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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재웅 원장 "전국에 `스토리 아카데미` 설립, 콘텐츠강국 초석 쌓겠다"

[한국경제] 이재웅 원장 "전국에 `스토리 아카데미` 설립, 콘텐츠강국 초석 쌓겠다"
09-05-14 7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51083571 (0)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뿌까’‘뽀로로’등 캐릭터들로 둘러싸인 집무실에서 스토리 강국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캐릭터 '뿌까'의 매출액만 지난해 4750억원이었습니다. 매출의 97%가 해외에서 나는데 연간 로열티 수입이 160여억원에 달해요. 이렇게 높은 부가가치가 바로 문화 산업의 핵이고 콘텐츠의 힘이지요. " 방송 · 게임 등 5개 콘텐츠 진흥기구를 통합해 지난 7일 출범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재웅 초대 원장.그는 통합기구 설립 이전부터 '스토리 강국'의 청사진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개원식 이후에도 업무 보고 · 신사업 개발 · 일자리 창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그를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났다.

그는 "스토리 강국을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우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학교를 개설하고 이를 전국 단위로 넓혀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청년 인턴들이 팀별로 콘텐츠를 개발 · 제작 · 판매할 수 있는 창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1인 창조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60조원 정도인 콘텐츠 시장 규모를 2012년까지 100조원으로 늘려 우리나라를 세계 5대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미래학자들은 문화와 창조 ·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제4의 물결'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어떻게 해야 뛰어난 스토리텔러(이야기꾼)들을 키울 수 있는가.

"한국경제신문의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시리즈를 읽으면서 영국의 스토리창작 클럽이 1만개 이상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원장 취임 전부터 스토리텔러 육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스토리텔링 교육을 도외시한 콘텐츠 산업 육성은 '모래성 쌓기'와 같다. 뛰어난 이야기꾼을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스토리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국 단위의 스토리텔링 학교를 만들고 싶다. 먼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아카데미'를 운영할 생각이다. 시험과 암기 위주의 현행 교육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운데,주말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까 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이 성공하면 정규 교육으로 승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

▶중 · 고생과 대학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이다. 대학이 창의력과 상상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면 진흥원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입시 제도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실현되지는 않았지만,동의대 교수 시절에 국문과 · 공학과 · 신방과 교수들과 함께 콘텐츠 학과를 공동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학과별 칸막이를 헐고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선발해 콘텐츠 개발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자는 것이었다. "

▶스토리텔링 교육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가 문제다.


"유명 작가나 만화가 등 강사는 얼마든지 있다. 한 지방 대학이 독서콘텐츠학과를 개설하고 소설가에게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맡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의 글쓰기 능력이 당장 등단할 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 냈다고 한다. 학과 성적으로만 판별하는 교수들은 그 학생의 재능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과 연계해 스토리텔링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은 있는가.


"진흥원장 직속으로 인턴팀을 구성해 청년 인턴들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청년 인턴들을 각 부서에 끼워 넣으면 잡무밖에 못한다. 젊은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일깨우고 가능성이 보이면 창업으로 연계시킬 것이다. 이 중 한 명이 성공하면 모델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궁극적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문화산업 분야로 보내고 싶어하도록 만들고 싶다. "

▶많은 예산이 필요할 텐데….


"진흥원의 예산 중에서 불필요한 사업비를 줄여 창조력 향상 교육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은 노동부 등 다른 기관이나 문화부 산하 30여개 기관과 협력해 '십시일반'으로 조달할 것이다. 진흥원 조직도 관리 부문을 줄여 콘텐츠 창작과 제작,유통 부문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10여명의 박사급 인력이 신사업을 발굴할 것이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짜 내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도록 분위기를 바꿀 것이다. 한마디로 '시끄러운 조직'이 되도록 유도하겠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사공이 많기 때문에 배를 산으로 끌고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은가. "

▶기업들과 연계하는 방법은 없는지.

"진흥원과 대기업이 연계하는 방법도 많을 것이다. 다만 기업의 생리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진흥원이 아이디어와 자료를 내고 기업들이 자금을 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진흥원은 또 콘텐츠 전문기업과 대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도 할 것이다. 가령 '앱스토어'(애플이 운영하고 있는 아이폰 · 아이팟 터치용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 같은 기기와 콘텐츠를 혼합한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때,대기업 자본과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진흥원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

▶우리 신화와 전설,민담 가운데 스토리 산업으로 키울 만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

"가령 '사물놀이'를 문화 원형으로 본다면 '김덕수'와 '악기'들을 캐릭터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비보이'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 밤새 읽었던 무협지들을 판타지 소설로 만들 수도 있다. 신화적인 요소를 넣고 '소년 영웅'과 '어른 영웅'을 창조한다면 '해리 포터'보다 큰 재미를 줄 것이다. 창제자가 밝혀진 세계 유일의 글자인 한글을 문화 상품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해리 포터'의 성공 비결로 '마법'과 '추리 기법' 등 다양한 요소들이 거론되는 것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캐릭터 '뿌까'가 세계 170여개국에 수출됐다. 외국 사람들은 왜 '뿌까'를 좋아할까. 자세히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옷 색깔이나 눈썹 등의 디자인이 아무렇게나 적용된 게 아니다. 한 명이 이런 작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새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아이디어와 인력을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술력은 수준급이지만 스토리 창작 분야에서는 고전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애니메이션 산업 역사가 짧아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했다. 그나마 우수 졸업생들도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게임 분야로 빠져 나가는 추세다. 올해부터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진흥원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장 밀착형 인재들을 육성해 취업문을 넓히고 산업을 진흥시키자는 취지다. 중앙 정부 및 지자체 등과 함께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

▶콘텐츠 관련 행사들이 중복돼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개선책은 있는가.

"BCWW(국제방송영상견본시),대한민국콘텐츠페어,G-star,서울 캐릭터 페어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는 박람회를 필요와 효율에 따라 '세계 콘텐츠 박람회'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