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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소셜 마케팅

SNS원조 `싸이월드` 왜 뒤처졌나

SNS원조 `싸이월드` 왜 뒤처졌나  

페이스북 5억명 vs 싸이월드 2500만명.

5년이나 먼저 태어난 `SNS 원조` 싸이월드는 다섯 살 터울 동생 페이스북을 더 이상 넘보기 힘든 신세가 됐다. 국외 서비스의 무덤이라던 한국에서 페이스북, 트위터는 싸이월드의 빈 틈을 비집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전 세계 5억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가입자 중 70%가 미국 외 지역 거주자며 70개 이상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 이용자는 80만명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덴마크에선 국민 절반이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을 정도다.

트위터 성장세도 무섭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20만명이던 국내 가입자는 5월 현재 44만명에 이르렀다. 페이지뷰와 순방문자 수에서 한국형 트위터인 미투데이도 제쳤다. 전 세계 가입자는 이미 1억명을 넘어섰고 매일 30만명이 새로 계정을 열고 있다.

한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원지였다. 1999년에 태어난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는 맏형이다. 아이러브스쿨은 기억에서 잊혔고, 싸이월드(www.cyworld.com)는 인터넷 주소가 사라지는 수모를 당했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은 `폐쇄성`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페이스북은 2007년 5월 F8이라는 개방 전략을 발표하면서 `고도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를 기점으로 1년 만에 트래픽은 2배, 회원 수는 약 4배까지 늘어났다. 마이스페이스를 누르고 전 세계 1위 SNS로 등극하는 원동력이 됐다.

트위터도 개방을 서비스 제1 원칙으로 세우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트윗덱, 트윗버드 등 트위터 기반 1만여 응용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개방 정책 덕이다.

싸이월드는 개방에 인색했다. 싸이월드 서비스를 진두지휘했던 한 관계자는 "싸이월드 사이트가 웹 표준을 따르고 있지 않아 개방 자체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소셜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데 핵심인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가입자 생애주기에 맞춰 서비스를 진화시키지 못한 점도 뒤처진 원인이다. 통상 초기 사용자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그에 걸맞은 서비스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SK라는 경직적인 대기업 문화가 이식되면서 변화 속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다만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싸이월드가 개방의 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컴즈는 지난해 하반기 미니홈피 인맥API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외부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미니홈피를 대표하는 사진첩과 방명록 API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싸이월드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토종 SNS 몰락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싸이월드는 실패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이 사이트를 드나들고 있고 유명인들도 떠나지 않았다.

[모바일부 = 이성규 연구원 @dangun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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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5:15:16 입력, 최종수정 2010.05.17 21:4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