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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 기업 분석 자료

"인천공항에 허브 빼앗겼다" 中·日 초비상

  • 입력 : 2010.04.10 03:05 / 수정 : 2010.04.10 05:50

"인천 경유땐 돈·시간 절약"
지난해 일본인 74만명 나리타 대신 인천서 환승
동북아 '10억 인구' 놓고 푸둥·나리타 "시설 확장" 반격

일본 서부 후쿠오카에서 미국 LA로 갈 경우 국내선을 타고 하네다공항으로 간 다음 짐을 찾아 기차·버스 등으로 1시간30분 이상 걸려 나리타공항으로 가서 국제선을 타야 한다. 그러나 후쿠오카에서 인천공항으로 올 경우 곧바로 LA행 비행기로 환승(換乘·갈아타기)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인 74만명이 환승 공항으로 나리타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택했다.

중국 칭다오에서 상하이 푸둥(浦東)공항을 거쳐 LA로 가려면 복잡한 환승 절차 등 때문에 37시간45분이 걸린다. 그러나 칭다오에서 인천공항으로 와 환승할 경우 19시간3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인천공항은 설명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간 환적(換積) 화물은 22만t에 이른다.

◆앞서가는 인천

인천공항이 상하이 푸둥공항, 일본 나리타공항 등 동북아 국제공항들과의 환승객 유치 전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동부 연안, 일본, 러시아 연해주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는 인구가 줄잡아 10억명인 거대 시장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환승객 수는 전년에 비해 18% 증가한 520만명으로 나리타·푸둥공항보다 많았다. 지난해 환승률(환승객/국제 승객)도 18.5%로 나리타 18.2%, 푸둥 15.4%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국제선 실적을 기록한 데는 인천공항 환승 수요 증가도 한몫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국과 일본 주요 도시를 돌며 벌이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먹힌 결과"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중국·일본의 현지 여행사와 지자체 등을 상대로 인천공항을 이용할 경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지 홍보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윤영표 영업본부장은 "해외에 환승객 유치를 위한 홍보팀까지 파견한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NHK는 지난 1월 특집방송에서 일본 중부 오카야마에서 런던으로 갈 때 자국 공항과 항공사를 이용하면 평균 15시간40분에 18만5300엔이 들지만 인천공항과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13시간50분과 11만5800엔으로 시간과 비용 모두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취항 도시 수(數)에서도 인천공항은 중국과 일본 60개 도시 등 전 세계 도시 177곳을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푸둥공항은 연결 도시가 90곳, 나리타공항은 98곳으로 인천공항의 절반 수준이다.

◆반격 준비하는 푸둥·나리타

이에 대해 푸둥공항은 시설 확장과 도로·지하철 연결 등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 제2터미널을 완공해 여객수송능력을 연간 2000만명에서 6000만명으로 3배, 화물 처리능력도 종전의 5.6배인 420만t으로 늘려 인천공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두달 전 상하이 시내와 공항을 잇는 고속도로를 개통한 데 이어 8일에는 인근 훙차오공항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개통해 환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푸둥공항은 그동안 급증하는 자국 승객을 수용하느라 바빴지만 환승객 유치에도 눈을 뜨고 있다. 전에는 환승객도 무조건 입국 소속을 밟은 다음 다시 탑승하도록 했으나 최근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동방항공을 이용할 경우 입국 절차없이 바로 환승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일본은 인천공항에 허브(hub·거점) 공항을 빼앗겼다며 비상이 걸려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성 장관은 지난해 말 "인천공항이 일본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일본 지방 공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해외로 가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네다는 국내선, 나리타는 국제선 전용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까지 겹쳐 일본 항공사들은 오히려 국제노선을 대폭 정리하는 와중에 있다. 아직 인천공항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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