드라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방송사들도 자사의 프로그램을 아이패드 용 앱 스토어에 제공하는 수순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랙백 : http://www.bloter.net/archives/24363/trackback

강정수

개인 블로그는 '베를린 로그(http://npool.ktpage.net)'입니다. 트위터 계정은 http://twitter.com/npool 입니다. '온라인 저널리즘', '소셜 미디어'라는 주제로 블로터에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