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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최경환 장관 “산업융합 막는 규제 뿌리 뽑겠다”


기사입력 : 2010-04-14 15:29        

“산업융합을 발목잡는 각종 규제·법령을 뿌리 뽑겠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4일 “산업융합화 시장 선도를 위해 산업융합 촉진시책을 이명박 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정해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민간에서 제기하는 산업융합 촉진 정책 수요들을 토대로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률 마련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최 장관이 던진 화두는 ‘산업융합’이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로 떠오르는 융합이 기존 기술 및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시장의 독창적 상상력을 근간으로 ‘융합’이 발생하는데 기존 칸막이식 법령으로는 이를 시의적절하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 장관의 진중한 표정에서는 ‘25년전 제정된 산업관련법률체제를 바꿔야만 융합이 대세인 글로벌 경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가 ‘산업융합촉진법’ 연내 제정이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최 장관은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관료와 언론인 생활을 거친 재선국회의원 출신의 장관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자신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

실제 ‘연구개발(R&D) 혁신전략’이나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 등 최근 지경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질적으로 한층 성숙해졌을 뿐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큰 틀에서 산업융합과 맞물려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치인 최경환은 경제관료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대담=김용민 정치경제부장>

다음은 일문일답.

- 정치인과 장관을 다 경험했는데.

▲ 장관은 아무래도 책임지고 정책을 집행하다보니 노동강도가 국회보다 더 세다. 그런 측면에서 보람은 더 있다. 평소 구상을 집행하는 실행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

- 6월 지방선거도 있고, 여의도 복귀 생각은.

▲ 본업이 여의도(국회)이니 언젠가는 가야하지 않겠나. 아직은 장관으로 일한지 6∼7개월밖에 안됐으니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여기(과천)있는 동안은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이자 이 정부의 일원이기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 화두를 돌려 경제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는데 평가를 한다면.

▲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전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이 합심해서 나름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제 회복은 민간의 자생적 회복이라기 보다 적자재정을 통한 재정의 경기부양에 상당히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민간의 투자와 고용이 확실하게 살아나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스 신용위기나 위안화 절상문제, 원자재가격 급상 등 대외여건 측면에서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서 굉장히 긴장해야 할 때다.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한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 잠재성장률 저하는 문제다. 국제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률 자체는 떨어졌는데.

▲ 지난 10년 동안 우리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잠재성장을 올리려면 허약해진 경제체질이 강화돼야 한다. 기업들이 경영을 하고 싶은 환경을 복원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이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 노력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노력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 최근 노무라증권이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는데.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지금은 20년째이지만 이와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분명 다른 측면도 많다. 노령사회·저출산 문제의 급격한 진전이나 우리경제가 동력을 잃어가는 측면은 유사하다. 하지만 정보통신(IT)와 플랜트, 원전, 녹색성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분야에서 역동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은 다르다. 일본의 생산성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일본은 더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게 돼 침체 국면이 빠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아 발전의 여지가 많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경계해야겠지만 우리가 일본을 닮아 간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 고용없는 성장은 문제다. 특히 제조업의 자동화와 고도화로 고용이 줄어드는데.

▲ 전세계 각국이 고용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은 첨단 자동화·고도화로 설비투자를 해도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다. 지식서비스 고용확대 전략을 써야 한다. 서비스 고용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중 가장 낮다.

우리는 너무일찍 신발이나 섬유 등 경공업 분야를 포기했다. 경공업 비중이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숙련집약형 분야에서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동대문 의류상가는 왠만한 공단보다 일자리 창출이 많다.

중소 제조업체쪽에서 고용창출 능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 ‘고용의 보고’라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돼야 한다. 이런 부분이 고용창출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고용은 지속불가능하다. 고용의 70∼80%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은 반드시 향상돼야 한다. 부품소재분야를 주목하고 있는데 부가가치 높고 고용창출도 많다. 소프트웨어 산업 등에 중점을 둬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 부품소재분야는 여전히 일본에 뒤쳐지고 있는데

▲ 부품소재 육성 특별법을 진행하는 동안 전세계를 대상으로 흑자가 늘었다. 하지만 일본에만은 안된다. 특히 소재쪽이 약하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핵심이다. 연초에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핵심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을 핵심자립소재로 선정, 2012년까지 자립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 중소·중견기업 옥석가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상반되지 않나.

▲고용의 70∼80%를 중소·중견기업이 맡는다. 생산성 향상 없는 중소기업은 한계가 있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책은 160여가지나 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걱정없이 마음대로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중소·중견기업 육성책의 골자다.

한 분야에 집중해 대기업이 돼야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은 나눠먹기식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될성부른 중소기업을 골라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 말이 기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기업,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줘서 기업 경쟁력도 키우고 고용창출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늘려서라도 하겠다.

- 융합이 산업계의 화두다. 구체적인 복안은.

▲ 정보통신(IT) 정보혁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융합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아직까지 개별산업법 체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다. 25년 전 제정된 산업관련법률체제를 바꿔야 한다. 융합은 시장의 독창적 상상력을 통해 발생하는데 기존 칸막이식 법령으로는 이를 시의적절하게 수용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임시인증제품이 나온다. 융합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반응을 본 뒤 필요한 규제를 하거나 권장하는 시스템이다. 융합화가 되는 분야에 대한 지원시스템으로 보면 되는데 규제완화다. 규제가 많아서 아예 하지도 않다가 다른 국가에 기회를 뺏기는 경우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장으로 임명했는데.

▲ 기술변화와 시장변화는 굉장히 빠르다. 우리의 과제성공률은 98%다. 평가가 온정주의로 흐르고 나눠먹기식으로 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것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 기술에 승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기술이 뒷받침 안되면 안된다. 연구개발(R&D)에 돈만 쏟아붓는다고 결과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깨진 독을 수리해야 한다. 이번에 독을 수리하겠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다. 권한을 대폭 이양할 것이다. R&D전략기획단에 참여하는 사람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은퇴한 전직 고관대작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정말로 그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고 권한을 줄 것이다. 공무원은 관리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정리=sykim@fnnews.com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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